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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7년 11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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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58g | 138*211*30mm |
ISBN13 | 9788992055147 |
ISBN10 | 8992055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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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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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오울프. 현대에 변주된 서사시. 그리고 함의.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베오울프’는 하이랜더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의 동명 영화를 통해서일 것이다. 이 곳에서 크리스토퍼 램버트는 ‘베오울프’ 역을 맡아 헤오르트 성을 침입하여 사람을 해치는 악마적 존재 그렌델을 제거하는 역을 맡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베오울프’는 신화나 전설 속의 판타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렇듯 낯익은 이름이지만, 동시에 생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베오울프가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간단한 이야기 형식의 서적으로는 접하기가 어려웠던 까닭이다. 마침 새로이 ‘베오울프’의 영화가 개봉되는 차에 영화의 원작인 닐 게이먼의 동명 소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판타지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닐 게이먼의 작품은 서사시 베오울프와 기본적인 뼈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번영하던 왕국을 몰락시키는 괴물 그렌델과 이를 제거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베오울프와 용사들. 그리고 왕이 된 베오울프와 용의 대결.
그러나 그 기본적인 뼈대의 일부와 자잘한 내용들의 변용으로 두 작품은 궤가 다소 달라진다. 역자의 말을 빌어 짜깁기 해보자면 오래된 서사시를 현대적으로 대담히 변주한 작품이라 하겠는데, 그러한 변주의 내용을 살피기 위해서는 ‘그렌델’에 초점을 맞춰봐야 한다. 책의 첫 페이지에 붙여진 헌정사에는 ‘그렌델을 위하여……’ 라는 구절이 있는데, 닐 게이먼은 기존의 베오울프에서 그렌델이 맡고 있던 단순한 영웅의 대적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이 가련한 괴물에게 하나의 인격을 부여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것의 존재로서 동시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존재의 비밀은 흐로드가르 왕의 향락의 궁전, 헤오르트 궁에 대비된다. 헤오르트의 부와 권력의 이면에 감춰진 복잡한 진실과 그늘은 곧 양날의 칼이 되어 헤오르트 궁을 위협하는 것이다.
실제 서사시에서는 그렌델과 그렌델의 어미가 베오울프에 의해 제거되지만, 닐 게이먼은 그 어미를 살려둠으로써 인간의 부와 권력이 있는 한 그 이면에는 권력과 부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그들의 집단과 사회를 파멸로 이끌 끊임없는 유혹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 그렌델의 어미는 그 자체로 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을 시험하는 매개체로 보아야 한다. 이는 여운이 짙게 남는 글의 결말에서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베오울프가 본국으로 돌아가 왕위에 오르고 용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가 닐 게이먼의 작품에서 변형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의 거짓들, 그리고 권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은 그 권력을 쥔 자가 바뀐다해도 달라질 길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탐욕과 권력의 부패, 타락의 상징으로서 닐 게이먼은 ‘황금 뿔잔’을 상정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그 것을 도로 버리고 다른 사름들 뒤를 따라 절벽을 올라가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그 것을 들어올렸다.’
이 ‘황금 뿔잔’은 J.R.R 톨킨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절대 반지’와 같이 보다 구체화된 권력욕과 부패의 상징이다. 절대 반지가 고귀한 혈통의 보로미르를 잠시 타락시켰듯, 트릭스터가 유독 강한 위글라프조차 ‘황금 뿔잔’의 유혹에 흔들리고 만다.
만약 카시러의 말대로 신화가 하나의 신념의 체계이며 현실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극적 구조의 이야기체라고 한다면, 닐 게이먼이 만든 것은 단순한 고대 서사시의 상업적 활용만은 아니며 권력에의 탐욕을 경계하는 하나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낸 것으로 볼 수 있을 듯싶다.
2. 소설로서의 ‘베오울프’
서사시를 현대적 소설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이 글은 서사시의 장엄함과 고색창연함은 다소 퇴색하는 한편으로 대중소설의 긴장감과 세밀한 묘사를 가져왔다. 근래의 판타지라는 장르 시장의 특성을 살펴볼 때, 이 작품이 과연 얼마만큼 장르 시장의 독자들에게 선택될 것인가를 말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의 고착화된 대여점 장르 시장의 독자들이 대여점의 판타지 책들이 모여 있는 책장 사이 어딘가에 꽂혀있는 이 책을 발견한다면, 생각 없이 손쉽게 선택하지는 못할 듯싶다. 이 작품은 달리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않고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글이지만, 외국 작품의 특징(번역체)에 덧대어 서사시의 변형 과정에서 이어지는 장엄함과 고색창연함의 약점이 있다. 일부 독자층에서는 ‘지루하다’라는 평이 쉽게 나올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베오울프’라는 이름은 낯익어도 내용은 낯선 작품에 대한 판타지라는 장르를 애호하는 독자의 호기심,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심은 ‘베오울프’에 대한 약간의 인내를 가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유럽 신화의 내용에 대한 빈번한 언급 또한 관심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더욱이 글에 짙게 깔려있는 우중충한 분위기는 책의 광고문구마냥 ‘당신의 영혼을 전율케 할 어둠의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 글은 ‘지루하다’라는 평을 낼만한 취향의 독자라도 약간의 인내만 있다면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에는 충분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분량은 생각처럼 길지 않고, 상황의 묘사는 영화를 보듯 무리 없이 흘러간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독자의 범위를 넓힌다면... 외국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 독자. 혹은 닐 게이먼이라는 작가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도 이 작품은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에 좋은 선택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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