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아낸 카시오페아의 완성된 사운드
김광현 재즈 칼럼니스트
드디어 찾아낸 카시오페아의 완성된 사운드 CASIOPEA + Synchronized DNA
카시오페아가 1979년 를 발표한지 27년만에 통산 40번째 앨범 을 선보인다. 기존의 앨범은 재즈계 거장들이 서포트, 피쳐링, 게스트로 참여하여 빛을 내고는 했지만 에서는 보다 진일보한 형식으로 싱크로나이즈 DNA(Synchronized DNA)라는 두 드러머가 만든 그룹과 함께한다.
마흔번째 앨범 로 재도약 하는 카시오페아
최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김인식 감독이 보여준 ‘믿음의 야구’가 전 세계 야구인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동안 멤버 교체 거의 없이 활동하고 있는 카시오페아를 보면서 음악으로 뭉친 멤버들의 믿음 또한 음악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J-퓨전의 힘을 보여주는 믿음의 전사들은 카시오페아의 아이디어 뱅크이자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인 기타리스트 이세이 노로(Issei Noro), 섬세한 건반 연주와 라이브 무대에서 재치 있는 말솜씨로 공연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건반주자 미노루 무카이야(Minoru Mukaiya), 가장 연장자이지만 언제나 아이 같은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슬랩 베이스의 달인 요시히로 나루세(Yoshihro Naruse), 그리고 초기 시절부터 함께 활동한 드러머 아키라 짐보(Akira Jimbo)이다. 지금은 서포트 드러머로 참여하고 있지만 짐보는 퓨전 재즈의 전성기인 80년부터 10년간 카시오페아를 이끈 장본인이다. 당시 함께 연주하던 베이시스트 테츠오 사쿠라이와 함께 짐사쿠(Jimsaku)를 결성하기 위해 89년에 탈퇴하지만 카시오페아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로 97년에 서포트 드러머로 돌아와 연주하고 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이지만 카시오페아가 녹슬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을 내는 이유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테크닉을 바탕으로 화려한 섹션과 그루브 넘치는 리듬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들의 세련된 연주는 전 세계 재즈 연주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싱크로나이즈 DNA는 재즈 뿐 아니라 어떤 음악 장르를 들여다보아도 흔치 않은 드러머 두 명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앞에 소개한 서포터 드러머 짐보와 20세에 T-스퀘어(현재는 더 스퀘어) 드러머로 발탁이 된 히로유키 노리타케(Hiroyuki Noritake)가 주인공이다. 2004년 결성하여 2장의 DVD 발표와 3번의 전 일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지난해에는 세계 3대 드럼 축제 중 하나인 몬트리올 드럼 페스티벌에 출연하여 재즈의 본고장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드럼이 두 대이기 때문에 사운드의 음량이 다른 악기에 비해 너무 크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짐보와 노리타케는 큰 드럼 하나로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 싱크로나이즈 DNA의 목표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따로 똑같이! 싱크로나이즈 DNA
이 기존의 카시오페아의 앨범과 구분되는 점은 아무래도 싱크로나이즈 DNA의 참여인데 더블 드럼 녹음을 위해 동시에 40개의 마이크를 사용하고, 라이브 식과 플레이어 식을 혼합하여 레코딩해서인지 연주를 헤드폰으로 듣고 있으면 음이 퍼졌다가 다시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이브 식_짐보 : 관중에게 보이는 것을 고려하여 하이 햇을 오른쪽에 두고 로우 탐탐을 왼쪽에 놓는 방식. 플레이어 식_노리타케 : 연주자의 헤드폰으로 음이 전달되는 방향대로 거꾸로 배치하는 방식.) 카시오페아와 싱크로나이즈 DNA의 만남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짐보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퓨전 드러머이지만 80년대에도 그의 정확한 연주는 드러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 카시오페아의 80년 앨범 를 듣고서 짐보의 열혈 팬이 된 노리타케는 카시오페아 연주자들이 아마츄어 연주자들과 2박 3일을 함께하는 뮤직 세미나에 참가하여 직접적인 인연을 만들게 된다. 노리타케의 연주는 참여한 신예 드러머 중 단연 돋보여서 85년에 T-스퀘어의 새로운 드러머로 영입 된 후 같은 무대에서 만났을 때 짐보 뿐 아니라 카시오페아 멤버 모두가 그를 기억하고 반가워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별 다섯으로 ‘W’ 모양을 가지고 있는 카시오페아의 최종 종착지가 드러머 두 명이 함께 연주하는 ‘카시오페아 + 싱크로나이즈 DNA’이지 않나 본다.
의 시작은 2003년 11월에 있었던 ‘카시오페아 vs 더 스퀘어’의 합동공연으로 올라간다. 이 공연은 볼거리 많은 서커스와 감동의 명화를 한꺼번에 본 듯한 포만감을 주는데 특히 후반에 각 팀의 기타, 키보드, 드럼, 베이스 주자들이 대화하듯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진한 동료애도 느낄 수 있다. 이때 짐보와 노리타케는 활화산 같은 드럼 연주를 보여주며 싱크로나이즈 DNA 결성을 예감케 하는데 결국 다음해에 팀을 시작하게 된다. 2004, 2005년에는 카시오페아와 함께 ‘5 Stars Live’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가져 일본 퓨전 팬들의 성원에 답한다. ‘Freak Jack’, ‘Asayake’ 등 카시오페아의 히트곡과 25주년 기념 앨범인 의 수록곡들을 연주한 ‘5 Stars Live’의 DVD를 보고 있으면 카시오페아가 원래 더블 드럼 편성으로 연주하지 않았나 할 정도로 멋진 호흡을 보여준다. 드럼의 비트 울림이 2배 두텁게 되고, 그 두터운 비트 위에 카시오페아 세 사람의 연주가 올라가 이제까지보다 2배, 3배 더욱 힘 있는 연주를 전달한다.
