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시대 대일 외교의 지침서 『해동제국기』<br/>2. 우리 역사 최초의 체계화된 성문헌법 『경국대전』 <br/>3. 동방의 마르코 폴로, 선비 최부의 중국표류견문기 『표해록』 <br/>4. 친필 일기로 만나는 인간 이순신 『난중일기』 <br/>5. 소설로 풀어준 서얼들의 한 『홍길동전』 <br/>6. 세계로 열린 최초의 문화백과사전 『지봉유설』 <br/>7. 실학파 별들이 노닌 거대한 호수 『성호사설』 <br/>8.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대한 인문지리서 『택리지』 <br/>9. 이백사십년 전 청계천 준설공사 기록 『준천사실』 <br/>10.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새 시대의 청사진 『열하일기』 <br/>11. 놀라운 기억력이 돋보이는 궁중문학의 백미『한중록』 <br/>12. 오백년 왕조의 공식 국가 기록 『조선왕조실록』<br/>13. 국왕의 숨결까지 담아낸 비서들의 일지 『승정원일기』 <br/>14. 생생한 조선왕실 행사기록 『의궤』

우리가 전혀 낯선 세계인 또 하나의 책을 집어들 때에는 몇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그 중 하나가 '눈길을 끄는 책 제목' 이다. 이 책의 제목을 들여다보다가 스스로 곱씹어 생각해본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고전명저라 불릴만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언뜻 떠오른 것이 홍길동전 같은 소설류, 박지원의 열하일기같은 실학파의 저서들이다.

하지만 머리속에 떠올랐던 그 저서들을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어린아이도 줄줄 외우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연극 한번쯤은 봤을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들 만큼 우리가 우리의 고전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한번쯤은 깊이 반성할 일이다. 한자로 씌여졌고, 내용도 어렵다는 핑계는 우선 접어두자.

이 책은 그런면에서 환영받을 만 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인 역사학자 신봉주씨가 조선 시대에 씌여진 수많은 저서들 중에서 최고의 명저만을 추렸다. 책 한권 읽기도 힘들다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요점을 간추린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요점을 추려 정보를 전달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럼 어떤 책들이 조선 최고의 명저로 선정되었는가. 우선 위에서 우리가 쉽게 떠올렸을법한 저서들의 제목이 목차에 보인다. 『홍길동전』, 『열하일기』, 『택리지』. 그리고 한번쯤은 국사책에서 본듯한 제목의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경국대전』, 『한중록』, 『난중일기』도 들어있다. 물론 한번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해동제국기』, 『표해록』, 『준천사실』 같은 경우도 있다.

저자는 조선 최고의 명저 14선에 관해 개략적으로 소개함과 동시에 한권 한권 쉬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시대순으로 정리된 14편의 저서들에 반영된 시대상은 물론, 주요 내용과 저자들의 집필 의도,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 빗대어 볼 수 있는 시대적 의미까지 조심스레 제시하고 있다.

직접 원본을 연구하고 있는 학예연구사로서 '기록물로서의 가치와 함께,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선정' 하였다는 머리말 속에는 저자의 치열한 작업의 흔적이 묻어나온다. 저자의 고된 작업 만큼, 책은 우리 여인네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정갈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감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게 하고 한발짝 더 나아가게 만든다.

하나하나 잘 차려놓은 깔끔한 한정식을 먹는 기분으로, 우리의 고전을 어렵지 않게, 하지만 너무 얕지도 않게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1. 조선시대 대일 외교의 지침서 『해동제국기』
1471년에 쓴 신숙주의 일본기행문. 15세기 당시에 축적된 조선의 대일본 외교역량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다. 유구국을 포함한 일본의 역사와 정치, 지리, 풍속, 물산 등이 문헌기록과 자신이 직접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현실적인 외교관례와 절차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편찬 이래 조선의 대일본 외교의 지침서로 쓰였다. 저자는 한 나라의 외교 지침서를 만들 정도로 지적, 외교적 역량이 뛰어난 인재로 신숙주를 재평가하며 이 책의 서술체계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2. 우리 역사 최초의 체계화된 성문헌법 『경국대전』
관습법을 위시한 불문법이나 중국의 버전에 의존하였던 고려시대와는 달리, 조선시대에는 경국대전이라는 성문법전이 완비되어 헌법으로 기능하였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선경국전을 출발로 삼아 90여 년에 걸쳐 통일성문법전으로 법체계가 정립되어 가는 과정을 거쳐 실제 문제의 법 규정 속으로 들어간다. 남여 노비의 ‘출산휴가제’나 인구에 비례한 과거 응시의 ‘지역별 쿼터제’와 같은 오늘의 난제들을 당연한 듯 법 규정으로 싣고 있는 선조들을 만난다.

