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은 요즘 너무 유명해져서 그 개념 정도는 대부분 한번쯤 접해 봤을만 하다. 최근 책을 읽다 보면 도대체 게임이론이 들어가지 않은 분야가 없는 것 같다. 처음 경제학을 위해 수학자 존 폰 노이만과 경제학자 오스카 모르겐 슈테른이 제시한 게임이론은  <뷰티풀 마인드>란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존 내쉬 같은 천재들의 공로로 다양한 게임이론으로 발전해 왔다고 한다.

'게임'이란 이름이 들어가듯 이론이 설정한 상황은 꽤 흥미로운데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같은 사례는 어떤 상황을 극적이고도 명료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게임이론은 원래 수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으로써 매우 난해하다고 한다. 최근엔 경제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데 엄밀한 수학적 증명이니만큼 과학적 객관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에도 퍽 흥미로운 개념이어서 유달리 인기가 좋은 것 같다.

게임이론의 창시자인 존 폰 노이만과 그의 게임이론을 다룬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죄수의 딜레마>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었기에 게임이론을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상당히 흥미가 갔다. 아쉽게도 영화 <뷰티풀마인드>에 실망해서 동명의 원작인 책을 읽지 않았었는데 영화와는 달리 책에는 존 내쉬와 게임이론에 대해 많은 소개가 되어 있다고 한다.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화론과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들을 설명하는데 자주 쓰이는 게임이론이지만 사실 게임이론을 소개한 책들은 대부분 쉽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독특한 것 같다. 게임이론을 일상생활과 사회적 딜레마들에 적용시켜 보려는 시험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진지한 과학에서 벗어나 윤리적이며 인간적인 방식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는 저자의 의도가 흥미롭다.

사실 게임이론은 경제학이론으로 시작한 만큼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경제학에서 요구하는 완전히 합리적인 인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에서 두 죄수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선 서로 협력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한쪽이 협력하고 한쪽이 배신할 때 배신한 쪽의 이익이 가장 크고 협력한 쪽이 손해를 본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배신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 문제는 두 명의 죄수가 모두 배신을 택함으로써 가장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저자는 내쉬의 덫(보통은 내쉬 균형)으로 보는데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나 사회적으로 흔히 보게 되는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마 사회적으로 가장 유명한 딜레마는 ‘공유지의 비극’일 것이다. 흔히 환경이나 생태계 보전, 지구온난화 등 모두에게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에 협력하는 것이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하는 길임을 알지만 개인이나 기업의 차원에서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이를 어기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결국 확산되어 대부분이 같은 방식을 취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국제정치, 경제의 현실적 문제들이기도 하다.

게임이론엔 죄수의 딜레마처럼 1대 1의 게임도 있고 공유지의 비극처럼 일대 다수의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한다고 한다. 물론 참여자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게임의 법칙은 훨씬 복잡해진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두 명이 할 때는 상대편의 심리와 패턴 등을 관찰해서 응용할 수 있지만 3인의 게임에선 그런 전략이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은 가위바위보의 삼자 게임 또는 그 이상의 복잡한 상황에 닿아있어서 쉽사리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저자가 시도한 방법 중 인상적인 것 하나는 책을 고르는데 있어서 친구와 돈을 모아 함께 책을 고르고 그 중 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분류한 후 공통의 관심사인 책들 중 한 권씩을 나눠 갖는 방식은 언젠가 친구와 헌책방에 가게 되면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은 방법이다.

저자는 게임이론을 통해 신뢰와 협력의 게임을 통해 공평함과 평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행하고 그 사례들을 보여주는데 결론적으로 불가능하지야 않겠지만 그다지 쉬워 보이진 않는다.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오는데 퍽 합리적이고 공정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서구 합리주의 전통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런 배경이 저자가 세상을 공평하고 합리주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토대를 이루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공평함이나 합리적인 시각이 다른 동양적 시각에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합리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학연, 지연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상호 신뢰와 협력에 대해 훨씬 비관적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의 윤리와 전통, 지혜를 반복하지 않더라도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의미에서 미래에의 해답은 여전히 신뢰와 협력이어야 한다는 것은 꽤 멋지고 인간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