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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1년 10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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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쪽수확인중 | 6,968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73374182 |
ISBN10 | 89733741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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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가슴이 다 찌잉했다.
그런 마지막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다 그렇게 힘들었구나 하는 마음에..
스케일이 컸던만큼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었고,
우연히 친구와 하던 대화중에
이데올로기라는 말이 생각나서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과
좀 더 어려운 책을 읽기 전에
내 머리에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싶어
집어들었던 책이었는데.
읽고나니 머리가 더욱 복잡했다.
예전 한강을 읽고서 내가 가진 첫번째 생각은
일제의 잔재에 대해서
"그 시절에 그러지 않은 사람 어디있나"
"따지고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다 그사람이 다 그 사람이지"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것이었다.
막연히 결단코 일본을 좋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온 내게
왜, 어째서, 어떻게라는 막연한 의문에 대한 답을 주었고
그 답들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내가 느꼈던 고통과 쓰라림은
감히 그 시절을 이겨낸 사람들에 비할 바가 아니리라.
책이 시작되는 처음에서부터
책이 끝나게 되는 그 시점은 비록 보름여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조정래씨가 책 서두와 말미에 적어둔
독일군에 의해 죽어간 수없이 많은 유태인이
3년이라는 단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일이었다면
일본군에 의해 죽어간 한국인은
33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400만여명이라고.
그들은
가스실에서 집단적으로 계획적으로 단일하게
죽어간 것이 아니라
3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나라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투쟁 등) 혹은 소극적(협조 거부, 창씨개명 거부)으로
혹은 무차별적으로(퇴각시 무차별 살인) 혹은
계획적으로(비행장 건설 후 방공호속으로 몰아넣어 수류탄 투척)
그 긴 시간동안에 수없이 많은 빌미로
죽임을 당해온 것이었다.
"한명 한명이 모두 조선이다"
'모두가 일본인 한명씩만을 끌어안고 죽는다고 하여도
조선 사람이 많아 우리가 이길 수 있는데..'
라는 말 앞에서 너무나도 씁쓸했고,
이기주의, 기회주의자들의 변절과 폭정에
그리고 그 아래서 끊임없이 속고 또 속고
그렇게 힘들게만 살아가는 민초
과연 그 시기와 지금의 현대에
근본적인 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형과 시대만 달라졌을 뿐이지
여전히 힘들고
일본이라는 대상이 다른 나라로 바뀌었을 뿐..
나조차도 세뇌당하고 있구나하는 마음..
독립선언서를 어느 식당에서 읽고서는
얌전히 경찰서로 향했던 33인 중에
마지막까지 변절하지 않은 사람은 고작 2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똥통의 구데기만도 못한 것들"
고문당하며 하나같이 변절해버리는 그 사람들에게
만해 한용운님이 외친 말씀이라 했다.
깨진 벼루의 명이라 했던가..
독립선언서를 친히 써내려간 필재라 불렸던
육당 최남선의 친일 변명의 시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용인이 되고
어떻게 그런 시가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것인지..
이제 내가 교육자가 되었으니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일러줄거라는 내 말에
학부모한테 항의 들어오는거 아냐..?
라면서 조심스럽게 웃던 친구.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무섭기도 했다.
나부터도...
다만
일본의 만행을 결코 잊어서도 안되고,
용서해서도 안될 것이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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