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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04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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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79쪽 | 290g | 150*215*20mm |
ISBN13 | 9788937844454 |
ISBN10 | 8937844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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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라킨의 가족은 섬에 산다. 여름에는 손님들이 페리를 타고 잔뜩 몰려오며 여름이 지나면 다시 조용해지는 아름다운 섬이다. 라킨의 아빠는 저녁마다 춤을 춘다. 라킨의 엄마는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 할머니는 건강하고 우아하다. 그런데 무언가 한 가지가 빠져 있어서 다들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가족 중 아무도 없다.
여름 손님들을 가득 태운 마지막 페리가 섬을 떠난 뒤, 라킨의 가족들이 선착장에서 돌아오다가 집 앞에서 편지와 함께 아기가 있는 바구니를 발견한다. 아기를 본 할머니는 기뻐하셨지만 아빠는 화를 내셨고 엄마는 슬퍼했다. 라킨의 부모님은 아기 때문에 말다툼까지 했다. 나는 처음 보는 아기를 맡아주는 게 힘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라킨의 부모님은 아기를 돌보는 동안 아기를 사랑하게 될까봐, 그러다 나중에 진짜 부모가 나타나 데려가면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까봐 걱정한 것이었다.
아기의 이름은 소피였다. 라킨의 부모님은 소피를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소피를 대하는 가족들의 갈등의 원인은 라킨의 동생 때문이었다. 라킨에게는 이름도 지어주지 않아서 그저 ‘아기’라고만 부르는 동생이 있었고, 동생은 단 하루만을 살았고, 라킨은 동생을 본 적도 없었다. 지금까지 가족들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감추고 입을 다물고 말을 피하며 살아왔다. 입을 다물고 말을 피한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라킨의 아빠와 엄마는 춤을 추어도 그림을 그려도 기쁨을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 소피의 진짜 엄마가 소피를 데리러 왔고, 라킨의 가족들은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다. 소피를 보낸 후, 가족들은 어렵게 ‘아기’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라킨의 아빠와 엄마는 대화를 피하려고 했으나 할머니가 “도망치지 마라! 없었던 일처럼 묻어 두고 살 수는 없어. 말, 말을 좀 해보자꾸나.”라고 불러 세웠다. 라킨도 학교도서실 담당인 미니프리드 선생님의 시에 관한 수업 덕분에 말의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동생에 대해 말을 꺼낼 용기가 생겼다. 라킨의 부모님은 힘겹지만 기억을 다시 떠올려 ‘아기’를 추억하는 말을 함께 나누었다. 가족들은 ‘아기’에게 처음으로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라킨의 가족들은 이제 슬픔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낼 힘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거나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말의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속담으로도 전해 내려오고 있을 것이다. 요즘 세상이 삭막하다고 하는 건 사람들이 말의 힘에 대해 알면서도 충분히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어렵고 긴 말이 아니어도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쉽고 짧은 한 마디의 말도 힘들고 화나고 슬플 때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힘이 있다. 나도 이미 알지만 알면서도 말을 아껴왔던 나부터 말, 말을 좀 해봐야겠다. “아빠, 엄마, 그리고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말의 힘으로 사람들이 모두 시인의 마음을 가지고, 아름다운 시와 같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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