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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이 개봉되었을 때, 어렸기 때문에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 십년간 어린 토토(살바토레 카스치오)가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명한 감독으로 성장한 토토(자끄 페렝)가 알프레도가 유품으로 남긴 편집된 영상을 감상하면서 상념에 잠기는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사랑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는 곳에서 항상 이러한 장면들이 인용되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더하여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ost는 그러한 장면들이 전달해주는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보게 되는 영화이건만 생소함과 낯선 느낌이 아니라 진한 감동을 마주할 수 있다는 설레임이 먼저 앞서게 된다.
토토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가 도대체 왜 불멸의 명작으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는 것일까?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더불어 친구이자 때로는 아버지와 같은 자상함을 보여주는 알프레도와의 세대를 초월한 순수한 우정이 아마 그에 대한 답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교가 끝나면 마을의 광장에 있는 낡은 영화관 '시네마 천국'에서 영화를 보고, 또한 영사 기사인 알프레도의 어깨 너머로 그가 하는 일을 배우면서 영화에 푹 빠진 토토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순수해 보인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마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지만, 그 시대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라는 사실은 영화에 빠진 토토의 순수함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심지어 동부 전선에서 아버지의 전사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함께 집에 가는 도중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를 보면서 미소를 짓는 토토의 표정은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아이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토토에게 영화는 당시 힘든 상황을 잊을 수 있는 공간이고, 그곳에서 영사 기사로 일하는 알프레도는 그에게는 기억이 희미해진 아버지를 대신하는 존재로 보여진다. 알프레도 역시 영화에 대한 토토의 열정을 알고 있기에 내심 그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 영사기를 다루는 일을 가르쳐주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토토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달리는 알프레도의 모습은 나이를 초월한 친구의 모습이자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영화를 매개로 하여 맺어진 둘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무르익어 간다.
영화 상영 도중 영사기의 화재로 인하여 화상과 시력을 잃게 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지만, 이 비극적인 사건 역시 둘의 관계가 알프레도와 토토의 일방적인 관계가 알프레도를 대신하여 토토가 영사기를 다루는 일을 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의 변화를 가져오기에 마냥 슬픈 것으로만 비춰지지 않는다. 마치 알프레도 역시 자신의 일을 토토가 대신해주길 바랬던 것처럼 둘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면서 멘토로서의 역할이 더욱 부각된다. 이야기는 이 둘의 관계에 엘레나(아그네즈 나노)가 끼어들면서 새로운 방향의 전환을 가져온다. 서로 사랑하게 된 둘의 관계는 왠지 토토와 알프레도의 관계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공주와 병사'의 이야기에서 100일간 공주를 기다리던 병사가 99일째 되는 날 떠나버렸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프레도가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의 결말을 알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으며 동시에 관객에게도 그러한 암시를 전달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영화 속의 토토만이 엘레나에 대한 사랑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며칠 밤동안 엘레나의 창 밖에서 기다렸고, 둘의 만남은 이루어졌기에 그의 희망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여진다. 둘의 아름다운 데이트 장면과 극적인 만남에 이어지는 키스 장면까지. 하지만 엘레나의 아버지의 반대로 인하여 결국 둘의 사랑은 엇갈리게 된다. 이에 상심한 토토를 알프레도는 마을을 떠나서 절대 돌아오지 말고 로마로 가라고 권하는 장면은 알프레도의 토토에 대한 진솔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둘의 우정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로 꿈꾸는 것이기에 이 영화는 점점 관객들에게 명작으로 각인되기 시작한다. 수 십년이 지나 알프레도가 사망한 이후에 그의 부고를 듣고 마을로 돌아온 토토의 슬픈 표정은 그가 어렸을 적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극장 '시네마 천국'이 철거되는 장면에서 아련한 예전 추억의 향수에 젖는 표정으로 변화하게 된다. 슬픔과 동시에 소중한 추억이 깃든 자신의 고향에서.
알프레도가 유품으로 남겨준 영상. 신부님의 종소리와 더불어 그동안 편집되어 상영되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장면들의 모음은 알프레도의 토토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기에 미소를 짓고 그것을 바라보던 토토는 점점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세상을 떠난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남겨준 것은 단순히 영화의 삭제 장면이 아니라 영상으로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토토의 추억이었으니 말이다.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ost인 'Love Theme'은 토토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영상과 더불어 선사해준다.
개인마다 명작의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아마도 <시네마 천국>은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작으로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의 순수한 우정과 더불어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 <시네마 천국>. 소설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에서 네루다와 우편 배달부인 마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토토와 알프레도의 순수하면서도 진한 우정은 시대를 초월하여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더불어 극장판이 아닌 감독판을 본다면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에 대한 뒷이야기를 볼 수 있기에 각각의 판본에 따른 상이한 감동의 순간을 맛볼 수 있기에 이 추운 겨울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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