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자 서문 _ 우리에게 영어는 무엇인가<br/><br/>1. 우리에게 영어는 무엇인가<br/>영어의 억압, 그 기원과 구조 - 윤지관<br/>한국에서 영어의 수용과 전개 - 박종성<br/>식민지시대 영어교육과 영어의 사회적 위상 - 강내희<br/>한국사회에서 영어실력은 문화자본인가 - 최샛별<br/>영어 : 근대화, 공동체, 이데올로기 - 송승철<br/><br/>2. 영어,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하나<br/>영어의 문제 - 김진만<br/>영어교육, 어떤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할 것인가 - 이병민<br/>영어교육에 대한 몇 가지 사견 - 김진만<br/>대학 영어교육의 방향 : 교양영어냐 실용영어냐 - 엄용희<br/>500단어의 유창한 영어실력과 어느 아랍 외교관의 차이 - 박찬길<br/>영어회화 이데올로기 - 더글라스 루미스<br/><br/>3. 영어의 지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br/>세계화와 영어제국의 논리 - 이승렬<br/>영어 공용어화/모국어화의 환상과 그 대안 - 채희락<br/>제국주의 시절의 영어 정책과 영어 공용화에 부치는 몇 가지 단상들 - 이석호<br/>일본의 영어공용어화론 - 이연숙<br/>아체베와 응구기 : 영어제국주의와 탈식민적 저항의 가능성 - 이경원<br/>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 - 윤지관

제1부 “우리에게 영어는 무엇인가”는 영어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왔고 또 이해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편자가 쓴 “영어의 억압, 그 기원과 구조”는 전체 책의 서장 격에 해당하는 글로, 영어가 어떻게 한국인의 삶에 억압으로 작용하는지를 전체적으로 조감한다. 영어 자체가 자본주의의 발흥과 함께 세계어로 올라서는 역사적인 과정을 가진 자본의 언어라는 점과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억압이 가지는 심리적이고도 사회적인 의미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박종성 교수의 “한국에서 영어의 수용과 전개”는 영어가 수용되는 과정을 구한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고찰하면서 앞으로의 수용 방향을 제언하고 있다. 강내희 교수의 논문도 영어의 수용에 관한 글인데, 특히 식민지시대의 영어교육을 상세하게 다루면서 영어가 식민지하에서 어떻게 문화론적으로 의미 부여되었는가를 살폈다. 최샛별 교수의 “한국사회에서 영어실력은 문화자본인가”는 현재의 영어문제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의 드문 예다. 영어실력이 어떻게 계급질서와 맺어져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화자본이 되어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영어실력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결론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 아닐지 모르나 사회과학적인 논증으로서 의미 있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송승철 교수의 “영어: 근대화, 공동체, 이데올로기”는 영문학 교수로서의 체험과 현재의 영어현상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영어문제를 바라보는 바른 시각을 모색하였다.

제2부 “영어,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하나”는 영어교육과 그 방향에 대한 논의들을 모았다. 영어교육에 관하여 쓴 논문이나 글들은 수없이 많지만, 여기에 수록된 글의 필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바탕으로, 그리고 영어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려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영어학습의 과제에 접근하고 있다. 원로 영문학자인 김진만 선생의 두 글 “영어의 문제”와 “영어교육에 대한 몇 가지 사견”은 영어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올바른 영어교육을 저해하고 있는 현실을 ‘인권유린 수준’이라고 호되게 비판하고, 아무한테나 영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영어학습에는 취미와 동기 그리고 말을 익히는 재주라는 대전제가 있어야 함을 환기시키며, 부질없이 미국인처럼 말을 하려고 기를 쓰지 말고 “교양 있고 지적 균형이 잡힌 국제인은 만들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가르쳐야 함을 말하였다. 이병민 교수는 현재의 학교 영어교육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영어학습의 현황을 살펴보면서, 영어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해 온 우리 사회의 영어 우상화에서 벗어나서 객관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하여 수요와 필요에 따라 영어교육을 새롭게 체계화해 나갈 것을 주문한다. 엄용희 교수는 대학의 영어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영어수업이 실용영어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언어학습 및 전공공부의 기본이 되는 읽기와 쓰기의 능력이 홀대받고 저하되는 현상을 우려하면서, 대학영어에서 사라지고 있는 교양영어의 개념을 살려나갈 것을 제안한다. 박찬길 교수와 더글라스 루미스 씨는 소위 영어회화 능력의 문제에 대해서 흥미로운 글을 선보인다. 박교수는 자신의 유학경험을 전하면서 진정한 영어실력이 유창한 회화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떳떳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고력과 어휘력에 있음을 말하고, 루미스씨는 일본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친 경험으로 영어회화 학습이란 것이 결국 미국 중심의 세계관에 무비판적으로 젖어드는 과정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제3부 “영어의 지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세계화와 더불어 영어의 지배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한국과 같은 소수언어권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글들을 모았다. 이승렬 교수의 “세계화와 영어제국의 논리”는 세계화의 성격과 영어가 제국주의적 팽창과 맺어져 있음을 논의하면서 근년에 사회문제가 된 영어공용어화론의 배경과 문제점을 짚었다. 또 영어공용어화론자들이 내세우는 경쟁력 강화 논리의 맹점에 대한 비판과 이와 관련된 영어교육의 방향에 대한 성찰은 채희락 교수의 글에서 이루어졌다. 한편 이석호 소장도 이 주장이 어떻게 영미권의 패권과 관련된 언어 제국주의와 맺어져 있는지를 논증한다. 우리 사회와 유사하게 이웃 일본에서도 영어 제2공용어화론이 제출되어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일본 히토츠바시 대학에 재직중인 이연숙 교수의 “일본의 영어공용화론”은 그 배경과 전말 그리고 쇠퇴과정을 면밀히 보여주고 있다. 또 식민지를 겪은 민족의 언어문제를 첨예하게 드러낸 아프리카에서의 영어문제를 다루는 이경원 교수는 아체베와 응구기의 상반된 대응을 비교하면서 탈식민적 저항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여기에 영어지배 시대에 민족과 모국어 및 그 창조적 성취의 의미를 짚어본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를 끝에 배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