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조로증에 걸린 아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잭"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 남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탓에 학교를 졸업할 때는 운명 직전의 늙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되었던 소년. 그를 둘러싼 뜨거운 우정과 눈물겨운 감동이 여전히 가슴 속에 잔잔히 남아있다. 이번 이야기는 그 반대이다. 늙은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차 젊어지는 소년의 이야기. 과연 나는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며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공허한 표정의 소년. 아름답다. 하지만 슬프다. 까만 바탕안에서 그는 그렇게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나는 그냥 잠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거짓말 같은 삶을 살아야했던 소년. 그 아픔을 고통을 나는 차마 이해할 수가 없어 조금은 당황스럽고 겁이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 그리고 결코 불행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삶 속에서 그저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히 그의 이름을 한 번 되뇌어 보았다.

 결코 얇지 않은 두께의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때로는 깊은 슬픔을 가끔은 진한 감동을 그리고 한편으로 셀렘을 느끼며 그와 함께하는 며칠간의 여행을 즐거웠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는 그의 고백을 듣는 순간 나는 눈물을 한 방을 떨어뜨렸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입니다라는 그의 고백에 답을 하곤 한참동안 그 떨림을 가슴에 잡아두려 노력했던 것 같다.

 나는 잠시라도 어느 누구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적이 있는가?라는 쓸데없는 질문을 해보며 고개를 도리도리젔던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의 진한 고백과 함께 돌아본 내 삶은 그리 헛되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실패와 도전이 가득했던 삶 속에서 나 역시 많은 이들의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막스와 같은 이를 내 평생 다시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이 책과 함께 오랜시간을 보내며 그를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다시 꺼내보려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