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을 졸업한 직후였다. 그때부터 <시크릿>부터 시작해 마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무자비하게 읽기 시작했다. 근 4년 동안 마음 공부와 관련된 유명한 서적들은 거의 다 읽었다. 나는 왜 그렇게 열심이었을까.

거창하게는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마음공부에 열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그 이유는 순전히 거짓이다. 내가 마음 공부에 열과 성을 다했던 진짜 이유는, 내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 삶에는 공부밖에는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장밋빛 미래가 당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원하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서울에 있는 다들 아는 대학에 들어가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결과는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얼추 됐다고 안위했다. 장밋빛 미래를 당연히 여기며 대학에서의 4년을 보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대학을 졸업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역대급 취업난, 문송할 수밖에 없는 사회 풍조, 생각보다 낮은 임금과, 월급의 반을 써도 충당하기 어려운 서울에서의 생활비였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그런 나에게 주어지는 미래가 고작 이 정도의 수준이라니. 나는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나를 작은 회사에 가두기는 아깝다고, 차라리 갈 회사가 없어서 잘 되었다고, 나는 시시하게 살지 않고 내 일을 하면서 대단히 멋지게 살겠다고, 긍정 회로를 풀가동하며 눈 앞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때부터였다. 마음 공부에 매달리게 된 것이. 

그때부터 나는 빨리 대박을 터뜨리고 싶어했고, 현실에서 우왕좌왕하는 내 모습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빨리 많은 돈을 벌고 싶어했고, 내 얄팍한 주머니 사정이 부끄럽고 걱정스러웠다. 나는 빨리 유명해지고 싶어했고, 현실에서는 동창들과 우연히라도 마주칠 까봐 나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랬던 나에게 마음 공부의 책들이 말하는, "마음 하나만 바꾸면 내가 원하는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초반에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다루는 책들을 쌓아 두고 읽었다. 하루 빨리 내 거지 같은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책에서 하라는 대로 100일 동안 내 목표를 100번 쓰고, 아침에 일어나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진 모습을 상상했고, 감사일기를 쓰면서 내 감정 상태를 긍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려 애썼다. 나름대로 열심이었다.

그렇게 해서 뭐가 달라졌을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방법을 모르는 나는 다른 마음 공부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무얼 잘못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는 이전까지 읽었던 책들과 완전히 결이 다른 책들을 읽었다. 그 책들은 심상화 작업이나 감사하기를 애써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현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무위함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라고 가르쳤다.

이번에는 그 책들의 가르침을 따라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몇 년간 열심이었던 마음 공부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졌다. 시크릿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 책이 사이비 복음서나 다름 없다고 비판한다. 내가 지난 몇 년간 믿어온 것이 혹시 헛된 가르침이 아니었을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의감에 한동안은 마음 공부와 관련된 것을 일절 하지 않았다. 더는 마음 공부와 관련된 책을 읽지 않았고, 감사 일기도, 심상화도, 아침 명상도, 전부 포기했다. 그때 <하루의 사랑 작업>을 읽게 되었다. 

<하루의 사랑작업>은 나처럼 마음 공부를 하다가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은 사람이 쓴 책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자신의 마음 공부 실패감은, 혹시 내 이야기를 표절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의 실패와 굉장히 닮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수차례 실패 끝에 찾아낸 새로운 마음 공부법은, 돌고 돌아 여기가 내가 정착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마음 공부는 "사랑 작업"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작업은 순간 내 무의식이 감정과 느낌으로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그 감정에 100% 공감해주고 인정해주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음 공부를 하다보면 긍정적인 감정만 느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게 된다. 많은 책들에서 부정적 감정이 우리의 현실을 좌절시키는 원인이라고 언급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르침 떄문에 우리는 부정적 감정은 좋지 않고, 오직 긍정적 감정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비이원적'이다. 좋고 나쁨으로 나뉘어질 수 없다. 그 어떤 것도.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더라도, 그 감정을 판단하거나 평가, 또는 회피하지 않고,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100% 느껴준 다음에, 그 감정과 함께 서 있으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어떤 감정을 나쁘다고 생각해서 자꾸 회피하다 보면,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해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그 현실은 대게 우리가 원하는 현실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내가 원하는 대로 현실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감정 수용이 첫번째로 이뤄져야 한다. 어떤 감정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충분하게 느껴줘야 한다. 모든 감정을 엄마의 관심을 원하는 아이처럼 여기고, 내면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감정 수용 뿐이다.

제대로 느껴진 감정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그 감정을 다시 느끼기 위한 현실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현실을 창조하는 걸 은연 중에 방해하던 무의식 속 장애물이 사라져서, 내가 원하는 현실이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여러 마음 공부법을 전전하다가, 어떤 방법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마음 공부라는 건 쓸모 없구나 생각하는 수행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읽다보면 나와 같이 이 책이 내가 그렇게 찾아헤매던 답지 같은 책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