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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 스쿨]은 SF/성장 소설이다.
이 책이 그리는 미래에는 ‘드림 머신’ 이라 불리는 기계가 있다.
기계의 이름처럼 잘 때 쓰도록 되어 있는 드림 머신에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바로 ‘스위트 드림’ 기능과 ‘주파수 접속’ 기능이다.(기능의 명칭은 공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먼저 스위트 드림 기능은 이름 그대로 밤에 좋은 꿈을 꾸게 해 주는 기능이다.
꿈이 음악이나 영화처럼 녹몽錄夢(꿈을 기록하는 걸 뜻하는 단어가 없어서 새로 만듦)되어 있는 ‘스위트 드림 칩‘을 구매해서 드림 머신에 추가한 후, 원하는 꿈을 선택하면 잘 때 그 꿈을 꿀 수 있는 기능이다.
그리고 ‘주파수 접속’ 기능은 조금 더 복잡하다.
이 기능은 수면 중 특정 시간에 세타파(꿈을 꿀 때 나오는 뇌파)가 뇌에서 나오면 미리 설정해 둔 주파수에 접속시켜 주는 기능인데, 여러 사람이 같이 접속해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
그냥 지금 우리가 많이들 하고 있는 화상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다만 꿈속의 특정 공간에 접속을 하게 되는 것이 다를 뿐.
그런데 [세타 스쿨] 에서는 드림 머신의 놀라운 기능 두 가지를 너무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스위트 드림 기능은 그저 재미있는 꿈을 꾸는 용도로만, 그리고 주파수 접속 기능은 ‘세타 스쿨’ 이라는 마음 수업에 들어가기 위한 용도로만 쓰고 있었으니.
물론 이 책은 미래의 기술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라 기억과 꿈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설정에 굳이 딴지를 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이 두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을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SF 소설의 설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만큼이나 즐거운 독후감 쓰기 활동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한 번 상상해 보았다.
[드림 머신이 실제로 발명된다면?]
1. 주파수 접속 기능
앞서 설명했듯 드림 머신은 좋은 꿈을 꾸라고 만든 기계이지만 주파수 접속 기능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해주는 도구이다.
꿈 속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모이지 않아도 할 수 있을 재미있거나 교육적이거나 시간 절약이 가능한 활동은 많다.
물론 [세타 스쿨] 에서는 다 같이 접속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다 같이 접속이 가능하면 개인 공간으로도 접속이 가능할 것이다.
(다 같이 접속은 되면서 혼자 접속은 안 될 수 있다는 이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에 접속하는 게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그런데 이 (책의 설정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인 접속도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는 기술이다.
일단 혼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자면서도 가능해 질 것이다!
티비보기 책읽기....
또한 꿈에서 훨씬 간단한 일도 많다.
해외여행 달나라 여행.......
게다가 그냥 스크린보다 훨씬 생생한 체험도 가능!
(드림 머신이 실제로 나오면 닌텐도가 당장 게임 칩을 출시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자고 있는 몸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폭식도 가능하다!
그리고 학교 숙제도 자는 동안 다 할 수 있고.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드림 머신에 회사 컴퓨터를 연동시켜 놓으면 자면서 사무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독후감 대회 심사도 다들 자면서 하겠지)
물론 동시에 특정 주파수에 접속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회의도 수업도 모임도 교회 운영도 무엇도 대충 다 가능해진다.
(코로나 시대의 희망)
이걸로도 정말 많은 일들이 가능해 지겠지만 이걸 읽을 사람(들?)을 위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결국 드림 머신의 주파수 접속 기능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자면서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활동은 자는 중에도 가능하고, 여가 활동은 자는 중에 훨씬 편리해 지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의 여가 활동 시간은 자는 시간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 뭐 그래도 많은 학생들은 이 시간을 이용하여 공부를 더 하게 될 것 같지만.
2. 스위트 드림 기능
앞에 써 놓은 것만 보면 그냥 저장된 꿈을 플레이하기만 하는 스위트 드림 칩은 무슨 소용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주파수 기능으로 수업이나 회의에 들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뇌에서 세타파가 ‘정해진 시간’에 나와야만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북 정상회담을 꿈으로 했다가는 대통령님의 수면 패턴이 평소하고 조금만 달라져도 회담이 캔슬된다.
그리고 약속에 늦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걱정일 것이다.
‘내일 제시간에 세타파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이건 마음의 문제기 때문에 아무리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어봤자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오면 도루묵이다.
그리고 오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보낼 수도 없다.
