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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4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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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6.24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9.2만자, 약 2.7만 단어, A4 약 5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645485 |
2024년 05월 03일 ~ 2024년 05월 03일
2024년 04월 30일 ~ 2024년 05월 31일
2024년 04월 29일 ~ 2024년 05월 12일
2024년 04월 22일 ~ 2024년 05월 05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2023년 08월 04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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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두려워질 때가 있었다. 의식 있는 사람이고 싶어하지만 내 속에서 어떤 차별적인 시선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목격할 때마다 고개를 숙이는 내가 보였다. 여성으로서 여성을 보는 시선이 얼룩질 때도 있었고 누군가가 당하는 차별을 자연스레 방관하고 인정할 때도 있었다. 부끄러웠고 배우고 싶었다. 계속 그렇게 고개를 숙이다 보면, 나 또한 은연중에 당하고 있었던 차별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조용히 억울한 마음을 삭이기보다는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자그만 관심의 시작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때였다. 바짝 호기심이 일었던 때라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정작 걸음마 단계인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멋지게 디자인된 표지와, '엠마 왓슨이 추천한'이라는 카피보다, '모두를 위한'이라는 제목의 수식어가 마음에 들었다. 페미니즘이 남성을 혐오하는 '여성'만의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그동안 페미니즘에 대해 의아했던 부분들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국의 페미니즘 작가 '벨 훅스'는 어렵고 학문적인 페미니즘 이론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일만한 간결하고 쉽게 읽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잘못된 정보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카더라와 오해들이 페미니즘의 발전을 저해한다 믿었다. 오랫동안 그러한 책을 찾던 작가는 결국 자신이 원하던 책을 직접 집필했다. "명료하고, 간결하고, 쉽게 읽히는" 페미니즘 입문서를 말이다.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책은 놀라울 정도로 재밌게 읽힌다.
작가는 일단 페미니즘 정치의 역사와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한 후,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한 페미니즘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구별한다. 그 과정에서 임신 선택권, 인종과 젠더, 페미니즘 남성성, 결혼과 육아, 페미니즘 성 정치 등의 쟁점과도 마주하는데, 현대에 와서 이러한 쟁점이 일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간 페미니즘 신봉자들에게는 선택과 행동의 기회가 주어졌고, 기존의 잘못된 사회구조에 젖어 있던 사고와 행동을 유지한 채로는 아무리 페미니즘을 외친다 하더라도 성차별주의를 완전히 극복해낼 순 없었다. 지배와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 사고는 상호 관계와 상호의존의 윤리를 강조함으로써 우리에게 불평등이 초래한 결과를 바꾸고 동시에 지배를 종식할 방법을 제안한다 (262쪽)"고. 또한, 페미니즘은 백인 우월주의와 자본주의, 계급주의, 가부장제와 관련된 문제들을 포함한, 우리를 괴롭혀온 모든 것들에 대항하는 "상호성의 토양을 만드는 우리 사회의 유일한 사회운동(236쪽)"이라고.
페미니즘을 둘러싼 온갖 부정적인 소문들을 듣고 '설마'하면서도 믿어본 적이 있는가. 남성과 여성이 욕설을 하고 서로를 비아냥대며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책에 의하면, 페미니즘의 적은 단지 남성이 아니며 성별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페미니즘을 읽어야 한다.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시작이 바로 여기에 있다.
*
16쪽,
이런 얘기를 하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는다. 페미니즘에 관해 어떤 책이나 잡지를 읽어봤는가. 페미니즘 담론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가. 페미니즘 활동가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나면, 그들이 아는 페미니즘은 십중팔구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것일 뿐이며 페미니즘 운동이 실제로 무엇인지 거기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98쪽,
베티 프리단은 『여성의 신비』에서 여성이 전업주부로 가정에 속박되고 예속된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불만을 "이름 없는 문제"라고 이름 붙였다. 이 문제를 여성 전체의 위기인 양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고학력자 백인들의 위기였을 뿐이다. 그들이 가정에 속박될지도 모른다는 위험에 대해 불평할 때, 이 나라의 수많은 여성들은 일터로 향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던 여성 노동자들 중 다수에게 전업주부가 될 권리는 오히려 '해방'처럼 보였을 것이다.
176쪽
남성중심주의만 강조하면 페미니즘 이론가들을 포함한 여성들이 여자가 다양한 형태로 아동을 학대하는 현실을 쉽사리 무시하게 한다. 우리 모두 가부장적 사고에 익숙해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지배할 권리가 있으며 어떤 수단으로든 힘없는 사람을 복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배의 윤리학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정도로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235쪽,
우리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비전의 맥박은 여전히 근본적이고 필연적인 진실과 공명한다. 즉, 지배가 있는 곳에 사랑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페미니즘 사고와 실천은 동반자 관계와 육아를 통한 상호성장과 자아실현의 가치를 강조한다. 누구나 욕구를 존중받고, 누구나 권리를 누리고, 누구든 예속이나 학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관계에 대한 이러한 비전은, 가부장제가 관계의 구조를 지키기 위해 고수하는 모든 것과 반대된다.
260쪽,
페미니즘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배경이 천차만별이므로 각자의 삶에 곧장 말을 건네는 페미니즘 이론이 필요하다.
