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병 시조집 『8일간의 축제』를 출판되기 전에 읽어보는 특혜를 누렸다. 채현병 시인은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거시적으로 또는 거국적으로 전체를 보는 혜안을 갖고 있는 분이다. 또한 그는 시조를 사랑하며 특히 전통과 관련된 분야를 살려내는 능력이 남다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유불선은 물론 샤머니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역사와 문화를 해석하는 경향도 하나의 특색이다.
그의 시조집에 나타난 민족과 문화에 대한 관점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우주의 운행과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에 순응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생활 양상과 그에 따른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절하고 절제하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수신修身의 과정을 겪으며 내면세계를 가꾸고 아름다운 정신문화를 꽃피워 왔다고 본다. 그의 글은 현대라는 시대상에서도 이러한 민족정신문화의 본질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새로운 질서를 소화 수용함으로써 새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채현병 시조집 『8일간의 축제』는, 이러한 정신적 문화적 바탕을 8일간의 정조원행正租園幸이란 역사적 사실에다가 가곡歌曲, 종묘제례악, 도교문화, 선비문화와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향수 등을 형상화한 작품집이다. 무엇보다도 각 장마다 전체를 하나의 연시조로 보아도 좋을 만큼 연계성이 깊은 시조들로 되어 있다. 더구나 작품들이 많은 경우에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 시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시조의 새로운 경계를 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 이석규 (문학박사)
먼저 시조집 『팔일간의 축제』 상재를 축하드린다. 해월 채현병 시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조를 창작해 오신 분이라 감히 발문을 쓴다는 일이 오히려 시인의 위상에 필요 없는 덧칠을 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리기는 하였지만 몇 자 졸필을 보태어 축하해 드리고 싶다.
시인은 (사)한국시조협회가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중심에 계시면서 중추적 역할을 해 오신 것은 회원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한국시조협회의 살아 있는 역사이며 리더(leader)이다. 선생은 시조뿐만 아니라 창(가곡)과 서예에도 조예가 깊은 분이다. 이 외에도 역사나 전승신화에도 많은 관심과 학식을 겸비하고 있다. 해월 선생의 시조 창작 방법은 남다른 데가 있다. 주제 하나를 택하여 옛이야기 풀어내듯 줄줄 엮어 내려간 솜씨는 아름다운 대서사시이다. 한편의 대하소설을 읽는 기분이기도 하고 또 역사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는 것처럼 여러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를 끌고 가서 여기저기 구경을 시키면서 스토리텔링을 하거나 아련한 추억들을 되살려내는 마술사 같기도 하다.
요즘 지상에 발표되는 작품들을 보면 시대의 변천에 따라 시조의 창작도 역시 변해야 한다며 정형의 틀을 파괴하는 작품에 비추어 보면 해월의 정신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이러한 확신은 작품에 내재된 시조의 미학과 회화적 또는 음악적 효과를 그대로 반영한 듯 투영되기 때문이다. 참신하다느니 신선하다느니 하면서 자유시를 써 놓고 시조라 우기는 작가들이 본받아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나 다름없다. (사)한국시조협회 제6대 이사장이 취임하게 되는 해월 시인은 더욱 발전하셔서 회원들에게는 본보기가 되고 협회에는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업적을 고양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다시 한번 시조집 상재를 온 마음을 담아 축하드리는 바이다.
- 김흥열 (시조시인, 한국시조협회 제4대 이사장)
해월 시인은 미술 작품 전시장에 들려서도 감상기를 시조로 써서 카톡에 올려주고, 문화재나 고택을 답사하고도 그 모습과 역사와 의미를 꿰뚫어 표현하며, 계절이 바뀌고 바람 불어 꽃이 피어도 감명 깊은 심사를 노래하는 시인이기에 분명히 시조를 수천 수 엮어놓았을 터인데 시조집을 언제 펴낼 것인지 기다리게만 하였다. 어느 새벽에 망루에 올라가 범종을 울리고, 법고를 두드리고, 목어와 운판을 칠 것인지 뜬눈으로 기다리게 하였다. 역시는 역시라더니 그 길고 큰 기대는 어긋나지 않아 이번에 세상을 크게 울릴 시조집 『팔일간의 축제』를 상재함에 아낌없는 찬사를 드리는 바이다.
채 시인은 치열한 탐구자의 자세로 세상을 보고, 시詩·서書·화畵·악樂에 두루 능통한 예인藝人의 자질을 갖추어 다양한 표현으로 감동을 불러일으켜 준다. 거기에 보통 사람은 지고 일어날 수도 없는 큰 누리의 포부를 다 담아 역사관, 도학적 선仙관, 시공時空의 예술관, 그리고 영광의 얼굴들과 전통 가옥 답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읊은 시조집을 상재하였다. 이 시조집은 극시조집이라 불러야 옳을 것 같이 극적이고 음악적으로 엮어진 것으로 느껴진다. 그 맛이 참으로 오묘하지만 나는 이번에 보여준 작품집을 ‘빙산의 일각’이라고 가히 말하고 싶다. 해월의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작품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임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이어 나올 연가連歌를 기대하며 진심으로 뜻깊은 시조집 상재를 축하드린다.
