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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2년 08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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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8쪽 | 539g | 153*224*30mm |
ISBN13 | 9788931001952 |
ISBN10 | 893100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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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2016년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 되는 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귀동냥으로 들어온 소세키 문학의 영향력이 새삼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도련님」에서 그치지 말고 다른 작품들도 이어서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1914년에 발표한 『마음(2002.08.31. 문예출판사)』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 흔들리고 휘청대며 상처받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로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소설의 눈에 띄는 특징은 두 명의 ‘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1부와 2부는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3부는 선생님이 ‘나’가 되어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이야기는 바닷가에서 서양 사람과 함께 있는 남자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나’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그와 안면을 트고 선생님이라 부르며 가까워진 뒤 집까지 찾아가서 친분을 쌓는다. 시간이 지나 친숙해질만한데도 간혹 거리감이 느껴져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특별히 반기던 기색이 없던 선생님께서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나를 찾아와주는 게 기쁩니다.(p.27)라며 속마음을 보여준다.
어느 날 선생님 댁에 방문한 ‘나’는 선생님과 사모님의 다투는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묘한 불안감과 함께 선생님은 과연 행복하신 걸까?(p.37)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때부터 선생님께 궁금증이 쌓인다. 특히, 도쿄 제국대학 출신이면서도 일체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칩거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이 세상 밖으로 나가 활동할 자격이 없는 남자라 어쩔 수 없네(p.39)라고 말씀하실 뿐 내막을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사랑은 죄악이야. 그리고 신성한 것이고.(p.46), 날 너무 믿지 말게. 곧 후회할 테니까.(p.49)등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툭 던질 뿐이었다.
졸업 논문을 완성한 후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선생님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재산 문제를 정리해 둬야한다며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정해진 인간은 없네. (...) 한순간에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지.(p.90)라는 뜬금없는 얘기를 한다. ‘나’는 그런 말씀을 하신 뜻이 알고 싶었는데 과거에 다른 사람에게 기만당한 적이 있네. 그것도 피가 섞인 내 친척한테 말이야.(p.97)라는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된다.
결국 ‘나’는 그동안 감히 선생님께 물을 수 없었던 마음속 말을 털어놓는다. 선생님의 사상에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의미파악이 어려워 혼자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 선생님의 인생 얘기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선생님은 사상과 과거는 다르다고 말씀하시며 난색을 표하지만 ‘나’도 과거를 밑거름으로 탄생한 사상(p.99)이라며 물러서지 않자 적당한 시기가 오면 얘기해주겠다는 선생님의 답변으로 일단락된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향집에 내려온 뒤 소통의 부재를 경험한 ‘나’는 외로웠다.(p.132) 부모님은 대학을 나왔으니 월급을 많이 받는 일자리를 쉽게 구하리라 믿었고,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사람 역시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앉아 큰일을 하고 있는 사람(p.135)으로 짐작하셨다. 식구들이 세속적으로 느껴져 불편했던 탓에 선생님이 더 많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환이 위중해지는 바람에 고향집을 떠나지 못하던 중 선생님으로부터 묵직한 편지가 도착한다.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해 자세히 편지를 읽지 못하고 훑어만 보던 중 이 편지가 자네에게 도착할 즈음에는 나는 이미 이 세상에는 없을 걸세. 죽어 있겠지.(p.170)라는 구절을 발견하고선 무작정 도쿄 행 기차에 올라탄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독자가 ‘나’의 시선을 따라가며 선생님을 향한 궁금증을 키워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소설 속 ‘내’가 적당한 때에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기다렸듯이 독자 역시 선생님의 고백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도착한다. 세속적 기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자세는 선생님에게만 이해받을 수 있었기에 가르침을 받고 싶은 배움의 욕구만큼이나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 상태에서 전해들은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소설은 여기서부터 ‘선생님은 왜 스스로 목숨을 버렸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유서가 되어버린 선생님의 편지에서 우울하고 염세적이었던 성향,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한다. 『마음』의 진면목은 3부(선생님과 유서)에서 드러난다. 잔잔하던 바다가 거친 바람으로 요동을 치다가도 다시 잔잔해지는 것처럼 의심했다가 안도하는 마음, 의중을 떠보고 질투하며 조바심 나서 동요하는 사람의 마음을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그렸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남겨준 유산을 작은아버지에게 빼앗긴 뒤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숙집 외동딸과 결혼을 약속한 직후 친구가 자살한다. 친구의 자살을 비겁한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 작은아버지와 다를 게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면서 자신을 어두운 그늘에 가두고 결국 잠식되도록 방치한다. 그가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는 윤리적으로 태어난 사람이며 윤리적으로 성장한 사람(p.178)이라고 밝힌 말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상처 입은 마음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곪아 터질 때까지 비밀로 간직한 그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세상을 버린 그에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이 아니니 작은아버지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말이 그에게 위안이 될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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