드럼-기타-베이스-건반-드럼이 만들어내는 퓨전 사운드
‘Awaken’은 한명의 드러머가 연주해도 맞추기 어려운 섹션 부분을 많이 넣어 노로 스스로 짐보와 노리타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 고백할 정도의 곡이다. 그러나 그 덕에 물 흐르듯 연주되는 더블 드럼 연주가 인상적이다. 제목처럼 뿌연 안개를 연상시키는 무카이야의 몽환적인 키보드 연주가 인상적인 ‘Mist’는 미디엄 템포로 멋지게 연주된다. 주제 부분에서 짐보와 노리타케의 스네어 드럼 연주가 좌우로 분리된 채 한 번씩 녹음되어 있어 두 명의 드러머가 가지는 톤의 차이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묵직한 슬랩 베이스 연주로 시작하는 ‘Kokoro-Ck’는 베이시스트 나루세의 곡으로 라틴 타악기인 팀발레스 연주 뿐 아니라 중반부에서는 노로와 함께 포플레이의 나단 이스트를 연상시키는 허밍까지 보여주고 있다. 노로에게 편중되어 있던 카시오페아의 작곡 비중이 최근에는 멤버 모두 참여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어 다채로워지고 있다. 짐보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첨가된 ‘Will You Love Me Tomorrow’가 바로 그러한 곡으로 기존 카시오페아 스타일에서 벗어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프로그래밍으로 일렉트로닉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그 속에 웨스 몽고메리를 연상시키는 기타 연주가 묘하게 믹스된다. 리더인 노로는 을 녹음하면서 사람마다 다른 ‘시그널’을 다양한 소리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고 하는데 좀 더 넓게 해석해보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시그널’을 잡아내고 싶어 한 것 같다. 전형적인 카시오페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Escalation’은 미지의 우주 공간을 떠도는 그들의 시그널이 될 수 있는 곡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혹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에게 놀러 가자고 할 때 쓰는 의미를 가진 ‘Asobi’는 깨끗하게 정리된 새 악보를 받고 스튜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가는 심정을 아이가 놀이터 갔을 때의 들뜬 기분으로 표현한 나루세의 곡이다. ‘Life Long Serenade’는 사랑의 시그널이 가득한 세레나데로 노로의 풍부한 기타 솔로가 압권이고, ‘Pity’는 노로의 어쿠스틱 기타 스트록에 무카이야의 건반 연주가 드라마 배경음악 같이 잔잔하게 흐른다. 각 연주자의 개성을 살린 무카이야의 ‘Ardent’를 듣고 있으면 30년이 다 되었지만 데뷔 때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곡인 ‘Part And Future’는 노로의 역량이 총 집대성된 곡으로 전작 의 ‘Universe’를 떠 올리게 한다. 25주년 기념 앨범인 을 녹음할 당시 노로는 긴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25주년에 맞춰 25분 동안 연주되는 ‘Universe’를 레코딩한다. 클래식처럼 8악장으로 나누어 각각 제목을 정하고, 반음차이 정도로 맞추기는 했지만 ‘2’와 ‘5’도 음인 ‘레’와 ‘솔’을 빼고 곡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작곡에 새로운 시도를 한 노로는 과거와 미래를 여러 각도로 생각하며 ‘지금 살아있는 것에 대한 기쁨’을 담은 ‘Part And Future’를 이번 앨범에 담았다. 싱크로나이즈 DNA의 두 주인공인 짐보와 노리타케의 행진곡 풍 스네어 드럼 연주로 시작하는 ‘Part And Future’는 총 6부작으로 나누어져 있다. 연주자 모두 일치된 호흡을 보여주지만 여러 심벌의 미묘한 차이를 부각시키거나 크기에 따른 탐탐의 톤을 교차시키는 싱크로나이즈 DNA의 연주는 의 백미이다.
보너스 DVD - 다섯 개의 별이 빛나는 최고의 무대 ‘5 Stars Live’
한국 팬을 위해 국내 발매분에만 있는 보너스 DVD에는 2004, 05년 일본 재즈 시장을 뜨겁게 달군 ‘카시오페아 with 싱크로나이즈 DNA’의 공연 실황이 수록되어 있다. ‘5 Stars Live’라는 공연 명이 말해주듯 최고의 기량을 가진 다섯 명이 카시오페아의 히트곡과 에 실린 곡을 연주하고 있다. 2 DVD로 이루어진 정규 DVD에서 주요 곡 11곡을 발췌한 보너스 DVD는 한국 팬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추후에 <5 Stars Live> (2 DVD)가 정식 발매되면 에 실린 대곡 ‘Universe’와 싱크 DNA의 더블 드럼 솔로, 나루세의 베이스 솔로 등 보너스 DVD에 빠진 곡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