- 박헌오 (시조시인, 한국시조협회 제5대 이사장)
해월(海月) 채현병 시백의 시조연가집 『팔일간의 축제』는 찾아보기 힘든 아주 소중한 문집이요, 특수한 문화역사 자료이다. 여기에는 시인 개인의 독특한 안목으로 바라본 조상의 숨결과 자취, 그리고 예술혼이 어우러진 문향의 향기로 가득 차 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연암 박지원은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강조하였는데, 이번에 출간되는 해월 시백의 시조연가집이 바로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해내고자 하는 온고지신의 깊은 의미를 지녔다. 이 책은 작가 해월이 장기간에 걸쳐서 채록採錄 궁구窮究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엮어낸, 대기만성의 금옥서金玉書이다.
해월 시인은 이번 시조연가집에서 정조 능행, 종묘제례 예악, 신필 순례, 신선과 선비 정신, 전통가옥, 더 나아가 서양 예술과 올림픽의 영광까지, 전통 예술을 바탕으로 번져나간 지구촌의 예술문화까지 섭렵하였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 시집들이 있으나, 대부분 개인 정서나 삶의 여정을 드러낸 것들이어서 그 보존적 가치가 대부분 개인에게 국한된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 해월 시백의 시조연가집時調連歌集은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의 역사적 가치나 교육적 의미까지 총 망라되어, 국문학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시조집이기에 더욱 그 출간이 뜻깊다.
역사적 사건과 선비들의 자취를 사실 내용과 시적 감성으로 융합하여 시상을 전개 시켜 나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해월 시인의 안목과 필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일부러 고어투를 사용하고 풍류가락으로 재현시켜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재현시켜 생동감을 주고 있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논어에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하였는데, 고어를 차용해 이어 달려도 억지로 꾸민 것 같지 않았고, 또, ‘흥어시興於詩 성어악成於樂’이라 하였는데, 시적 감흥을 풍류적 가락으로 읊어도 줄줄이 이어나가는 필력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연스럽고 수준급이다.
이 시조연가집은 보존적 가치가 높은 소중한 문화자료다. 이 시조집 속에는 시인의 개인 정서는 물론, 역사와 이상향을 찾아 나서는 조상의 숨결과 신선사상 선비정신 등이 풍류가락을 타고 다 녹아 들어가 있다. ‘팔일간의 축제’는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 ‘팔일’만이 아닌 ‘영원한 축제’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 독특한 시조집이 세상에 빛을 봄으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새로이 법고창신의 눈을 뜨게 되고, 그 풍류적 가락이 시조단에도 영원한 등불로 켜져 있길 기대해 본다.
- 이광녕 (문학박사, 한국시조협회 제2대 이사장)
해월 선생의 시조연가집時調連歌集 『팔일간의 축제』 발간을 축하드린다. 시조연가집이란 형식은 시조 형식이요, 내용은 노래 가사歌詞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는 서정시가 아니라 서사시를 쓴 것이다. 서사시는 스토리가 있고, 등장인물도 있고, 역사적 사건도 있고, 소설처럼 길게 쓴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서사시라고 규정했지만, 사실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기는 무리하다고 본다. 다룬 내용이 역사적이고 그 시대의 언어, 당시의 문화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청구영언이나 해동가요 같은 노래의 성격도 지녔다. 제2장 〈행복으로 가는 길〉은 고종과 명성황후가 부부의 연을 맺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궁중가례宮中嘉禮라는 아름다움을 잘 나타냈지만, 그 시대의 독특한 문화, 역사적 장면이 소개되어 역사소설을 읽는 느낌이 든다. 이 모든 것이 시조의 형식만 취했지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것 같고, 기록문이요, 실록이다. 〈선계에 이르는 길〉에서는 북두칠성 등 별나라 이야기가 나오고, 〈돌은 살아 있다〉에서는 처음 보는 돌 이야기가 나오고, 〈한국의 도교문화〉에서는 노자, 장자가 등장한다. 〈예악에 드는 길〉에서는 가곡 한바탕 스물일곱 잎이 나온다, 이쯤 되면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종합예술이다. 웅장한 관현악을 보는 것 같다. 이들 작품의 밑바탕에는 전통 사랑, 나라 사랑 정신이 깔려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생각난다.
- 원용우 (문학박사, 한국시조협회 초대 이사장)
해월의 시는 길 위에 서 있다. 시인은 멍 때리고 있거나 불만 가득한 얼굴인 채로 멈추어 있는 법이 없다. 그는 언제나 길 위에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해월은 그림들, 서책들, 글씨들, 모니터의 장면들, 춤사위들, 음악들, 우리네 가옥들 사이를 진중히 돌아다닌다. 이 모든 것을 시인은 여기 오늘로 데리고 온다. 과거와 오늘, 동양과 서양, 노인과 젊은이, 여자와 남자, 우아한 자태와 흥겨운 몸짓을 모조리 시조 운율에 담근다. 까다롭게 일상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시간의 경이를 선물한다. 조각 세상이 아니라 온 세상임을 일깨워 준다.
길에서 길로 이어지는 겹겹의 순간에서 “한 팔을 쳐올리니 손끝이 저 아래요 / 또 한 발 들 올리니 발끝도 저 아래라”(「덧배기」 중에서)며 하나의 세상에서 덩실 춤추게 만든다. 해월 시인의 시詩들이 드디어 여기 오늘의 사람들에게 첫인사를 한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선생님께 기쁜 축하 말씀을 드린다.
- 신경숙 (문학박사, 한성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