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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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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145*210*20mm |
ISBN13 | 9791186821886 |
ISBN10 | 1186821884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한동안 산책로라도 걸을라치면 눈에 보이는 나무, 꽃, 알 수 없는 버섯까지 이건 뭘까하고 궁리했다. 마치 이 전에는 그런 것들을 영 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처럼, 오랫동안 갇혀있다 막 나온 세상이 궁금한 것 처럼. 전에 없던 태도에 누구는 나이를 먹어 그렇다 하고, 누구는 나도 요즘 한창 식물 이름을 찾는 일에 빠져 있다 공감했다. 내가 이들의 이름이 궁금해진 이유는, 언젠가 들은 김영하 작가의 말이 너무나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그저 숲에 나무가 있었다, 좋은향기가 났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기 보다 나무와 꽃의 이름을 알고, 향기도 어떤 향기인지 알고 구체적으로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 뒤로 주변에 너무 무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무문답'을 봤을 때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 나무가 감정이 있는지, 오감 체험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강아지는 말은 못 해도 교감으로 어느 정도 감정을 알아챌 수 있는데, 나무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니 언제 화가 나고 기분이 좋은지 알 수가 없다.(49) "
지금은 벌써 9월이지만, 올해 초에 화분을 하나 들였었다. 높이가 60cm 정도 되는 그리 작지 않은 허브나무였는데 키우기 쉽지 않다는 말처럼 계절이 바뀌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나무나 꽃같은 식물에 관심이 없던 이유였다. 영 소질이 없는지 금방 죽이고 시들어버리는 것들을 더는 미안해서 들일 자신이 없었다. 손바닥만한 고무나무를 한 일년 키우다 붙은 자신감이 또 하나의 식물을 죽게 만들었다. 나무도 감정이 있을까. 어디까지나 사람이 다른 동식물도 모자라, 심지어 사물에까지 동일시를 해 감정이 있다고 여기고 대한다고 하던데 나에게 키워지던 중 괴로웠을 것을 생각하면 나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식물은 생명이 있으니 뭔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니 나무들이 화를 내는 내용의 영화를 오래 전 보았다. '해프닝'이라는 제목의 영화였는데 나무의 대화, 나무의 감정표현, 나무의 화학작용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면 혹은 자연재해 재난물을 좋아한다면 함께 봐도 흥미로울 것 같다. 물론 썩 괜찮은 영화는 아니다. 영화가 떠오른 김에 나무가 만들어 내는 화학 성분에 대해 흥미로운 부분을 함께 옮겨둔다.
" 식물이 만드는 독을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한다. 약국에서 파는 수많은 약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다.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는 삼림욕하며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나무가 자신을 괴롭히는 곤충을 막기 위해 만든 물질이니, 애벌레 덕에 우리까지 도움을 받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애벌레는 세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나무도 그 사실을 알기에, 이파리를 필요한 양보다 10~20% 많이 만든다고 한다. 애벌레가 먹으라고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무는 오랜 경험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에게 여유로 대처한다. (65) "
여름부터 주기적으로 이어져 온 아파트 내 수목 소독 안내를 떠올린다. 벌레가 많이 생긴다며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 민원이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한여름부터 얼마 전까지 조경도 다듬어가며 정리했다. 반듯하게 깎여나간 모양보다 울창히 자라난 조경을 더욱 좋아하는 탓에, 게다가 곧 본격적으로 가을이 오면 풍성한 잎들이 여러 색으로 물들어 떨어지는 풍경이 좋아 매번 혼자 불평했다. 심지어 애벌레 먹으라고 만들어준 잎을 싹 잘라버리다니, 도시의 나무들은 애벌레들은 새들은 그리고 나같은 사람들은 나무의 넉넉한 배려가 밀려 소독되어 버리는 것을 못내 아쉬워 할 뿐이다. 그저 다수의 민원을 배려하여 스스로가 10~20% 정도 넉넉한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책을 읽으며 어라,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아마 이 책을 읽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인 작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 씨앗이 돋아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112) " 부분에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그것인가 긴가민가했다. 혹 맞다면 한명의 독자가 유입된 것으로 조금 더 이해해주시길. 이어지는 " 가로수가 자라며 전깃줄을 들어 올릴까?(158) " 에서도 가지치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입장과 같아 공감을 하며 읽었다. " 나무를 잘라달라고 민원 넣는 일을 중단하면 좋겠다.(159) "
그 뒤로 이어지는 '다양한 나무에 대한 질문' 내용들은 평소에도 궁금했던 것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유난히도 탐스럽고 예쁜꽃을 보고 무슨 꽃일까 찾아봤더니 모란이었던 적이 있어 모란을 볼 때면 정말 향이 안나나 냄새를 맡아보곤 했는데 그에 대한 내용도 있고, 요즘 가로수로 자주 보며 익숙해진 능소화에 대한 내용도 있어 친근했다. 아까시나무와 아카시아가 다르고 우리가 길에서 마주치는 것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였다는 사실, 소설 '동백꽃'의 동백은 사실 생강나무꽃이었다는 사실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추억의 집 담벼락을 가득 채우던 담쟁이 덩굴에 대한 이야기까지 즐겁게 읽었다. 혹 식물에 대한 책, 인문학이라는 단어에 조금 주저하는 생각이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책을 읽기 추천한다. 호기심과 가벼운 휴식으로도 가뿐히 읽을만한 좋은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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