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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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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18쪽 | 340g | 135*195*20mm |
ISBN13 | 9788952771339 |
ISBN10 | 8952771338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3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격(格)과 치(治)라는 제목만 보고 두툼하고 무거운 책일 거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판형도 아담하고 두께도 산뜻해서 그랬는지 책을 받고는 크게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얼른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제목은 '인생의 격을 높이고 현자의 치를 터득하다'라는 의미인데,조선일보에 연재됐던 'CEO 고사성어'칼럼을 엮어서 펴낸 책이었다.
내가 고사성어에 처음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초등학교 때였다. 그 때는 그 고사성어가 의미하는 것이 뭔지따위에는 신경도 안쓰고 관련 이야기에만 정신이 팔려 읽었다. 역사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읽듯 읽은 거였다. 그러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한문시간에 고사성어를 조금 배우면서 고사성어를 많이 기억하고 외우게 됐다. 그때서야 비로소 고사성어에 담긴 교훈이나 그 의미를 조금씩 깨우쳐갔던 것인데,
'격과 치'에서는 15편의 고전에서 가려낸 88개의 고사성어를 소개하고 있는데, 주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는 것만큼 보여서 그런건지, 관련 이야기를 알고 보는 것하고 그냥 고사를 모른 채 성어를 접하는 것과 그 뜻을 아는 것하고는 어감에서나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먹다 남은 복숭아를 군주에게 먹인 죄라는 뜻을 가진 餘桃之罪(여도지죄)가 그런 경우이다.
보통 상식이라고 알려진 고사성어는 많이 알고 있는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성장, 수양, 인간관계, 용인, 판단 등 조직생활 속에서의 리더십관 관련한 성어들이 주라서 모르는 성어도 적지 않았다. 아는 성어가 조금 더 많았지만 그래도 아는 성어가 나오면 반가운 심정이었다.
대체적으로 책 읽을 때 걸리는 것 없이 죽죽 읽어가는 스타일인데, 이 책은 제목만이긴 했지만 첫 성어 때부터 더듬거려가면서 한자한자 소리내 읽어 내려갔다.
군자가 미워하는 것 君子亦有惡乎(군자역유오호). 한자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한글 처음 배울 때처럼 일일히 한자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소리내 읽고 뜻을 새기고, 스스로 해석도 해보고 그러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고사성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워낙 오래전 이야기에 의미라, 고루하고 진부한 의미라고 여겨질 법도 하지만 현대처럼 복잡한 사회 때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지, 담백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더러 요즘 시대에선 무슨 의미인지 애매한 표현이나, 요즘 시대에 추구하는 방향하고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고사성어도 있었다.
군자의 잘못은 일식,월식과 같다. 如日月之食(여일월지식), 이 경우는 일식, 월식과 같다는 표현이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안갔는데 이어진 관련 고사와 풀이를 보니 이해가 됐다.
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人皆見也 更也 人皆仰之(자공왈 군자지과야 여일월지식 언과야 인개견야 경야 인개앙지)
자공이 말했다. "군자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 같아서 사람들이 모두 보게 되지만, 이를 고치게 되면 모두 우러러 보게 된다"-[논어] 자장(子張편) -92쪽
나보다 유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어라. 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이능문어불능 이다문어과)는 겉으로 보이는 내용과 달리 소통을 강조하는 뜻이었다.
쭉 읽다보니 고사성어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언급되고 이렇게 회자되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겉으로 드러난 의미만 봐서는 안되고 고사가 나왔던 시대적 배경이나 당사자의 상황을 알고 현대 사회와 가치 속에서 그 의미를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고사성어에는 당대에 통용될 수 있는 가치와 방향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고사성어를 재해석하고 음미할 수 있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인간, 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지혜와 가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격과 치'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현대적이고 새로운 해석을 좀더 적극적으로 담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또 전통적인 해석은 그 나름의 품격이 있으니, 그것도 괜찮았다. 거기에 필자가 CEO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리더의 입장에 우선한 내용을 선정하고 성어에 접근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애정이나 속세의 생활과 관련한 흥미로운 고사성어도 소개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채워지지 않았다. '격과 치'는 제목처럼 시종일관 진지하게 뚜렷한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조직과 사회의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은 시대에 따라 변한 것도 있는 반면 수천년이 흘러도 한결같은 덕목들도 눈에 띄였다.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가 된다는 것은 혹은 군주가 됐던 CEO가 됐건 대통령이 됐건, 리더에게 시대의 변화를 읽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통찰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고사성어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치 조선시대 선비가 돼 공부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만약에 다시 한문 문장을 읇고 독해하고, 그런 식으로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돌아온다면?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해볼만하지 않을까.
예전엔 공자 타령하고 수천년 전 이야기가 마냥 시대에 뒤떨어지고 고리타분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동양 고전의 고아하고 읽을 수록 와닿는 깊은 의미에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사성어를 통해 여러가지 원칙을 배우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도 된다.
공자님하고 제자들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수천년 전 인물들이 부딪쳤던 그 상황을 떠올리기도 하고,왜 그 순간 그런 판단을 내렸을까. 그 뒤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지? 왜 이렇게 해석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사성어는 그 성어마다 모두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오타: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人皆見也 更也 人皆仰之((자공왈 군자지과야 여일월지식 언과야 인개견지 경야 인개앙지) 라고 돼 있는데 밑줄 친 '야'자를 지로 잘못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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