3. 동방의 마르코 폴로, 선비 최부의 중국표류견문기 『표해록』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떠난 길에 풍랑을 만나 표류 끝에 밟게 된 중국 땅, 거기서 보고 들을 것들을 책에 담았다. 귀국 후 왕의 명을 받은 지 8일 만에 다 써버린 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지식이 담긴 중국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저자는 최부의 박학함에 초점을 맞추어 당시 중국의 관리들도 감탄한 조선 선비의 우수정을 자부하고 있다.

4. 친필 일기로 만나는 인간 이순신 『난중일기』
이순신은 조선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한 전쟁영웅이기 이전에 전란 속에서 떨어져 사는 가족 걱정에 시름한 아들이자 아버지요, 지아비였다. 그리고 누군가를 꼬투리 잡고 미워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이었다. 7년의 환란을 선두에서 헤쳐나간 장수의 진중일기 속에 숨어 있던 한 인간을 만나게 한다.

5. 소설로 풀어준 서얼들의 한 『홍길동전』
‘양반집 첩의 자식, 신비한 도술과 현란한 무술의 달인, 도둑의 괴수, 그리고 율도국이라는 이상국의 왕 ...’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시대가 안고 가기에는 버거웠던 혁명아, 허균의 살과 사상이 녹아 있는 수작이다. 저자의 홍길동전 읽기는 현실에 발 딛고 꿈을 꾸는 한 인간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렬하고 생명력이 긴 가를 실감케 한다.

6. 세계로 열린 최초의 문화백과사전 『지봉유설』
무실(務實)의 학문을 강조한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이 당대의 지식과 사상을 총망라하여 쓴 책이다.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가 그들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대에 멀리 유럽까지 관심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주자성리학이 정치와 경제와 일상을 지배하며 경직화되어 가던 시기에 불교와 도가, 천주학까지 섭렵하고 있다.

7. 실학파 별들이 노닌 거대한 호수 『성호사설』
이수광이 실학의 선구자였다면 이익은 실학을 학풍으로 발전시켜 이후 시대를 선도하는 많은 제자들을 기른 인물. 자신의 호 성호(星湖)처럼 실학의 별들이 노닌 거대한 호수였다. 저자는 성호사설 고유의 백과사전적 구성 및 서술체계를 살펴봄과 동시에 성호사설을 선배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과 비교 분석하여 읽고 있다.

8.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대한 인문지리서 『택리지』
저자는 택리지가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 선비의 의지에서 탄생한 저술이라 보고 있다. 조선 후기 당쟁의 환란 속에서 실세한 남인 학자, 제대로 된 거쳐 한 곳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온 국토를 누비며 자연이 있고 역사가 있고 사람이 있는 곳으로 우리 땅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었다. 답사의 길잡이를 넘어 18세기 조선의 정치 역정이 묻어나는 역사의 한 기록으로 읽게 만든다.

