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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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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546g | 148*210*20mm |
ISBN13 | 9788960515833 |
ISBN10 | 8960515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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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족을 위한 맹목적 이타주의
“해마다 수십만 명이 잘 알지도 못하는 모금 담당자의 말만 믿고 들어 본 적도 없는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그럴진대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턱이 없다.” [p. 25]
때문에 종종 자선단체의 횡령이나 사기 사건 등이 터진다. 예컨대 2017년 9월 1일 방영된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룬 ‘새희망씨앗’의 128억 기부금 사기사건이나 2017년 12월에 스위스에 사무소를 두고 활동하는 국제자선단체 ‘Ammado’의 대표가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에 전달하기로 한 180만 스위스프랑(21억 원) 등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런 자선단체에 기부한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이들은 이타주의적 성향이 있어서 애써 번 돈을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한 것이니까. 다만, 자선단체를 관리, 감독하는 부서에서 좀 더 성실하게 ‘좋은 의도’로 모인 기부금이 ‘좋은 일’에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고, 책임졌다면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만약 당신이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이 단지 마음의 위안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 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머리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저 기부만 하면 된다.
하지만 당신이 쓴 돈이 제대로 쓰이길 원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이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그 ‘효율’이라는 측면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첫 번째 사례인 ‘플레이펌프스 인터내셔널’은 아이들이 놀 때 발생하는 힘을 이용해 아프리카의 마을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플레이 펌프(Play Pump)를 보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한 트레버 필드(Trevor Field)의 선의(善意)와 열정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냉정하게 자신들이 펼치는 사업에 대해 평가, 분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한 효율적 이타주의
저자는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p. 19]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선행(善行)을 시작하기 전에 5가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첫째,)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둘째,)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셋째,)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넷째,)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다섯째,)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p. 28]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功利主義) 철학이 반영된듯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행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이 할 수 있는 효율적 이타주의
개인적 차원의 이타주의 행동으로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는 공정무역 제품 구매가 있다. 하지만 공정무역 제품 구입은 의외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첫째,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둘째, 공정무역 제품이라는 이유로 소비자가 추가로 지불한 돈 중 실제로 농부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건 극히 일부다 나머지는 중개인이 갖는다.
중앙아메리카경영관리대학원의 버나드 킬리안(Bernard Kilian)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미국에서 공정무역 커피가 일반 커피보다 파운드당 5달러 더 비싸게 팔리고 있지만 커피 생산자가 추가로 받는 돈은 파운드당 40센트라고 밝혔다.
셋째,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그 적은 몫마저 더 많은 임금으로 바뀐다는 보장이 없다. 공정무역 인증은 인증 받은 단체가 생산한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쳐주는 절차이지 해당 단체에 소속된 생산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크래머(Christopher Cramer)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에디오피아와 우간다의 공정무역 노동자 임금을 조사한 결과, 공정무역 노동자들은 비공정무역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 더 낮고 노동조건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pp. 187~188]
이들 조사 결과가 정확하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주고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이타주의적 행동인 탄소발자국 줄이기, 즉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을 쓰지 않을 때 전원을 꺼 두라는 지침(은) 실제 효과(가) 미미하다. 휴대폰 충전기를 1년 내내 꽂아 두는 것보다 뜨거운 물로 목욕 한 번 더 하는 게 탄소발자국을 더 늘린다. 대기전력 소비의 주범인 TV 플러그를 1년 내내 꽂아 두는 것보다 자동차로 2시간 달리는 편이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
비닐봉지 사용은 어떨까? 비닐봉지를 전혀 쓰지 않아도 연간 감축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00킬로그램CO2eq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도 크게 부풀려 잡은 수치이지만 이마저도 당신의 연간 탄소배출량 중 0.4퍼센트에 불과하다.
현지 생산 제품을 구매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과장된 얘기다. 식품 생산으로 생겨나는 탄소발자국 중 10퍼센트만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고 80퍼센트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를 따지는 것보다 구매하는 식품 종류가 더 중요하다. 수입 식품을 전혀 사지 않는 것보다 일주일 중 하루는 붉은색 육류 및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수입 식품보다 국내산 식품의 탄소발자국이 더 큰 경우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북유럽인들이 자국에서 생산한 토마토를 먹으면 스페인에서 수입한 토마토를 먹을 때보다 탄소발자국이 5배 커진다. 온실재배에 필요한 난방 및 조명 시설 가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이 수송에 따른 배출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 [pp. 190~191]
그래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다루는 <불편한 진실>을 쓴 엘 고어가 평균적인 미국인 가정이 쓰는 전력의 20배(2006년 기준 연간 221,000Kwh)를 소모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나 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개인적 차원의 이타주의 행동들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가 기부단체인 ‘기빙왓위캔(Giving What We Can)’과 ‘8만 시간(80,000 Hours)’의 공동설립자여서 그런지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조언을 한다. 그리고 효율적 이타주의를 실천하고 전파하라는 얘기를 한다.
나도 모르게 선입견을 가져서인지 왠지 기부를 강조하는 저자의 해법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분명히 맹목적, 열정적 이타주의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설득력이 있지만, 그 대안에는 다소 껄끄러움이 느껴지니…
저자의 대안에도 효율과 합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꼼꼼히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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