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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9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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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8쪽 | 667g | 145*225*22mm |
ISBN13 | 9788962620856 |
ISBN10 | 8962620855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대학교 때 실험 보고서 쓰기는 꽤나 골치아픈 과제였습니다. 실험 자체는 해볼만한 것이었고 보고서의 형식을 따라 정리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결과 분석 및 토의'(저희 때는 그냥 'Discussion'이라고 썼더랬습니다)였죠. 결과가 정확하면 정확한대로, 부정확하면 부정확한대로, 쓸 내용이란 게 별 게 없었거든요. 그 실험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결과가 그렇게 나왔는지는 다 아는 건데 '무슨 토의할 게 있다고...'라는 게 대학교 1학년 때 저와 대다수 친구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보고서 채점 결과를 'Excellent'로 받게 되면서 제가 깨달은 유용한 팁 - 바로 '적응과 진화'였죠.(저는 전공이 생물교육학...^^;) 실험에 쓰인 동식물의 여러 특징이나 반응에 대해 진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추측하고 그에 적합한 자료를 찾아 제시하면 보고서는 항상 'Excellent'(또는 A+)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마 제가 주변의 모든 생물(인간을 포함해서)에 대해 적응과 진화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물론, 지금이야 대학교도 졸업했고 사회 생활을 통해 그리고 나이듦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긴 했지만 생물의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적응과 진화는 꽤 그럴듯한 설명을 제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 <센스 앤 넌센스>는 그런 진화론적 분석에 대한 책입니다. 진화론이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책이 아니라, 진화론으로 우리 인간의 행동과 사회 현상을 분석해보고자 했던 노력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죠.(그런 점에서 진화론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다른 책을 찾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이래 다양한 종이 명멸했던 과거를 설명하는데 진화론만큼 쓸만한 과학적 무기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 유용한 이론을 인간에게 들이대려는 시도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을 겁니다. 다만, 그 시도가 정말 과학적이고 정확했느냐, 아니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었느냐는 것이 문제였겠죠.
이 책에서 우리는 크게 다섯 가지의 방법론과 그 방법들을 적용한 몇 가지 과학 연구의 사례들을 살펴보고 과연 인간과 인간 사회를 설명하는데 어떤 방법이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에서 다섯 가지 중 어느 것이 가장 좋다고 결론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고요.
인간은 굉장히 복잡한 존재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동물군에 들어가지만, 그게 다라고 할 수 없는 특이한 생명체이죠. 그러니 동물행동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세계 각지의 오지에 흩어져있는 원시부족 연구를 통해 인간 행동의 근원을 설명하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겠지만 복잡한 현대기술문명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보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수렵채집 생활에 적합하도록 형성되었기에 현대의 환경에서는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과거의 환경을 너무 단순화시키거나 지나치게 비약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유전자-문화 공진화로 설명하고 적용해보려는 시도 역시 유용한 부분과 아울러 확대 해석의 가능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니 진화론으로 인간을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연구 하나하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요즘 구석기 시대 다이어트법이니, 트라우마의 유전이니, 솔깃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아직은 가설 수준의 이야기들을 마치 증명된 내용인 듯 책으로 쓰는 분들도 많아서...--;)
지금 현재 우리가 고려해야할 것은, 이런 시도들이 단순히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에서 그치는 것인지, 과학적으로 타당성을 확보한 정확한 연구 방법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치를 얻어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결론으로 안착된 것인지를 구별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최선의 결과값을 얻기 위해 앞으로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할 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죠. 책 마지막에서 얘기하듯, "생물학과 사회과학의 참된 결합은 센스와 넌센스의 비율이 개선될 때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니까요.
* 몇 가지 덧붙임
1) 각 장 말미에 나오는 '더 읽을거리'란은 앞으로 읽어볼만한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되는 안내였습니다.
2) 각 장의 주석을 책 뒷부분에 모아놓는 형식의 미주... 저는 질색이라 처음엔 좀 챙겨 봤지만 점점 안 보게 되더군요. 출판업계에 계시는 분들, 저같은 귀차니스트를 고려하시어 부디 각주로 좀 해주세요~
3) 마지막 제 8장의 제목 '진화론에 접근하는 다섯 가지 방법'은 그다지 내용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번역은 아닌 듯합니다. 원래 제목이 'Comparing and integrating pproaches(아마도 approaches의 실수?)'로 되어있던데, 내용을 보면 진화론에 접근하려는 게 아니라 다섯 가지의 진화론적 접근 방법을 비교해서 (인간 행동 및 사회 현상을 설명하기에 가장) 합당한 연구 방법을 모색해보려는 것이었죠.
4) 제가 생각하기에 이 책은 자연과학 서적이라기보단 역시 사회과학 서적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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