(이게 왜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은 본인이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만 하는 모임을 생각해 보라)
이 거대한 문제점은 개인 주파수에 접속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기 방에 지각할까봐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중요한 일을 자는 시간으로 미뤘다가는 큰일 날것이다)
[세타 스쿨]에서도 마음 수업에 들어가지 못할까봐 주인공이 걱정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냥 개인방에 접속해서 책만 읽으려고 해도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건... 조금 실용성이 (많이) 떨어진다.
또한 스스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다른 사람이 만든 드림 칩으로 경험해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스위트 드림 칩 기술도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스위트 드림 칩을 독점하는 거대한 회사에서 사서 쓰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사람마다 스위트 드림의 정의도 다르고 원하는 꿈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삐에로가 나오는 서커스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광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꿈은 고소공포증 환자에게는 전혀 매력적인 꿈이 아닐 테고.
아무리 큰 회사라도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꿈을 다 만드는 건 턱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가 여럿 있듯이 꿈을 만들어 파는 회사도 여럿 나올 것 같다.
한 종류의 꿈만 만드는 개인 사업자들도 온라인 마켓에 많이 나오겠지.
또한 많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꿈으로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 명작 꿈으로 읽기 100선] 같은 꿈 전집도 분명 잘 팔릴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관광지를 꿈에서 가 보는 일도 머지않아 있을 것이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을 도와 달라는 기부 단체의 영상은 모두 꿈으로 다시 제작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자면 또 끝이 없는 이야기일 것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또한 세타 스쿨에서 스스로 꿈을 디자인하는 것처럼 누구나 쉽게 꿈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도 분명 나올 것이다.
그러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의 꿈을 공유하게 되겠지.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그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꿈을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팬 픽션의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어마어마해 질 것이다.
글 솜씨나 그림 실력이 모자라서 시도도 해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꿈으로 팬 픽션을 꾸어서 공유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와 더불어 비싼 카메라나 좋은 장비, 편집 기술이 없어서 유튜브의 꿈을 접었던 사람들도 이제 유드림(You Dream)으로 마음껏 영상(이 아니라 꿈)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UCC ( user created contents ) 다음으로 UCD ( user created dream )가 탄생하는 것이다!
분명 UCD는 UCC보다도 기술보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학습을 할 수 있는 꿈도 나올 것이다.
어쩌면 학교에서도 드림 머신 체제를 들여서 지루한 학습 동영상 대신 실감나고 생생한 꿈으로 학습을 할 수도 있겠다.
(자, 여기에서 왜 그냥 주파수 연결로 자는 동안 수업을 듣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학교 출석률이 반 토막이 될 것이다. 그래도 자는 중에 꿈은 언제든지 한 번은 꾸게 되어 있기 때문에 드림 칩은 훨씬 편하다.)
그러면 학교에서 낮잠을 자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잘 자는 학생이 공부도 잘 하는 시대!!
하지만 학습용 꿈의 결과가 과연 완전히 좋을까도 고민된다.
분명 지금보다는 생생하고 재미있는 학습을 할 수 있겠지만,
(특히 과학과 역사 분야는 꿈으로 배우면 훨씬 재미있고 편할 것 같다)
그러면 대체 어느 엄마가 놀이동산에서 노는 꿈을 사줄까.
그 시간에 [이성계가 되어 조선 건국 학습하기]를 할 수 있을 텐데.
결론: 그래서 대체 드림 머신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일으킬 것인가?
일단 사람들의 활동 가능 시간이 확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24시간 자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드림 머신은 드림 머신이지 슬립 머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드림 머신은 자는 시간 전부를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꿈을 꾸는 시간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이다.
결국 24시간을 자 봤자 24시간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파수 접속 기능은 필수적이지 않은 (실수로 빠져도 큰일 안 나는) 모임에 널리 이용될 것이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의 폭식 플레이스이자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꿈의 공간 등등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을 그 시간에 배치해 놓는 일은 절대 없겠지.
결국은 잘 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세계 사람들의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장려하게 되는 효과가 날수도 있겠다.
스위트 드림 기능은 예상치 못한 저력을 발휘할 것이다.
영화를 보는 일 같은 예상 가능한 일 뿐만이 아니라 아무 분야하고나 다 접목이 가능한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UCC를 넘어서는 접근성을 자랑할 UCD는 앞으로 더욱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이 부분은 [세타 스쿨] 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학급의 급훈이 ‘창조’ 인 것으로.)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의 여가 시간이 전체적으로 자는 중으로 넘어오겠지만 아마도 학생들은 반대일 것이다.
스위트 드림의 놀라운 체험식 학습 효과가 밝혀지는 동시에, 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배움의 자리는 꿈으로 넘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꿈의 가능성이 하나하나 밝혀질수록......
불면증 환자들은 더욱더 불행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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