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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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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310g | 120*188*30mm |
ISBN13 | 9791163169185 |
ISBN10 | 1163169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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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내려가기 싫다. 이제 곧 헤어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결말을 알게 되면 추리도 호러물도 한동안 같은 작품은 안 보게 된다. 이미 어떤 흐름으로 갈지 알고 있으니까. 마치 귀신이 어디서 등장할지, 시청자가 놀랄 포인트를 미리 알고 다시 보는 영화처럼. 그런데 이 작품은 '나중에 꼭 다시 읽고 싶은'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저자가 어떤 흐름과 의도로 '나'라는 독자를 호러 픽션 세계로 이끄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진다.
키워드와 스토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시체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학생/따돌림(괴롭힘)/배신/범죄물.
104쪽_"만약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해. 근데 이건 알고 있어. 더 이상 학교에 네 편은 없다는 거. 상식적으로 네 말을 믿는 사람이 많겠니, 내 말을 믿는 사람이 많겠니?"
앞으로 작품을 읽을 독자를 위해 자세히 쓰지는 못 하지만, 내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런 애는 친구도 아니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휴우, 이제 끝났구나' 싶었던 스토리는 반전을 거듭한다. 부모를 탓할 수는 없지만, 맞벌이를 하느라 학생인 주인공 곁에 평소에 있어주지 못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벽 너머의 소리>도 학생이 주인공인데, <시체를~>도 그렇지만 이 작품도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매력적이다.
176쪽_무던히 노력한 끝에 진아는 조금씩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와 진아의 역할이 바뀐 것 같아서 조금 뿌듯하게 느껴졌다. (중략) 사람들은 나를 '히어로'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나는 겁 많고, 소심하고, 몰개성적인 여고생일 뿐이다. 두려우면서도 꿋꿋이 권력에 대항하던 진아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 하는 것을 신격화하며 두려워 한다. 종이컵 전화기로 (물리적으로)들을 수가 없는 소리를 듣거나,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그녀의 능력을 알 리가 없는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데쓰 드로우즈'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피해자를 구해주려고 내는 소리(단말마의 절규)라 여긴다.
처음에는, 진아를 동경하던 주인공이 순간 '나와 진아의 역할이 바뀐 것 같아 뿌듯하게 느껴졌다'라는 부분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자면, 동경하기에 닮고 싶고, 용기가 있는 절친 진아와 달리 아직 자신은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여고생다운 모습이 보였다. 내가 (등장하진 않지만)이 학생들의 담임 선생님이었다면? 진아와 주인공, 그리고 비행 청소년들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
<과거로부터의 해방>은 알코올 의존증/과거 로 키워드를 표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알코올 의존증인 주인공이 어느 날 과거로 돌아간다. 근데 이 과거가 우리가 상상하는 '몇 년 전' 또는 '초등학생 때' 이 정도가 아니다. 무려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로 돌아가 버린다.
200쪽_이대로 나이가 들면 나는 또다시 예전처럼 살아가게 될까. 술에 취해 웃고, 술에 취해 울고, 술에 취해 비틀대다가 술에 취해 자빠지고, 그러다 기억을 잃고...싫다. 그러기 싫다. 이제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술기운에 물들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안다. (중략) 바뀌어야 한다. 내 미래는 바뀌어야 한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이 작품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안 돼!'를 수천 번 외쳤다. 이런 결말이라니, 너무나 슬프잖아요 작가님.
평소에는 보지도 않는 바깥 풍경을 보면서 생각했다. 2023년이 끝나가고 이제 2024년이 다가오고 있는데,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너무나 억울하다. 중요한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니. 나는 이리 되지 말아야지.
<검은 짐승들>은 충격적인 결말/시대물/좀비물 이라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좀비물보단 동양 귀신이 나오는 호러물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도 재미있게(충격을 여러 번 받으며) 즐길 수 있었다. 결론은 인간의 욕심이 제일 무섭다.
<제3의 종>은 SF/환경문제가 결합한 작품이었다. 귀신이 나오진 않지만, 다른 의미에서 슬픈 작품이었다.
280쪽_"인간은 말이지, 꼭 자기들 관점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고 한다네. 요즘 지나가다 보면 두툼한 옷을 껴입은 강아지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말하자면 그런 거야. 개들이 정말 그런 걸 원했다고 생각하나? 결국 인간의 입장이야. 우리는 바닷물이 얼음장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에겐 이불 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바다로 향하던 주인공은 기차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창가 자리를 양보해준 주인공에게 노인은 자신의 아내가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는 아기를 갖고 싶어 했지만 왜인지 임신을 하지 못 했다. 너무나 슬퍼하던 아내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누군가의 보조 없이는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쇄약해진다. 그렇게 반년쯤 흐른 어느 날, 그녀의 손바닥에 물갈퀴가 생겼다. 노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새로운 종(種)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흰자가 사라지고, 손톱과 발톱 대신 뾰족한 바늘 같은 게 돋아났다.
아내는 어둑한 욕조에서 남편에게 말했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추운 겨울, 노인은 아내를 데리고 바다로 향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아내는 바다에 들어갔다.
281쪽_"어느 날 보니 아내의 목에 플라스틱 끈이 묶여 있더군. 아내는 주위가 깜깜해진 틈에 나타났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색이고, 어떤 모양인지는 알 수 없었어. (중략) 처음에는 그게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 생각했어. 나더러 이 좋은 바닷속으로 얼른 들어오라는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었어. 아내는 비명을 지르고 있던 거야.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애달프게 울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던 거야"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보호합시다'
'환경을 지킵시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익히 들었던 표어들보다 이 작품 하나가 나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지금 당장 바다로 달려가, 아니 주변에 있는 공원에라도 가서 쓰레기를 줍고 싶어졌다.
회사 근처에 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나무 틈 사이로 누군가가 버린 담배꽁초가 여럿 보였다. '여기가 쓰레기통도 아닌데 대체 왜'라는 짜증과 함께, 비흡연자이지만 나무젓가락으로 가져다가 회사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었다. 내가 한 번 이렇게 한다고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도, 쓰레기를 버리는 인간들이 행동을 고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생명체인 나무에게 인간으로서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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