9. 이백사십년 전 청계천 준설공사 기록 『준천사실』
조선시대 청계천은 어떠했을까? 조선이 한양에 도읍한 이래 청계천은 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그러나 여름 장마철만 되면 민가를 덮치는 괴물이 되었다. 태종대부터 조선의 국왕들은 청계천의 범람을 막는 데 힘을 기울였다. 18세기 영조 때, 청계천 가는 공사를 지휘하는 관리들과 공사에 참여한 민들로 북적댔고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한 영조는 공사의 전말을 책으로 펴내도록 명하였다. 준천사실과 준천계첩이라는 공사의 보고서는 치밀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10.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새 시대의 청사진 『열하일기』
풍자와 해학의 미학, 시대를 꿰뚫는 통찰의 보고서, 미래의 청사진을 담은 설계도,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대한 수사 아닌 수사들이다. 저자는 박지원을 박제가, 박규수로 이어지는 북학파 실학의 뿌리이자 개화사상이라는 근대사상의 효시로 본다. 그만큼 박지원은 조선의 현실을 개혁가의 눈으로 비판하고 딛고 일어서고자 하였으며, 조선의 미래를 세계 속의 미래로 그려내고자 했다. 조선의 학자군주 정조로 하여금 문체반정의 서곡을 울리게 만든 책, 열하일기 속에는 시대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천재의 재기와 고뇌가 실려 있다.

11. 놀라운 기억력이 돋보이는 궁중문학의 백미『한중록』
여든 살의 노회한 여인이 무려 7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열 살배기 세자비로 간택되던 때를 회고하고 있다. 조선왕조 최대의 왕실 비극의 역사 ‘임오화변’의 또 다른 주인공, 혜경궁 홍씨가 수십 년 궁중생활의 전말을 기록한 책 한중록은 그래서 조선 후기 왕실생활 사료이다. 그러나 저자는 회고록이 전하는 사실을 사실로서만 받아들이지 말 것을 경고한다. 한중록의 또 다른 진실을 저자와 함께 파헤쳐 보는 것도 의미 있는 고전 읽기가 될 것이다.

12. 오백년 왕조의 공식 국가 기록 『조선왕조실록』
전왕대의 사관이 작성한 사초와 각 정부기관의 시정을 요약한 시정기를 기반으로 조선왕조가 후대를 위해 남긴 국가 공식기록이다. 그만큼 왕조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빠짐없이 거론되어 있다.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민들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조선이라는 사회를 오롯이 그려내고 있다. 이 속에는 왕조 건국의 주역 정도전이 있고, 우리가 잘 아는 의녀 장금이도 있다. 또한 권력의 부침이 만들어낸 수정본 실록도 있다.

13. 국왕의 숨결까지 담아낸 비서들의 일지 『승정원일기』
승정원일기는 기록이 가질 수 있는 세세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국왕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비서들이 매일매일 빠짐없이 쓴 기록인 만큼 그날그날 국왕의 기분까지도 간파하여 담아냈다.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세종은 수십 가지의 병을 달고 산 육식가이다. 영조는 채식을 고집했다. 저자는 전 왕대를 기록한 실록과 비교하여 현왕대의 사건, 사실들을 자세하게 객관적으로 담아내려 한 승정원일기의 현시성과 치밀함에 점수를 주고 있다.

14. 생생한 조선왕실 행사기록 『의궤』
의궤는 조선에만 있는 독특한 형식의 행사기록이다. 왕실 인사들의 통과의례에서 여러 국가의식에 이르기까지 숱한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성균관에서 열린 활쏘기 대회에서 어느 관리가 어느 쪽 팔로 활시위를 당겼는지까지 기록한 것이 의궤이다. 저자는 왕의 혼례를 다룬 가례도감의궤를 기본으로 의궤의 구성과 내용, 더불어 그 속의 그림(반차도)까지 정밀하게 읽어가고 있다.

