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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5일 ~ 2024년 05월 26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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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누군가 내 주변에서 죽으면 어떨까. 죽음이란 단어는 매우 멀고도 가까운 단어이다. 누구나 겪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모두가 피하려 하는 것이 죽음이다. 이 책에서는 그 죽음, 그것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학교에서 열린 정은주 작가님의 강연을 참고해서 써 보겠다.
채긴이는 갑작스럽게 소영이의 죽음에 대해 알게된다. 이해가 되지 않고 믿기지가 않을 뿐이었다. 나도 내 친구가 죽는다면 어안이 벙벙하고 황당할 것 같다. 이 일에 대체 왜 일어난 걸까?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정신은 믿기지 않을 것이다. 어느날 소영이의 죽음에 대해 느닷없이 알게된 채린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채린이, 나리 연화, 영진이는 소영이를 미련 없이 보내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49재 미사, 분신사바 등 여러가지를 시도해보며 자신을 재외한 나머지 아이들도 소영이가 어떻게 연결해 주고 어떻게 도와주었는지 알게 된다. 채린이는 번번히 변호해 주었던 것을, 나리는 항상 싸움을 말려주던 것을, 연화는 비밀을 폭로하지 않고 친구가 되어 준 것을, 연진이는 외톨이였을 때 먼저 손 내밀어 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밖에 호준이의 오랜 친구, (소영이가 구조한 강아지) 브라우니의 주인님이 되어 주는 등 수많은 도움을 주고 연결해 주었다. 정은주 작가님이 강연에서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하셨다.
이번에 한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그 계기가 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우리 엄마는 선생님이신데, 전혀 그 선생님을 모르면서도 온라인 프로필에 애도하는 검은 리본을 설정해 놓으셨다. 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릴 뻔 했다.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이 책의 계기도 작가님이 세월호 애도 쪽지를 보고 쓰셨다고 한다. 이렇듯 우린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애도와 추모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4명의 아이들은 49재 미사보다 조금 더 소영이로 채워진 일을 하고싶어 한다. 그래서 소영이의 앨범을 들고 다 같이 소영이의 남은 각족이 있는 함양으로 간다. 소영이의 납골당에 가서 소영이의 사진과 친구들의 롤링페이퍼를 넣고, 작은 국화꽃을 이번에는 오직 소영이를 생각하며 고정시켰다. 돌아오는 길에 소영이의 방귀 냄새 이야기가 나왔다. 소영이는 다시 웃고 떠드는 친구 소영이로 돌아간 듯 했다. 소영이의 인생은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는 봄 햇살 같았다. 채린이는 그날 꿈에 다 같이 놀고 소영이를 배웅했다.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울지 않았다.
내 주변의 죽은은 어떨까? 나라면 믿기지 않을 것 같다. 얼마전까지 웃어주고 손을 잡아주던 사람이 한 순간에 사라졌는데. 채린이는 소영이의 죽음을 조금씩 깨닫고 친구들과 다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갔다. 소영이를 각자 다르지만 아름답게 빛나는 것을 느껴갔다. 어쩌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처음에는 매우 낯설다. 하지만 다 같이 추억해 간다면 마음 속에 그 사람을 느끼며 내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님은 죽음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내 생각은 마음에 시간을 주고 점점 그 사람이 빛나는 것을 느끼며 손을 잡고 내일로 나아가는 것이 죽음을 대하는 방법인 것 같다. 언젠가 만날 것을 알기에 울지 않는다. 그리고 희망찬 내일로 나아간다. 다 같이!
