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빙 : 한국어<br/>화면비율 : 2.35:1 Wade Screen, NTSC<br/>사 운 드 : 돌비디지털 Stereo<br/>상영시간 : 90분<br/>등 급 : 전체 관람가<br/>지역코드 : 3<br/>제작년도 : 2005년, 벨기에

만약 당신이 그곳에 있다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이 분은 우리 아빠다.
아빠는 항상 잘 알고 계신다.
특히 축구에 대해서라면.

질(일리야 반 말더겜)은 열두 살 소년. 벨기에 국가대표 축구 팀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부상으로 좌절해야 했던 아버지 베르트(필립 피터스)는, 아들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길 바란다. 생업인 과일 가게도 내팽개치고, 아내 앤(요케 데빈크)에게도 소홀히 한 채, 베르트는 오로지 아들이 뛰고 있는 경기장을 따라다닌다. 아버지의 영웅은 전설의 브라질 축구선수 가린샤. '작은 새’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가린샤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아들에게 보여주며, 양발을 모두 써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격려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들의 경기장을 찾은 베르트. 하지만 경기를 보다가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질은 아버지이자 가장 좋은 축구 코치를 잃게 된다. 게다가 발목 부상에 시달리는 질은 결국 축구를 포기하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마치 천사처럼 나타나 질의 환상 속에서 여전히 아들을 격려한다. 하지만 질의 부상은 점점 깊어진다. 게다가 아버지의 회계사였던 요리스(피터 불카엔)와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이가 되자, 질의 반항심은 깊어진다. 유일하게 질을 위로하는 사람은 여자친구인 리즈(린케 그립)와 환상 속의 아버지. 어느날 밤 집을 뛰쳐나간 질은 아버지의 부름 속에서 숲속의 축구 경기장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전설의 축구 영웅들과 함께 경기를 펼친다. 하지만 베르트는 지나치게 아들에게 자신의 경기 방식을 강요하고, 질은 아버지에 반항한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최종 평가전. 질은 큰 부상을 입고 휠체어에 앉는 신세가 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새아버지인 요리스와 깔끔하게 단장된 가게, 그리고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며, 소년은 성장한다.

* Theme 1_소년이 성장한다는 것
성장기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처럼 '질'도 한 소년의 꿈과 좌절, 아이가 현실을 깨달아가는 과정, 첫사랑의 작은 떨림, 자아를 확립해가는 모습 등을 다룬다. 여기서 '질'이 조금 특별하다면, 그 모든 것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제시된다는 점. 소년은 축구를 통해 꿈을 이루려 하고, 축구를 더 이상 하기 힘든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며, 결국 축구를 통해 인생을 알아간다.

'질'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열두 살 소년이 깨닫게 되는 '현실’이다. 질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도, 어머니가 또 다른 사랑에 빠진 것도, 발목 부상 때문에 경기에 뛰기 힘든 것도, 질에겐 인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래서 질은 여전히 죽은 아버지의 환영과 축구를 하고, 약국을 하는 여자친구가 가져다 준 약을 바르면서 경기를 뛰며, 어머니의 새 애인에게 반항한다. 이것은 아버지 베르트가 질에게 심어준 환상이다. 네 번의 수술을 겪으며 결국 선수를 포기한 베르트에게 축구는 실패한 현실이 아닌 판타지 속의 그 무엇이며, 그는 아들에게 그 판타지를 강요하고 주입한다. 질은 아버지가 불어넣은 판타지를 깨고 나옴으로써 성장한다. 그리고 축구는 삶 그 자체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을 인정하게 된 질은, 어머니의 새로운 사랑도 인정하게 되고, 비록 자신은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청소년 대표가 된 친구 데지레(윌리 만지 카베라)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다.

* Theme 2_함께 살아간다는 것
'질'엔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있다. 이 영화는 성장뿐만 아니라 우정, 가족, 관용 같은 중요한 삶의 가치들이 스며들어 있으며, 질은 그들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베르트의 가게에서 일하는 마르크(크리스 피에카엔트)는 약간은 지능이 모자라며 보호시설에서 사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게가 힘들어지자 마르크는 해고되는데, 질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그 동안 받은 얼마 안 되는 급료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가져와 수술 비용에 보태 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픈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가려는 질에게 “다음 시즌도 있다”며 소년의 조급함을 달랜다.

질의 가장 좋은 친구인 데지레는 백인 중심의 벨기에 사회에서 살아가는 유색 인종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질과 데지레가 나누는 플레이는, 서로를 어시스트해주는 우정의 관계다. 그리고 질은 데지레 할머니의 주술을 통해 아버지의 환영을 만나게 되는데, 의례 기괴하고 어둡게 표현되기 일쑤인 그러한 과정은 이 영화에서 매우 일상적이며 편안하게 드러나며, 진실한 영혼의 소망처럼 묘사된다. 어머니의 새로운 사랑을 인정하는 것도 소년에겐 커다란 각성이다. 축구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했던 어머니는 ?아버지 요리스와 함께 무대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공연을 하고, 질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질만큼이나 어머니 앤도 베르트의 죽음으로 고통을 받았고, 그녀는 요리스와의 관계를 통해 그 고통을 극복한다. 어린 질은 처음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면의 성장과 함께 어머니에게도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인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