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멋스러운 제목 때문에 진가가 평가절하될 우려가 있어 보였다.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무엇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놓쳐버렸을까? 제목만 보면 시류에 편승한 가벼운 책이 아닐까하는 편견을 갖기 쉽다. 차라리 원제목인 <How to Love>가 책의 주제를 나타내는데 더 명쾌하지 않았을까? '사랑에 관한 이야기?'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책이 사랑,인생,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답은 백인백색일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상담가로 활동해 온 고든 리빙스턴에게 우리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줄 사랑과 행복의 실체가 무엇인지 물어보기로 했다.

우선 술술 잘 읽힌다는 점이 이 책의 첫번째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그리고 두번째 좋은 점은 각 장에서 제시하는 지침들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면서 진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다. 진실은 단순한 데서 발견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읽었던 심리 상담책들은 모호한 인내와 타협, 노력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책들은 행복의 근원은 자기 내면에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들의 충고대로 따라하다가 실패한 평범한 사람들을 매번 좌절시키곤 한다. 그러다 보면 행복은 영원히 잡히지 않는 신기루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고든 리빙스턴의 관점은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서문의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반드시 파악해야 할 진실과 속설이 그 일례이다.

속설: 모든 관계는 무조건 견디고 버티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사실: 나쁜 관계에서 요구되는 부담과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구분해야 한다.

속설: 원하는 것을 가지려면 타협하거나 양보해야 한다.

사실: 친절과 사랑에 관해 포용력 있는 사람이라면 타협하거나 양보해야 한다는 마음 자체가 없다.

"사랑은 무엇이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며, 어떤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인생의 대명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살펴보자.  그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올바른 선택없이 행복을 위한 무조건의 노력은 무모하다고 지적한다. 그에 의하면 행복은 대부분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저자의 이러한 견해에 쉽게 동조할 것이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사람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수정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있더라도 우리는 결정적인 찰나에 속기 쉽다. 사랑의 힘이라면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상대방을 잘 모르는 채 자신과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나중에 상대방이 변했기 때문에 관계가 깨어졌다고 탓하지만, 실제로는 관계를 맺기 전 서두르다 중요한 사실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피해야 할 유형으로 나르시시스트, 경계선 인격장애자,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 과도한 불안증세를 지닌 사람, 강박적 인격자들의 특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 그들을 상대로 선택했을 때,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관계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나쁜 관계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에는 우리네 인생이 너무 짧다. 우리 식의 속담으로 표현하자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완벽한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는 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하다고 믿는다. 완벽한 상대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친절, 낙천적인 사고방식, 용기, 성실성, 관용, 정직, 유머, 지성의 덕목을 지닌 사람을 만나라고 충고한다. 물론 상대에게 요구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성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전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영화를 보았을때 고집불통 괴팍한 잭 니콜슨이 헬렌 헌트를 만나 자신의 벽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 매우 감동적이었는데, 주인공의 대사처럼 "당신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듭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을 만난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은 단지 상대방이 있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마가렛 앤더슨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리기 쉬운 사랑의 진실에 대한 기록. 저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는 독자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갖게 하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상담자를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 보고 있다. 우리 모두는 한 번 뿐인 인생을 경험없이 시행착오를 하다가 아깝게 흘려 버린다. 고든 리빙스턴은 이 책이 행복한 인생으로 나아가는 이정표로, 즉 바람직한 인생사용설명서로 쓰여지기 바라고 있다.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상대를 선택할지 신중하라는 충고를 깊이 새긴다면 그는 보다 나은 인생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