함께 있기에
좋은 친구
<기소영의 친구들>을 읽고
나에게는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이 있기에 학교 생활이 즐겁고 나의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실은, 나는 지난해에 일년 넘게 해외에서 살다가 돌아왔다. 그때 예전 친구들과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새로운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옛날 친구들과는 우정이 더 깊어졌고 심지어 새로운 친구들까지 많이 사귀었다. 다행이었다. ‘기소영의 친구들’이라는 책은 제목과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친구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던 시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림 속의 풍경과 친구들이 서로 어깨동무 하고 있는 모습이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나와 친구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친구관계에 대한 내용이라고
짐작을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주인공
채린이와 책 제목 속의 기소영 그리고 연화, 나리, 영진이는
같은 친구 그룹이었다. 이 친구들은 소영이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그룹이다. 기소영은 항상 주변에 도움을 주었고 배려심과 이해심이 많았고 상대방에게 항상 말을 예쁘게 하는 친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소영은 모두에게 소중했다. 기소영이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나머지 친구들이 듣게 되었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슬픈 내용이 계속 이어졌다. 즐거운 우정 이야기라고 생각 했던 나도 놀랐고 책을 읽는 동안 눈에 눈물이 고이는 순간들이 많았다. 소영이의 죽음을 맞이한 친구들은 하루하루가 슬펐고 죽음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소영이의 빈자리가 컸고 소영이가 없는 그룹은 무너지고 있었다. 남은
친구들이 소영이의 빈자리를 채워가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영이의
죽음에 관해 이해를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고 날마다 서로서로가 소영이의 빈자리를 채워갔다. 이렇게
함께 슬픔을 이겨냈고 이런 일을 거치면서 서로의 우정을 더욱 깊이 쌓아갔다.
나도 친한 친구 그룹이 있지만 친구의 죽음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 솔직히 친구의 죽음이라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책
속의 남은 친구들이 겪었던 괴로움, 슬픔, 두려움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직했다. 만약에 나의 친한 친구가 죽는다면 나는 어땠을까? 채린이와 친구들처럼 처음에는 믿지 못했을 거 같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다. 친구뿐만이 아니고 가까운 가족의 죽음도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며 극복을 해가는
과정들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왔다.
소영이의 종교가 천주교라는
것을 알고 나서 소영이를 잘 보내 주기 위해 성당에서 49재 미사를 하기로 친구들이 마음을 먹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용돈을 모아서 봉헌금을 마련하기 까지 했다.
소영이가 지금 이 과정들을 하늘에서 보고 있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소영이는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한 마음에 한편으로는 슬펐겠지만 소영이를 생각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보았기 때문에 감동을 받았을 거 같다. 나는
친구들한테 “너희들은 정말 멋지고 대단해!” 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소영이는 친구들한테 “ 너무 고마워!” 라는 말을 전했을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졸업앨범이 나왔다. “우리 진짜로 소영이한테 한번 갈까?” 라는 영진이의 이 한마디에 친구들은 소영이 졸업앨범을 소영이 할아버지께 직접 갖다 드리려고 마음 먹었다. 나는 깜작 놀랐다. 나라면 걱정이 앞서서 아이들끼리만 먼 지방까지 가겠다는 결정을 못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이 친구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소영이를 제대로 인사를 못한 것 같아서 찜찜함이 49재 이후로도 남아있었다. 소영이 할아버지 댁에 가면 그 느낌이 풀리고 인사를 제대로 할 것 같아서 나는 친구들을 응원 했던 것 같다. 소영이네 할아버지와 함께 납골당에 가서 소영이를 추억하며 소영이를 잘 보내는 과정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납골당이 울음 바다가 되었을 때 나도 같이 마음으로 울었다. 이제 나도 기소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슬펐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슬픈 감정이 가라앉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 속에 나오는 소영, 나리, 채린, 연화, 영진이는 모두 다 성격이 달랐다. 이런 친구들이 소영이의 죽음을 통해 서로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깊어지는 우정을 보며 친구란 모든 사람한테 필요한 존재라고 느껴졌다. 나에게도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특별히 할 게 없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는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내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 까?”. 내가 원하는 친구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공감을 하고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함께 있을 때 즐거워하는 것이다. 나도 내 친구들에게 이런 멋진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기소영의 친구들’이라는 특이한 제목이었다.
‘기소영이 무슨 뜻이지?’
그런데 첫 페이지에서 이 궁금증은 바로 해결되었다.
‘소영이는 내가 아는 유일한 기씨였 다.
기소영은 사람 이름이었던 것이다. ‘기씨 성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기소영의 친구들이 교통사고로 죽은 소영이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나가는 이야기 이다.
