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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9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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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42g | 125*210*20mm |
ISBN13 | 9788965961697 |
ISBN10 | 8965961696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의 리뷰를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쓰면서도 잠시 망설인다. 책의 부제는 '착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이라 되어 있다. 이런 부제는 자기계발서를 연상시킨다. '처방전'이라니 대중적인 심리학 책 같기도 하다. 일본에서 쓰인 이런 류의 책은 흔하고 나도 간혹 읽어 보았다. 가벼우면서도 때로 너무 극단적이고 유치하거나 때로 너무 일반적이다. 하지만 또 한 권의 그런 책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이 책이 끌렸다. 사실 나는 이미 충분히 까칠하게 말하고 있다. 자기주장하며 사는 맛을 알아가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장하고 까칠하게 굴기도 해서 어쩔 땐 너무 그러나 싶기도 하다. 오히려 그렇기에, 책은 어쨌거나 까칠하게 말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상대방의 기분을 너무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그리 하는 방법이나 때론 그래도 괜찮다는 위안 또는 납득의 근거 둘 중 하나를 줄 것이란 기대로 신청했다. 그런데 애매하다. 이리이리 해라, 이래이래 하지 말아라는 줄곧 말하고 있지만 자기계발서처럼 하기 쉽게 짧은 명령문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담긴 진의와 행간의 숨겨진 뜻을 헤아려 스스로 상상하고 깨달아야 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그게 참 매력있다. 읽다 보면 철학책도 같고 감정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쓴 심리학책도 같다. 유머러스한 에세이도 떠오른다. 분류가 애매한 이유다.
책에서 일컫는 '까칠하게 말한다는 것'은 의외의 뜻을 담고 있다. 내가 이해하기로 그것은 '의식을 갖고 말한다는 것'이다. '너무 착해서'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지나치게 배려하는 저자의 비판은 심히 공감된다. '상대방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방식대로 강요에 가까운 배려를 하고 상대가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배려에 상응하는 마음을 주지 않으면 '난 그를(너를) 위해 이렇게까지 했는데 어떻게!!' 이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배려라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지, 상대를 정말 잘 관찰하고 잘 알아서 그에 맞게 해야 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여 때로 더 큰 불편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그런 이들은 타인과 마주하고도 시선이 오직 자기 자신에게 쏠려 있기 때문에 상대를 주의깊게 살피기보다 자신만 보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침묵이 어색하고, 상대가 지루해할까 끊임없이 이야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매우 예의가 바르고 매뉴얼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기계적인 태도도 사실은 '착한 예의'는 아니다. 이처럼 '그 앞에 있는 사람'을 살피고, 내가 지금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상대는 어떤지 '의식'을 가지고 대화하라는 것. 그런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다소 건방질지라도 '긍지'가 있어 보이고, 심지어는 '존중'까지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내가 너무 답답함을 느껴서 건방지게 말하게 되는 대상이 바로 위에 언급된, '스스로를 너무 착하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공감을 받으며 일단 마음이 좀 시원해진 게 책을 통해 얻은 첫번째 도움이다. 두번째로 좀 애매모호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칭찬이나 비판을 전달하는 방법 등에 대한 게 팁이 되었다. 마지막은 의외의 부분이었다. 의사소통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이 잠시 동안 나를 멍하게 할 줄은 몰랐다. 저자가 보기에 젊은이들은 의사소통에 대한 조급함이 있다는 것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전달하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거늘, 우리들은 바로바로 그게 가능하기를 바라고 그러지 않으면 답답해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화는 표현될 수 없고,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급함을 우리는 인생에 대해서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이뤄내야 한다, 찾아내야 한다, 자격증을 따야 한다... 늘 무언가를 쌓아가고 학습해 가면서도 경쟁과 성취, 인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그러한 욕구들이 좌절되거나 좌절될 것 같을 때마다 괴로워하던 나는 잠시동안 그 페이지를 바라보며 쓴소리를 달게 삼켰다. 아니, 오히려 참 듣고 싶던 단소리였다. 그래서 이 책은 정체성이 애매모호하지만 실용적인 것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 대화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깊은 내용도 담고 있어 더 좋은 애매모호함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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