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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1년 12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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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쪽수확인중 | 21,000g | 300*330mm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87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집집마다 세월의 흔적을 느끼고 오래도록 읽어 너덜너덜 하지만 버릴 수 없는 그런 책이 있다. 아이들의 그림책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자라고 이제는 더 이상 읽지 않는 나이로 자랐지만 아이보다 부모들이 더욱 더 애착을 가지고 있어 버릴 수 없는 그림책 덕분에 아이들도 가끔은 들춰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그림책.... 그중의 하나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이다.
처음부터 이 책을 먼저 만난 건 아니다. 뮤지컬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책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씩씩.... 화가 난 듯한 두더지 눈이 잘 안보이는 두더지의 특징을 잘 살린 체 조그만 안경을 낀 모습 그러나 누군가에게 따지러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머리위에 놓인 똥덩어리 때문이다. 어느 날 누군가 땅속에 있는 자신에게 똥을 누고 떠난 것이다. 똥의 주인을 찾기 위해 두더지는 길을 떠난다 "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라며 소리치면서....
비둘기를 첫 번 째로 만나지만 비둘기는 하얀 물똥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곧이어 말과 토끼, 염소, 젖소, 돼지를 차례로 만난다. 그때까지 두더지는 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똥을 쌌는지 알수 없지만 똥냄새를 좋아하는 파리를 만나고는 곧 자신에게 똥을 싼 범인을 알게 되고, 두더지는 멋지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참 재미있는 표현들이 가득한 그림책이다.
철썩하고 떨어지는 비둘기 똥, 쿠당당 떨어지는 말의 똥, 타타타 떨어지는 토끼 똥, 도도당동당 하고 떨어지는 새알 같은 염소똥, 쫘르르...뿌지직.. 동물들이 똥을 싸는 모습도 다양하다. 동물과 똥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한꺼번에 모아둔 책이다.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인 내가 더 재미있어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통통하게 살찐 파리 두 마리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 범인은 정육점 집 개 한스였다는 것을 알고 두더지는 어떻게 복수를 했을까 생각하지만, 곧 복수의 내용은 밝혀진다. 곶감 씨 같은 자신의 똥을 한스와 같은 방법으로 머리위에 슝~하고 떨어뜨리고는 기분 좋게 땅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통쾌하니 두더지야!!라고 물어보고 싶다. 어쩌면 범인을 찾는 일이 부질없는 내용같지만 두더지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일이었을 테다.
아이들은 똥이 나오는 책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똥 이야기만 나오더라도 배꼽을 잡고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어른들은 마냥 더럽다고 느끼는 똥을 아이들은 재미있는 소재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선입견이 생기고 순수함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너덜너덜 떨어진 표지가 안쓰러워 테이핑 되어 있는 책장속의 책을 다시 꺼내보니 뮤지컬을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고 싶어진다. 현재 이 책은 양장본이외에 보드북, 팝업북으로도 나오는데 아직 팝업북을 만나보지 못했다. 어떤 재미있는 동물들의 모습과 똥들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하하하 재미있는 똥이야기를 하면서...마냥 웃고 싶다.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하며 감동적인 그림책이 또 있을까? 교육감 선거로 학교 투표소에 오는 길에 딸아이를 위해 빌려온 「세 엄마 이야기」를 읽는데, 너무 웃겨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깔깔대며 웃었다.
그림책의 화자인 소녀, 소녀의 엄마,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 이렇게 4대에 걸친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는 소녀의 집이 넓은 밭이 딸린 작은 집에 이사를 하면서 시작된다. 소녀보다 더 덜렁대고 계획을 세운다기보다는 행동부터 하고 보는 귀여운 엄마는 콩가루가 가득 묻은 인절미가 먹고 싶은 생각에 그 너른 밭에 콩을 심기로 한다. 하지만, 밭일이라곤 해 본 일이 없던 엄마는 처음 시작할 때는 산이라도 옮길 만큼 의욕이 넘쳐나지만 밭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하다하다 안되니 콩을 심을 때, 잡초를 뽑을 때, 콩을 베어낼 때, 콩을 털 때마다 “엄마! 도와줘!”를 외친다. 그러면 엄마의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오시고,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황소를 타고 달려오신다. 그때마다 농기구도 적절하게 쇠스랑이며 낫을 들고 오셔서 그 많은 콩을 심고 가꾸며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은 글이 없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말보다 더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표정으로도 그림책을 읽는 내내 웃음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게 만든다.
이 그림책을 보니 나도 엄마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체급식을 못하는 비위 약한 딸을 위해 졸업 후에도 직장생활을 했던 수년간 도시락을 싸 주시고, 나이만 잔뜩 먹었지 철없는 딸이 결혼을 한다니 숟가락, 젓가락까지 사다가 놔 주시며, 아이를 낳아 팔다리가 가늘어 부러질 것 같은 아기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때 손수 목욕시켜 주시고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던 엄마. 햇수로 10째인 주부인데도 고기를 먹지 않는 딸을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을 해서 수시로 가져다주시는 울 엄마. 이렇게 유쾌한 그림책을 읽고 났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날까? 엄마에게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씀 드려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내 딸아이에게 우리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한 권의 그림책이 주는 힘을 「세 엄마 이야기」를 통해 다시 깨달았다.
아, 참 좋은 우리 엄마. 엄마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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