소영이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친구들은 소영이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심지어 소영이라는 단어가 금기어가 된 착각에 빠지기까지 했다. 소영이의 할아버지와 동생이 학교에 다녀가고 친구들은 소영이의 혼이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에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분신사바,분신사바…….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박채린과 나, 그래, 채린이와 비슷한 감정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채린이가 분신사바를 하면서 소영이에게 한 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기소영…….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소영아,너 죽은거 맞니? 아니, 그 냥 난 하나도 안 믿겨. 네가 이제는 우리 곁에 없다는 게 전혀 실감이 안 나. 그냥 며칠 있다 불쑥 나타날 거 같고……. 아직도 네 목소리가 들 리는 거 같고……. 정말 죽은 거지?…… 그동안 고마웠어. 잘 가!”
이렇게 그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말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친구들은 분신사바를 핑계로 털어 놓는다. 소영이에게 한 말 이었을까, 아니면 기소영 그룹에서 공유하고 싶었던 걸까? ‘남아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친구들이 49재 미사 때는 오직 소영의 추모만을 생각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 했다. 그래서 소영이의 49재날 친구들이 성당에 가서 추모미사를 한 장면 또한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전에는 소영이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미사에 가기 전 날, 소영이가 키우던 강아지 브라우니를 채린이가 돌보기로 했을 때 소영이의 빈자리가 한 번 더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영이의 졸업앨범을 소영이 할아버지께 전해드리고 다시 서울로 오는 고속버스에서 더 이상 소영이를 생각하며 슬퍼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니 이제 소영이가 슬픈 기억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친한 친구를 떠나 보내야하는 상황이라면 슬픔의 강도는 더 심할 것이다. 이 책은 슬퍼하지 말고 견뎌내라고 하지 않는다. 소영이의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소영이와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감정을 공유하면서 소영이와 이별을 하고 있다. 희,로,애,락과 경건함까지 전달해주는 이별의식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덮었을 때 슬픔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소영이의 친구들이 슬픔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을 때 소영이라는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워나가고 소영이를 떠올렸을 때 웃고 떠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슬픔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책 표지에 그려진 노을이 아름다워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제목과 표지에서는 특별한 느낌은 없었는데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등장인물들을 향한 안쓰러움과 내 마음을 누르는 무엇인지 모를 묵직함을 느꼈다.
기소영의 친구들 중에서 영진이에게 특히 많은 감정이 느껴진 것 같다. 죽은 소영이를 좋아했으며 친했던 영진이는 그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소영이를 잃은 슬픔을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을 달래는 모습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진이를 비롯해 소영이의 다른 친구들은 소영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자신들을 위로하고 소영이와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서로 토닥토닥 위로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공감 유전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도 기소영의 친구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나도 소영이의 친구가 된 것이다.
소영아, 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 믿기지가 않아, 너의 친구들도 큰 충격에 빠졌지만 서로에게위로가 되주어 이젠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너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어. 평정심을 찾아가고 있는 그런 느낌이야. 네가 하늘나라로 간 뒤 이상한 꿈을 꿨대. 네가 아무짓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웃기만 하는 꿈, 아무 말도 안하고 바보같이 웃기만 하고 있는 꿈 말이야. 혹시 친구들한테 떠나기 전에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야? 나도 궁금하거든. 다음에 다시 친구들의 꿈속에 찾아와줘.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 털어놔 알았지? 내 꿈속에 찾아와도 괜찮아. 네가 하는 말 다 들어줄게.
참, 너희 할아버지가 동생하고 같이 학교에 오셨던 것 알고 있니? 나리는 소복 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소해서 조금 놀랐나 봐. 그런데 채린이는 네 동생을 한눈에 알아보더라. 그 날 학교에 남아있는 너의 물건을 챙겨서 할아버지께 드렸어. 너의 물건을 챙기는 친구들도, 그 물건을 건네받는 할아버지도 너의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을 거야. 너를 정말 떠나보낸다는 마음과 그로 인한 슬픔이 나한테까지 전해졌거든. 그날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나 소영아.
