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
수학의 세계를 이끌어 온 다섯 개의 숫자!
세상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다. 물리의 기본을 표현하려면 수학적 아이디어와 수학 개념, 수학 공식, 수학 이론을 사용해야 하며, 세상의 근원에 대해 깊이 알고자 할 때도 수학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예부터 수와 인간 사이에서는 치열한 투쟁의 역사가 펼쳐졌다. 수를 정복하기 위해 역사 속 수학자들이 쏟아낸 광기 어린 도전과 좌절, 그리고 마침내 손에 움켜쥔 증명까지. 수들의 경이로운 탄생과 성장의 드라마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수학이 흥미진진해지고, 수학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양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중국과 인도와 같은 동양사회에서는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함께 조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학의 세계를 이끌어온 5개의 숫자를 통해 수학의 의미와 역사를 추적해나감으로써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겨지는 수학을 좀 더 쉽게 접근하고,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본다.
1. 하늘의 수, 파이π
원안에 숨어있는 수!
기하학적 원리에 따라 원과 같은 면적의 정사각형을 자와 컴퍼스로만 그려내는 원적 문제는 고대 기하학에서 아주 유명한 문제이다. 아낙사고라스를 시작으로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원과 사각형의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고, 아르키메데스의 논문을 통해 그것을 해결할 비밀코드가 원지름과 둘레의 비율인 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이의 매력에 빠진 후대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르키메데스의 방식대로 파이값을 구했다. 1882년, 파이는 방정식의 답도 될 수 없고, 무한하게 계속되는 수라는 것이 밝혀져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수학자들은 파이를 향해 다가갔다. 과연 수학자들은 이 끝을 알 수 없는 신비한 수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수학자를 끌어당긴 파이의 세계로 떠나본다.
2. 천국의 사다리, 무한∞
끝이 안 보이는 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긴 선분을 만드는 무한개의 자연수와 짧은 선분을 만드는 짝수를 하나씩 짝지어 세어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무한의 세계에서 크다, 작다, 혹은 같다를 논할 수 없다고 증명했다. 과연 그러할까? 갈릴레오의 뒤를 이어 무한에 손을 뻗은 수학자, 게오르그 칸토어는 집합을 통해 무한을 봤다. 그러나 그의 논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많은 논쟁 끝에 신경쇠약까지 생겼으나 그는 멈추지 않고 유리수, 무리수, 초월수를 포함한 더 큰 집합, 실수를 줄 세웠으며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실수는 셀 수 없다고 증명해냈다. 끝이 분명한 이 시간 속에서 무한을 생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일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 게오르그 칸토어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부분도 전체만큼 풍요로운 무한의 세계로 떠나본다.
3. 자유의 수, 엑스x
알 수 없는 것을 대표하는 수!
비유와 상징으로 삶을 함축하는 시와 같이 방정식의 미지수는 모르는 것을 함축한다. 이렇듯 의미가 없는 기호를 이용해 미지의 양을 나타낸 것은 인류 문명의 커다란 관념적 진보였다. 페르시아의 유산상속법이 복잡해서 발달하게 된 방정식은 타르탈리아를 거쳐 카르다노를 통해 3차로 이어졌고, 4차는 카르다노의 제자가 풀었다. 차원이 올라갈수록 먹고 사는 문제와 관계가 없었지만, 사람들은 수많은 도전을 했고 좌절을 맛봤다. 30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던 5차 방정식은 곧 수학자들의 괴로움이자 유희였다. 그러나 한 대학생이 사랑을 위한 결투 전날, 급하게 쓴 편지 한 통은 수학의 역사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수학자 갈루아, 과연 그가 밝히고자 했던 방정식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모르는 것을 알고자 했던 치열한 흔적이 남아있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본다.
4. 신의 손짓, 영0
주판의 몰락을 야기한 수!
수학자가 생각하는 무(無)란 어떤 것일까? 수학에 없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인도인들에게 무(無)란 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뜻했고, 그렇기에 신이 깃들어있는 수 0을 생각할 수 있었다. 0을 1과 2 같은 숫자처럼 다룸으로써 수학에 멋진 일이 생겼으나, 무(無)를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사상 때문에 다른 나라까지 널리 퍼질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편리함을 알아본 아라비아 상인들을 시작으로 실베스테르 2세와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은행가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주판을 이용한 주판파와 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한 산술파 사이에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지 공공연한 산술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연 무엇이 더 옳은 선택이었을까? 삶과 우주를 이해하는 무(無)의 세계로 떠나본다.
5. 천공의 수, 허수i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수!
수학과 관련된 것으로 가장 오래된 유물은 브라우코르가 콩고에서 발견한 약 2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고 뼈이다. 뼈에 일정한 간격으로 새겨진 빗금은 자연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갔으며, 그 과정에서 음수와 영이 태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 명인 가우스가 허수를 발견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 체계가 완성되었다. 허수는 수학에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모든 방정식의 답을 복소수 안에서 찾아내고, 우주는 허수 없이 설명할 수 없다. 가장 작은 세계부터 가장 큰 세계까지 오늘날 허수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 어디에서나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연 세상은 얼마만큼이나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수의 영역을 확장한 상상의 세계로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