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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8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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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14g | 128*188*16mm |
ISBN13 | 9791192788111 |
ISBN10 | 1192788117 |
2024년 04월 17일 ~ 2024년 05월 02일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04일 ~ 2024년 05월 2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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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행복을 찾는 또 하나의 나침반
<느리게 산다는 것>을 읽고
‘느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기간)이 길다’이다. 뜻풀이를 거듭 읽을수록 왠지 모르게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기분 탓일까? 현대인은 끊임없이 변하는 시대를 살면서 그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길 바라거나 아니면 그렇게 되길 요구받는 존재다. 이 ‘빠름’의 반대말이 다름 아닌 ‘느림’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십여 년 전에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을 처음 만났다. 갓 스무 살이 된 나에게 느림에 관한 철학과 미학을 음미할 준비가 되어 있을리 만무했다. 그저 느리게 사는 삶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이제 다시 <느리게 산다는 것>을 마주하면서 그땐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재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느림의 철학자'인 피에르 쌍소는 정의한다. '느림'은 성격이 아니라 '삶의 선택'에 관한 문제라고. 나태함, 안일함, 무력감, 무관심 등과 같은 말은 느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해진 시간을 앞당기거나 시간에 쫓겨 허둥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느림의 올바른 사용법‘으로 직역되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시간의 압박에서 탈출하여 느리게 사는 방식들-한가로이 걷기, 듣기, 권태, 꿈꾸기, 기다리기, 내면의 고향, 글쓰기, 포도주의 지혜, 절제 등-을 제안한다. 제시어만으로도 느림과의 연결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철학, 사회학, 문학 등 다양한 시선들과 어우러진 글을 직접 읽어보면 예상보다 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이를테면, '한가로이 걷기'는 혼자만의 사색을 하거나 운동을 목적으로 한 산책이 아니라, 나 자신과 의견이 달라서 어떤 의미로든 지적인 자극을 주는 친구와 함께 걷기를 추천한다. 한적한 시골길이 아닌 도시의 공원에 조성된 길을 걸으며 도시를 알아가는 즐거움은 덤이다. 불현듯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노랫말이 귓전을 맴돌기도 한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만큼 뛰다가는,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마리도 못보고 지나치겠네." 또한 저자는 낯익고도 낯선 '권태'를 권한다. 염증이나 싫증이 나서 어떠한 것(일)에도 더이상 애정을 기울이지 않는 권태가 아니라, 권태로움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것이 무의하게 느껴질 때까지 느끼고 수용하라고. 그러면 기분 좋게 기재개를 켜고 즐겁게 하품할 수 있는 권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책을 덮으며 문득 ‘느리게 읽는다는 것’도 (어쩌면 저자의 의도일지 모르지만)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빨리’ 책을 읽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더욱 그러했다. 서평 기한은 다가오는데 책 읽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던 것이다. 한 단어, 한 문장, 한 단락을 읽어 나가며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잠시 한 눈을 팔면 다시 눈길을 더듬어 활자의 숲을 되돌아가기가 일쑤였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숲길을 왕복할 수 있는 독서 근력이 생겨서 다행이다. 끝으로 책길 위에 서 있는 피에르 쌍소가 독자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느리게 산다는 것>을 나침반 삼아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한 발씩 내딛는 그 길가에 피어 있을 작은 행복들을 찾아내어 만끽해보라고 말이다.
행복의 근원은 안락함이나 성공이 아니라 작은 즐거움을 맛보고 그런 즐거움에 만족하며 그런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150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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