배우 엠마 왓슨은 빌 콘돈 감독의 리메이크 〈미녀와 야수〉(2017)에서 벨 역을 맡아 호연을 보였다. 영화에서 벨은 문학을 사랑하고 책을 읽으며 세상을 알아간다. 왓슨을 아는 사람들은 벨이 그녀의 실제 모습과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왓슨은 페미니스트이자 인권 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왓슨은 2014년 UN에서 여성 인권 신장 캠페인 ‘히포쉬(HeForShe)’의 홍보 대사를 맡아 연설한 바 있다. 그녀는 “여성의 권리 투쟁은 남성에 대한 증오가 아니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다”라고 말해 많은 이의 갈채를 받았다.
또한 왓슨은 2016년부터 페미니스트 북 클럽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책을 추천하고 있다. 목록을 보면 이 책,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도 들어가 있다. 작년 2월 왓슨은 벨 훅스와 만난 자리에서 그녀가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훅스의 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엠마 왓슨(왼쪽)과 벨 훅스
“소녀들은 네게 우아한 공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겠지. 헤르미온느라면 네게 전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할 거야.” - 엠마 왓슨
벨 훅스(본명 글로리아 왓킨스)는 십대 때부터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사유하며 글을 썼다. 19세에 쓴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 –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은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가장 훌륭한 여성 작가의 책 20’에 들기도 했다.
이 책의 원서가 처음 출간된 것은 2000년이다. 그녀의 나이 48세 때다. 30년 동안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하고 몸소 싸워온 그녀는 어려운 용어 대신 쉽고 명쾌한 언어로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이 다루어야 할 영역을 소개한다. 국내에서는 2002년 《행복한 페미니즘》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 책은 원서의 2015년 개정판을 새로운 번역으로 펴낸 것이다.
훅스에 따르면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여기에는 남성우월주의의 개념이 없다. 성차별주의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페미니즘 운동은 백인우월주의-자본주의-가부장제 하에서 반남성주의, 양성 평등주의 입장이 강했다. 하지만 인종과 젠더를 넘어선 성차별주의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페미니즘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남성과 다를 바 없이 활동하게 되고 더 높은 계급 지위와 더 큰 권력을 손에 넣자 페미니즘의 정치와 자매애는 약화되었다. 계급 권력을 손에 넣은 서구 여성들은 제3세계 여성들을 노예화하거나, 자국 가난한 여성들에게 가난한 여성들에게 가사와 육아를 전가시켰다. 이는 곧 종식시켜야 할 가부장제를 유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강연하고 있는 벨 훅스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 대한 인지와 포용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에, 사랑이 인정과 애정, 책임감, 헌신, 그리고 지식을 모두 품어야 한다는 사실에 수긍한다면 정의 없이 사랑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사랑이 우리게 변화시킬 힘을 주고, 지배에 저항할 수 있는 의지를 심어준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페미니즘 정치를 택하는 것은, 곧 사랑을 택하는 것이다.” -236쪽
여성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을 여성들이 선택할 수 없다면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임신선택권과 임신중단권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나아가 여성의 몸과 외모에 대한 성차별주의적인 사고를 불식시켜나가야 한다. 특히 레드스타킹이 주도한 ‘낙태 공개 발언’은 1973년 미 연방대법원에서 낙태 허용 판결을 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페미니즘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의-가부장제는 대중매체를 활용하여 미용과 패션 산업에서 자본의 이익을 위해 페미니즘을 왜곡하기도 한다.
“성공한 남자들을 살펴보면, 남자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을 떄가 많다.” - 버지니아 울프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주제는 가부장제 폭력이다. 이 범주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뿐만 아니라 동성 간의 폭력, 아동에 대한 어른의 폭력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가부장제 폭력이 지닌 중요성은 이를 끝내는 것은 모든 종류의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은 격동의 세월이었다. 피임약과 함께 찾아온 성해방, 68혁명,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민권운동, 반전 시위와 신좌파운동이 분출되었다. 이 무렵 여대생과 여성들은 남성우월주의 사회에 반기를 들었다. 생리, 강간, 상폭력, 임신, 낙태 같이 대놓고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제 페미니즘은 더 이상 관념적인 단어가 아니었다.
1963년 8월 모두의 권리를 위해 성과 인종을 뛰어넘어 손을 맞잡았다.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 이후 여성들은 학계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학 강좌의 개설은 페미니즘 사상과 이론을 전파하면서 운동을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양날의 검으로 돌아왔다. 여성 운동가들이 학계라는 게토에 안주하면서 대중과 거리를 두거나, 가부장제의 덫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생각하는 대신 꿈을 꾼다. 여자의 일생은 냄비를 문질러 닦는 동안 다 지나가버린다. 그런데도 굉장한 소설이 된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저자는 1960년대 이후 발흥된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침체에 빠진 원인을 진단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모색한다. 그녀는 페미니즘이 반대하는 것은 ‘남자’가 아닌 남성중심주의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진정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본문 뒤에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해제〉가 실렸다. 권김현영은 한국에서 20여 년간의 페미니즘 전략은 ‘실패’했다고 진단하면서, 벨 훅스가 공들여서 주장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보자고 권한다.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약자이자 강자다. 우리가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는 약자가 생존 가능한 사회에서만 우리는 모두 우리의 취약함을 감당하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약자를 위한 정치학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될 수 있으며, ‘다양성’은 우리의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다.” - 옮긴이의 〈해제〉 중에서
이 책은 페미니즘을 알고자하는 모두를 위한 훌륭한 입문서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이해하기 좋도록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페미니즘의 역사와 범주 그리고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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