“내가 춘저(세자궁)에 있을 때 평소 책에 빠져 연경에서 고가(故家) 장서를 사왔다는 소식이 있으면 문득 가져와 보라고 하여 다시 사서 보았다. (중략) 경사자집(經史子集)을 갖추지 않는 것이 없는데, 이 책들은 내가 다 보았다.”<br/>-『홍재전서』「일득록」 중에서<br/><br/><br/>1. 역사학자의 눈으로 조선 최고의 명저들을 읽는다 - 개요<br/><br/>우리가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것 중 가장 자랑스러운 걸로 꼽는다면 단연 ‘고전적(古典籍)’ 즉 옛날 책이다. 선조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책에서 찾았다. 뿐만 아니라 오늘 일어나는 일을 후일의 ‘전거’로 삼고자 성실하게 기록해 두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의궤와 같은 국가적 사업으로 편찬된 기록물에서 개인의 일기나 기행문, 보고서, 문집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기록물과 서책은 500만 권 이상이다. <br/> 『조선 최고의 명저들』은 조선 시대사를 전공하고 규장각의 방대한 서책들을 바탕으로 기록문화와 왕실문화를 연구해온 신병주 선생이 조선이라는 나라와 그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책,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민과 선택이 살아있는 책을 기준으로 14권을 선정하여 역사학자의 눈으로 풀어헤치는 책이다. <br/> 기행문에서 일기, 보고서, 문집, 그리고 관찬 기록 등 국보(國寶)에서 당대의 베스트 셀러까지 신병주 선생은 시대에 따른 명저들의 특징은 물론, 명저들이 시대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관점과 맥락, 인물과 사건, 이야기를 명저의 현재적 의미 및 시사적인 이슈와 함께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소개한다. <br/> 글을 좀 읽는다는 사람치고 자신의 글을 남기지 않은 사람이 없던 시대, 그 시대가 우리에게 남겨준 기록유산들, 이 속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추구한 삶의 가치와 역사, 문화가 녹아 있다. 역사학자의 눈을 따라 명저들의 역사적 배경과 저자의 사상을 파헤쳐 가노라면, 선조들의 삶과 생각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이끌어간 문화와 사상의 깊이까지 맛볼 수 있다. <br/><br/>“선조들이 남긴 고전 속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우수한 학문적ㆍ문화적 역량을 확인함과 동시에 우리들에게도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고전 읽기는 단순히 그 줄거리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오늘에 되새김질할 의미를 찾는 작업이 될 때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br/>-저자, 머리말 중에서<br/><br/><br/>2. 조선의 지적ㆍ문화적 역량, 명저를 알면 조선이 보인다 - 특징1<br/> <br/>조선이라는 나라가 기록과 서책의 문화역량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국가의 방대한 편찬사업을 꼽을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서 보듯 왕실이나 각종 행정기구가 편찬한 기록은 기본적으로 한 시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리즈의 형태로 시대를 넘어 조선왕조 5백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이는 조선시대의 정치가 공개성과 투명성에 기반하여 합리적 구조로 운영되었다는 지표가 되는 동시에, 보다 지적인 문치주의를 민간으로 확산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br/> 학자를 비롯한 개인들도 문집이나 일기를 통해 저마다 자신의 학문과 생각들을 기록하여 책으로 남겼다. “이곳에서 감탄하면서 볼 수밖에 없고 자존심이 상하는 한 가지는 아무리 가난한 집에도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한 주베르(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의 일원)의 말처럼, 조선시대에는 글을 좀 읽는다는 사람치고 자신의 기록물을 남기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래야 사회적으로도 대접받을 수가 있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서책을 지혜를 습득하고 전하는 매체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br/> 조선왕조 5백년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단연코 문화적이고 지적인 ‘글과 서책’이다. 이 속에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추구한 삶의 고민과 함께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다. 그 시대의 글과 서책을 박제화 된 기록으로 치부할 때는 별다른 감동을 얻지 못하지만, 고전을 음미하고 대화할 때는 현재에 되살아나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데 주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br/><br/><br/>3. 