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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6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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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54g | 130*200*30mm |
ISBN13 | 9791196722012 |
ISBN10 | 119672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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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는 작품 낭독회에서 고된 노동에서 돌아와 자신의 작품 낭독을 듣는 사람들의 고단함을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바쁜 하루를 보낸 참석자들을 위해 작가는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게 바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였다.
내가 김연수 작가의 단편소설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읽으며 내내 생각했던 질문이 있다.
이 책의 연유를 들으며 나는 궁금했다.
과연 사람을 살리고 위로하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의 작가이기에 나의 기대감은 더 커갔다.
누구나 상실을 겪는다. 그 상실이 뜻하지 않는 이별일 경우 그 상실은 더 깊어진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 에도 상실로 슬퍼하는 이들이 나온다. 세월호 유족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와 먼 타국에서 자녀를 떠나보낸 소설 <나와 같은 빛을 보니> 의 두 작품은 비자녀를 잃은 이들의 슬픔이 그려진다.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에서는 유가족이 운영하는 경주의 <팔복서점>을 찾아간다. 자식을 잃은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나요 라는 질문 앞에 그 분은 자신이 슬픔의 현장에 터를 잡은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수많은 관광객 무리에 묻혀 마음껏 울 수 있고 무작정 걸을 수 있어서라고 답한다.
무작정 걸을 수 있어 견딜 힘을 얻었다는 <팔복서점>의 주인은 주인공에게 말을 건넨다.
"그럼 우리도 이제 걸어볼까요?"
자신이 마냥 걸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냈듯이 슬픔에 젖어있는 또 다른 이들에게 함께 견뎌보자고 손을 내민다.
타인이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소설.
이 짧은 소설집은 계속해서 손을 내민다.
<나와 같은 빛을 보니>에서는 일본어를 모른다며 무작정 저녁 초대를 하고 일본에서 온 편지를 읽어달라고 한다. 무심코 읽은 편지는 일본의 외손주로부터 온 편지. 외손주는 구글로 번역한 듯한 서툰 한국어로 엄마의 장례를 전하고 있었다. 차마 자식의 장례 소식을 읽기 힘들어서 타인에게 읽어달라 요청하며 울지만 할머니는 편지 낭독이 끝난 후 말한다.
"우리 저녁 먹자."
상실 뒤에도 소설들 속의 인물들은 함께 걷자, 함께 저녁 먹자며 삶을 이야기한다.
<풍화에 대하여>에서는 오랜 세월 후 재회한 지훈과 정현진이 나온다. 교수와 학생으로 만났으나 구설수에 휘말려 헤어진 그들. 몇십년이 지나 연락이 닿은 지훈은 재회를 앞두고 고민한다. 한때 애틋했던 그들이 언제부터 잊혀졌을까 생각한다.
지훈은 생각한다.
언제부터 우리의 관계는 희미해지기 시작했는가?
왜 우리는 쉽게 잊혀졌는가?
그건 바로 멀어진 순간부터라고 말한다.
멀어지던 바로 그 순간부터 풍화는 시작되었다.
사라졌어도 잊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아도 기억해주고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남겨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너무나 많은 여름이』 에는 재개발로 사라져버릴 나무들을 지켜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희망이 없어 포기하는 무명화가들에게 희망을 주길 바라며 거액을 주고 무명화가들의 작품을 사는 거부인 찬 선생이 나오고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불안에 떠는 어린 여학생에게 손을 잡아주는 언니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약한 자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손을 내밀며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누군가를 살리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향해 힌트를 얻는다.
결국 우리를 살리는 건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타인을 향한 이유 없는 다정함. 타인을 향한 이유 없는 선의. 타인을 향한 이유 없는 따뜻함.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읽는 내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오길 바라며 남을 향해 미소를 짓게 하는 힘을 내게 한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각자도생이라고 해도 여전히 우리는 따뜻해질 수 있음을 말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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