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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5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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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133*195*20mm |
ISBN13 | 9791160405187 |
ISBN10 | 1160405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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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체계에서 아동 복지는 우선시되어야 하는가"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 를 읽고
“나의 결정이 소년의 최선이길”
-《속죄》의 작가 이언 매큐언의 최신작 -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게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는 우리 사회에서 보장되고 있는가? 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아동학대와 각종 아동폭력 사건을 볼 때, 많은 아이들이 안전과 복지를 보장받지 못한 채,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아동의 복지가 보장되어 있지만, 과연 우리 사회 속에서 그 법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만약 아동복지법이 잘 보장된다면 아동학대와 같은 아동관련 범죄률은 낮아질지도 모른다.
이 책 『칠드런 액트』는 가사부 판사인 피오나가 남편 잭의 외도로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녀는 다른 부부들의 가정사 분쟁을 현명하고 슬기롭게 해결해주지만, 정작 그녀 자신의 결혼생활 위기와 분쟁은 해결하지 못하여 당황스럽기만 하다. 겉으로는 지적이고 냉철하고 판결을 내리는 완벽한 판사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녀 자신 또한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몰라서 당혹스러워 보인다.
그런 상황 속에서 피오나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십대 소년 애덤 사건을 맡게 된다. 애덤은 백혈병에 걸려서 수혈을 받아야 하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한다. 수혈은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수혈을 하게 되면 아이의 종교적인 신념을 깨뜨리게 된다.
법과 종교 중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할까. 또 종교와 아동복지가 서로 대립한다면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할까. 이런 질문을 이언 매큐언은 『칠드런 액트』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 애덤의 이야기를 통해 해답을 찾고 있다. 백혈병에 걸려 당장 수혈을 받지 않으면 아이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고등법원 판사인 피오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고 종교적인 신념을 지키고 순교하는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는 소년 애덤, 종교가 먼저인가? 애덤의 목숨, 즉 아동의 복지가 우선하는가? 만약 내가 피오나라면 어떤 결정과 판결을 내릴 것인가 하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피오나는 아이의 생명을 구하려는 병원측과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거부하는 아이의 부모 측의 법정 공방 속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직접 애덤을 만나러 가게 된다. 애덤과 피오나가 나누는 대화 장면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려는 피오나의 노력과 애정이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애덤을 보면서 피오나는 애덤이 삶에 대한 애정과 삶의 기쁨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애덤의 연주를 듣고 있자니 당황스러운 가운데서도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바이올린에, 아니 어떤 악기에라도 취미를 붙이는 것은 희망의 행위이며 미래를 암시했다.
-p. 159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기꺼이 죽음을 택한다고 하지만, 애덤은 아직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을 가진 아이일뿐이다. 애덤이 순교자와 같은 죽음을 택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죽음을 택하기엔 그는 너무 배우고 하고 싶은 것도 많기에 그의 삶은 너무나 소중하다.
"아이는 종교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아이의 존엄성보다 소중한 것은 생명이다 "라고 말하는 피오나의 최후 판결은 너무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아이의 생명이, 아이의 복지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피오나의 현명한 판결로 애덤의 목숨을 구해서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애덤은 수혈을 통해 백혈병을 치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죽음을 택한 애덤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애덤을 위한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수혈이 애덤을 위한 현명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정작 애덤에게 필요한 것은 '삶을 살아가는 의미와 목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동의 복지는 신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고려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애덤이 살아가는데 피오나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마치 생명의 은인처럼, 인생의 멘토인 것처럼 애덤에게는 피오나는 생명의 은인이나 인생의 멘토와 같은 그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오나는 애덤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어서 외면한다. 그리고 실수로 애덤에게 한 키스는 애덤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피오나는 수치심을 느껴 애덤을 멀리한다. 이런 피오나의 무심하고 냉정한 태도는 애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종교적인 신념으로 죽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죽음을 택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덜 잔인할까. 피오나의 말대로 애덤의 죽음은 자살일지도 모른다.
그 애가 원했던 건 모든 사람이 다 원하는 것, 초자연적인 힘이 아닌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건 '의미'였어.
자신이 느끼는 수치심과 다정한 그 소년이 지녔던 삶의 열정과 그의 죽음에서 자신이 맡았던 역할에 대해.
-p. 289, 289
이언 매큐언 작가는 피오나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위기에 처한 피오나의 결혼생활이은 불안하지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삶의 희망을 가지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은 애덤은 결국 절망 속에서 다시 죽음을 택했지만, 피오나는 다시 위기 속에서 안정쪽으로 자리를 찾아간다. 실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이 인생이다 라는 생각도 해본다.
종교와 윤리적 가치 판단의 쉽지 않은 문제를 이언 매큐언은 인생 전환기를 맞은 중년의 여성판사 피오나와 사춘기 소년 애덤과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또한 인생 전환기를 맞은 피오나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우아한 문체로 보여주어서 인상적이었고, 역시 '이언 매큐언이다'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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