시대상을 보여주는 책,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책 - 특징2<br/><br/>이 책의 저자인 신병주 선생은 조선시대 역사를 전공하고, 규장각에서 조선 명저들의 진가를 가까이에서 늘 접하고 있는 역사학자이다. 신병주 선생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25만여 점의 주옥같은 지적유산과 서책 중에서도 14권을 선정하여 독자들이 명저들에 투영된 선조들의 문화역량을 실감하기를 기대하며 소개한다. <br/> 명저를 선정하고 리뷰하는 관점은 역사학자의 눈이다. 조선왕조의 지적, 문화적 수준을 여실히 보여 주는 서책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책,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의 고민과 선택이 살아있는 책을 우선하여 선정하였고 이를 통해 시대와 인물 읽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를 테면 허균의『홍길동전』은 허구라고 치부하며 소설로 읽기에는 그 속에 들어 있는 번뇌와 역사와 사상이 깊고 진지하며 무겁다. 임란을 겪고 당쟁이 격화되는 시기 강화되어 가는 서얼에 대한 차대에 맞선 허균이라는 지식인의 고뇌와 선택을 시대의 상황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최부의 『표해록』은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당시 축적된 지적 역량과 해외에 대한 정확한 인식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책으로 소개한다. 『한중록』에서는 혜경궁 홍씨의 회고록이 전하는 내용들을 사실로서만 받아들이지 말고 역사적 맥락에서 또 다른 진실을 파헤쳐 볼 것을 권하고 있다. <br/>4. 조선왕조 5백년을 이끈 명저들 - 내용<br/><br/>우리 역사 최초의 체계화된 성문헌법인 『경국대전』에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합리성을 들여다 볼 수 있다. 15세기의 명저인 신숙주의 『해동제국기』나 최부의 『표해록』은 당시 축적된 지적 역량과 해외에 대한 정확인 인식을 보여준다. 『난중일기』에는 장군 이순신의 위상에 가려졌던 인간 이순신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홍길동전』에서는 자신의 꿈을 한 편의 소설 속에 투영해내고 있는 허균이라는 인물을 통해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지식인의 궤적을 추적해 볼 수 있다. <br/><br/>『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은 백과사전으로 조선시대에 대한 지식의 폭을 확대할 수 있다. 『지봉유설』에는 무실(務實)의 학문을 강조한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의 사상이 녹아 있고 『성호사설』에는 당쟁의 피해자로 고통 속에서도 실학을 완성한 이익의 학문세계가 함축되어 있다. 또한 18세기 우리 국토를 답사하면서 산천ㆍ풍수ㆍ인심을 논한 『택리지』는 당대 사대부들이 너도나도 책을 손에 들고 국토를 유람하는 붐을 낳았던 베스트 셀러였다. <br/><br/>국가적인 토목공사의 추진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한 『준천사실』을 통해서는 조선시대 왕들의 국가경영 의지를 읽어볼 수 있다. 『한중록』에서 궁중생활의 다양한 양상을 접해 볼 수 있으며, 『열하일기』에 나타난 박지원의 진취적인 세계주의 사상은 세계화와 정보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새로운 지혜를 가져다준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이 조선시대 기록문화를 대표하는 방대한 기록물을 통해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려 했던 선조들의 의지를 읽어볼 수 있으며, 의궤에 그려진 화려한 반차도들은 당시의 높은 그림 수준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의 시대에도 당대의 삶의 모습을 후손들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과제로 던져주고 있다. <br/><br/>『해동제국기』 조선시대 대일 외교의 지침서 <br/>『경국대전』 우리 역사 최초의 체계화된 성문헌법 <br/>『표해록』 동방의 마르코 폴로, 선비 최부의 중국표류견문기 <br/>『난중일기』 친필 일기로 만나는 인간 이순신 <br/>『홍길동전』 소설로 풀어준 서얼들의 한 <br/>『지봉유설』 세계로 열린 최초의 문화백과사전 <br/>『성호사설』 실학파 별들이 노닌 거대한 호수 <br/>『택리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대한 인문지리서 <br/>『준천사실』 이백사십년 전 청계천 준설공사 기록 <br/>『열하일기』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새 시대의 청사진 <br/>『한중록』 놀라운 기억력이 돋보이는 궁중문학의 백미 <br/>『조선왕조실록』오백년 왕조의 공식 국가 기록 <br/>『승정원일기』 국왕의 숨결까지 담아낸 비서들의 일지 <br/>『의궤』 생생한 조선왕실 행사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