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태도가 가장 강력하다 / 손서율
작년쯤, 브런치에 수필을 쓰는 손서율 작가님의 글을 읽고, 경탄했었죠. 관심을 가지고 글을 읽다 보니, 언젠가 책을 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 예상대로 완성도 높은 훌륭한 수필집을 출간하셨네요.

모든 이야기는 작가님의 경험과 느낀 점, 깨닫고 달라진 일화까지 모두 담겨 있어요. 씩씩하고 용감한 앞면도 보였고, 연약하고 우울한 뒷면도 보였죠. 책을 읽으며 토닥토닥 거리는 마음으로 따라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토닥이는 건 제가 아니라 작가님의 글이었어요. 제가 인생을 좀 달리 산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어느새 작가님의 글을 보며, 달라져야겠다는 의지와 결심이 눈앞에 대문짝만하게 나타나더군요.

저는 독후감을 책을 읽는 중에는 쓰지 않고 다 읽고 하루 지나면 끄적여요. 하루 지난 감정으로 기억나는 대로 쓰기 때문에 기억에 남고 마음속에 우러난 감정을 적어보겠습니다.
사람이라면 모두 느낄만한 것을 글로 옮기는 건 대단한 지성인인 것 같아요. 그걸 손서율 작가님이 스스로 느끼고 다음 글을 더 힘차게 집필하시길 소망, 소원합니다.

☆ 내가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나에게 똑같이 행동한다.
- 저는 이 문장을 읽고, 매우 신선하고 짜릿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의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생각해 봤는데, 당당하되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게, 였어요. 제 자신을 그렇게 예쁘게 깎아놓으면, 상대방이 교만 떨지 않고 비굴하지 않게 대하겠죠? 제 자신을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고, 사랑해야겠어요. 저는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이니까요^^
- 작가님은 나 자신과 데이트하라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나를 아끼고 나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날 위해 여행도 다니고...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내년에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여행, 취미, 선물을 해줄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뒤돌아보고 앞으로 내다보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가져서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 절망 속 자신의 모습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분석하는 통찰력
- 절망과 실망, 우울과 암담함... 그걸 느끼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겠죠? 작가님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과 사고할 수 있도록 3인칭이 되어 본인의 모습을 트레이닝하고 한층 성장하는 이야기가 심리적으로 치유와 회복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 무례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 상한 우유를 마시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인간관계를 넓게 가지고 싶어서, 다시 만나면 괜찮을 것 같아서 무례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면, 역시나 기분 상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거예요. 이건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안다는 거죠. 상한 우유를 비유한 것이 너무 찰떡같아서, 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여하튼, 상한 우유는 냉장고에 킵하지 말고, 미련 없이 하수구로 흘려보냅시다.

☆마음 중심추의 무게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다.
- 이 문장이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있었어요. 가만히 있어도 아우라가 느껴지고 강하고 좋은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많이 해봤고, 저 자신이 중심추가 요동치지 않고 굳건히 자리잡히길 소망하면서 살아보렵니다. 가볍지 않은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말이죠.

☆또, 흙과 금의 가치를 서술한 문장이 생각났어요.
- 그램 수로 가치를 인정해 주는 금을 좇을 것인지, 갤러리에서 작품성을 인정해 주는 흙을 빚을 것인지...
- 제 소설 해미의 꽃에 쓴 문장이 문득 떠올랐어요. ‘꿈을 재물과 맞바꾼 자야말로 가장 가엾은 인간이다.’ 금을 좇는 것이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흙을 빚는 노력으로 사는 것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큰 의미가 담긴 흙과 금의 이야기.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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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도는데... 지하철에서 당신의 아버지 몸이 불편해서 자리 양보해달라는 아저씨가 알고 보니, 아들이 아닌, 아픈 어르신을 병원으로 데려다주려는 성인이었다는 감동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일화.
아저씨는 어르신을 부축하고 지하철을 내리며 말한다. “어르신 댁이 어디세요? 그 근처 병원으로 가요.”

2014년 모 대리 사건을 읽고는 이런 상상을 했어요. 그 자식 이름 석 자만 알려줘요. 내가 처리해 줄게요.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대사를 작가님께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공존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다는 것을요. 그때의 상처가 좋은 사람으로 인해 치유가 되셨기를....

요리가 작가님을 어김없이 일으켜 준다, 라고 하셨는데... 항해하는 배 위에서 요리하며 글을 쓰면서 등대의 빛을 향해가시길 바랍니다. 마음의 중심추인 키를 잡고 앞으로 달리시고, 가끔은 옆으로도 달려보고, 뒤돌아보기도 하면서 항해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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