친구들이 분신사바를 하며 손을 맞대었을 때 나도 채린이와 영진이 사이에 앉아서 너의 이름을 함께 불렀어. 우리들은 너와 대화하길 바랐어. 혹시 들었니? 듣고 있었다면 다음에는 꼭 너의 목소리를 들려주길 바랄게.
그리고 너와 같은 반 영진이 기억해? 걔가 너를 많이 좋아 했대. 네가 떠난 걸 위로 하려고 첫날에는 네가 죽은 걸 헛소문이라고 소문내고, 다음에는 우리와 같이 다니며 위로 해주는 사이가 되었고, 너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전부 털어놓고, 너의 49재 미사까지 와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 영진이의 마음을 꼭 전해주고 싶었어.
너의 친구들은 절대로 너를 잊지 않을 거야. 너도 친구들을 잊지 않고 항상 응원해 줄 거지? 우리는 너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우리들의 관계 속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준 것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로 영원히 남아 있을게. 안녕.
편지를 전달하고 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도 이렇게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나도 기소영의 친구들처럼 친구들과 함께 서로를 위로해줄 것 같다. 지금 나와 동고동락하는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슬픈 이별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별 연습은 필요 없다. 함께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공감하고 표현하고 사랑해야겠다.
우리 반 친구 기소영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죽음'은 13살 초등학생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낯설고 생소한 단어다. 알고 지내던 주위 사람들의 죽음도 겪어보지 않았고, 초등학생으로서 죽음이라는 암울한 주제를 들어볼 일도 적었다. 굳이 죽음을 접해 본 일을 꼽자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의 갔던 일과 키우던 반려 거북이가 죽었던 일이 있겠다.
기소영의 친구 박채린은 엄마로부터 기소영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친구가 이제는 죽고 없다니. 죽음이라는 것에 익숙치 않았던 나는 채린이 무작정 슬퍼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채린은 생각 외로 덤덤했다. 아니, 덤덤한 것이 아니라 실감이 나지 않아서일 것이다.
채린에 나를 대입해 생각해 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너와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다"라고 한다면 장난치지 말라며 웃어넘길 테니까. 그 생각을 한 뒤 그만큼 내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소영의 죽음을 알게 된 다음 날 학교에 오자 반 아이들은 모두 소영의 죽음을 슬퍼했다. 소영이와 함께 어울려 다니던 나리, 연화, 영진도 마찬가지였다. 반 아이들은 울었고, 선생님도 눈물을 흘렸지만 채린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슬프기는 했는데도 말이다.
그 후, 나리가 채린에게 꿈에 자꾸 소영이가 나온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러더니 나리가 울었고, 채린은 무심코 소영이를 찾다가 그것을 자각한 뒤 자신도 함께 따라 울었다.
채린과 나리, 연화와 영진은 그때부터 급속도로 더욱더 친해진다. 함께 소영이를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을 하기 위해 분신사바를 하기도 하고 소영의 49재 미사를 준비하기도 하면서 채린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듣게 된다.
영진이가 소영이와 함께 키우던 강아지 브라우니와, 자신들의 학교로 전학을 오기 전 엄마가 무당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가끔씩 반찬을 가지러 가기 위해 엄마의 집으로 가던 연화를 소영이가 함께 가 줬다는 것을 들은 채린은 소영이의 강아지 브라우니를 자신의 강아지로 하겠다고 하고, 이제 함께 가줄 수 없게 된 소영이 대신 자신이 연화와 함께 가주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영이의 납골당에 찾아가고 돌아오는 길에 소영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책을 다 읽고 덮은 뒤 궁금증을 느꼈다. 친구들에게 소영이는 착하고 친절한 부반장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죽으면 친구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밝고 웃음이 많은 아이', '체육 수업을 좋아하던 아이', '식물 키우는 것이 취미였던 아이'. 이렇게 기억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난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어리니까 죽음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또는 내 친구가 당장 내일이라도 금방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소영의 친구들을 읽고 나서 며칠 후 우리 엄마께서 쓰러지셨다. 그때는 119도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었다. 엄마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에 무척이나 무섭고 떨렸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건강하게 퇴원하셨다.
그 사건을 계기로 죽음은 생각보다 우리의 곁에 도사리고 있고, 언제든지 주변 사람들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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