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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3년 11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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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1쪽 | 406g | 153*224*20mm |
ISBN13 | 9788955612134 |
ISBN10 | 8955612133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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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지루하고 상투적인 내용을 여러 가지 사례와 과학적 근거, 저자의 경험담 등을 토대로 생생하게 풀어나가고 독자에게 호소하는 글의 내용은 이 분야에 대해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자연에 대해, 그 속의 인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보호 책자가 아닌 하나의 철학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책의 내용 중에는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나 대안이 없이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책의 제목에서 말하듯 성경에서의 십계명과 같이 가슴속에 품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중점을 두라는 저자의 의도가 숨어있는 듯 하다.
현대사회에서 동물을 인간의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개나 고양이 뿐만 아니라 뱀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이미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인간의 친구가 되기 위해 준비된 동물들이 아닌 야생의 모든 동물까지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고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생명 사랑은 시작된다고 한다. 인식의 전환. 이 책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인간들의 생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고, 이것 때문에 이 책은 하나의 철학서 또는 사상서라고 해도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각종 실험에 사용되는 수많은 동물들,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들을 친구로 생각하고 이름을 붙여 불러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동물에게 애정과 사랑을 쏟는 것도 대부분 애완용에 한해서일 것이다. 저자와 같은 동물 연구가나 동물원의 사육사는 그 애정의 범위가 좀 더 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인식을 저자가 바라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그리 쉬워보이진 않는다. 일례로, 아무리 채식 캠페인을 벌여도 육류 소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저자가 그러한 것을 감안하고 집필한 것인지 단순히 자신의 생각만을 내세우기 위해 집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한권의 책은 지구의 생명체와 공존하기 위한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십계명의 첫 번째인 ‘우리가 동물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뻐하자’. 생물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동물과 식물.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세 부류로 나뉘어 있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람.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양의 전통과 사상에 비해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서양의 문명은 근대에 이르러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와 함께 ‘동물’ 속에 포함되어 있던 ‘사람’은 ‘animal’과 'human' 으로 분리되어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동양에서는 전혀 동물에 대한-여기서 ‘동물’은 인간을 제외-문제점들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서양의 모든 문명이 동물을 착취하고 지배했다는 것도 아니다. 보편적인 인식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러했다는 뜻일 뿐이다. 여하튼, ‘동물’에서 벗어난 사람은 ‘자연’에서도 벗어나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십계명의 첫 번째를 그것으로 한 것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연을 떠나 살 수 없고, 동물이기를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첫 번째 계명에서 그 모든 것을 인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기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류가 극복하고 지배하려 했던 무리에 그 자신이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문제점의 출발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고정관념이다. 숨쉬고, 먹고, 자고, 뛰어노는 생명체가 사람뿐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 옆의 강아지, 하늘을 나는 새, 물 속의 물고기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키면 비로소 고정관념은 깨어지고 나머지 아홉 개의 계명 또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계명이 가장 핵심적이고 저자의 마음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계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라고 하는 두 번째 계명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무난하게 이어진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두 번째 계명의 내용 중에는 인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나 관행적 행위로 인한 폐해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여러 가지 사례들로 가득찬 이번 장은 모르고 있던 사실이나 알면서도 무감각했던 행위들에 대해 잘못이라고 일깨워주는 반성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그에 대한 대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름 붙이기나 법적 권리에 대한 내용들은 그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특히 이름 붙이기는 책에서도 나왔듯이 이미 보편화되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니 인류도 조금은 저자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인류의 생명도 존중받는 다는 것이다. 이것은 얼핏 작은 일로 비춰질 수 있다. 내 강아지에게 이름을 붙여준다고 해서 강아지가 나의 생명을 존중해 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범위에서 보았을 때 분명히 인류의 생명이 존중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이것도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문제이다. 동물 따위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꾸준히 길러서 잡아먹고, 실험실에서 아무리 많이 죽여도 계속 사육해서 충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틀어박힌 사람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미 그 증상은 나타나고 있다. ‘광우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임으로서 생겨난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이 병은 인류가 예측하지 못한 자연의 대답인 것이다. 좁은 우리에서 소에게 최대의 효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미 인간은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자연은 그러한 인간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이렇게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예는 ‘벌’이다. 뒤에서도 나왔지만 유전자 조작 식물로 인한 벌의 이상 행동은 그냥 그러려니 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 식물들 중 곤충에 의해서 수분이 이루어지는 ‘충매화’의 경우 벌이 없어진다면 그 수나 종류가 급감할 것이다. 이것은 생태계에 즉각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그 피해는 인간이라고 해서 비켜갈 수 없다. 그 누가 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믿을까. 그러나 인류는 벌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 외에도 우리가 아직 모르는 다른 생명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생명도 존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 번째 계명도 두 번째 계명의 연장선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행하는 것들을 동물들도 알고 행한다는 것이다. 요점은 적용의 문제이다. 인간은 행하지 않거나 인색했던 다른 종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동물들은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사랑하고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또는 다른 종 간에도 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동물들에 비해 사랑은커녕 잔인한 살육을 일삼는 인간이 얼마나 수치스러운가를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장의 목적이다. 게다가 동물에게서 배운다는 것은 첫 번째 계명에서 말한 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넘어 인간과 평등한 존재 이상으로 대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에게서 배운다는 것은 과거의 생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미 우리는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세 번째 계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을 통한 실천 방법이 네 번째 계명부터 시작된다. 그 첫 번째 방법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제인과 마크는 자신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어린 시절 자연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주고 있다.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어른이 되어 제인이나 마크와 같은 사람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에 집중하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을까. 현재는 완전히 포기하고 아이들에게 너희들 세대에는 자연과 조화롭게 지내고 생명을 존중하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현재와 미래,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고 키워나가는 방법이 바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은 배움이 반이다.’ 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현재와 미래의 문제들은 해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르치기 위한 어른들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피어난 싹은 아이들이 자라서 그 열매를 맺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는 인식의 변화를,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는 가슴 깊은 곳까지 뿌리내릴 수 있는 방법.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다섯 번째 계명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바보 같은 행위로 인해 멸종된 수많은 동물들과 어그러진 자연의 섭리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 나라에는 황소개구리라는 이름으로 이슈화 되었던 외래종의 유입 문제나 무분별한 사냥으로 자취를 감춘 한국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에 인간의 개입은 당연한 것이다. 아니, 그것마저도 어폐가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인데 개입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표현인 것이다. 잘못된 점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활동은 그 속에 인간이 없더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황소개구리는 인간이 아니라면 몇 백년, 몇 천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이동해와야 겨우 한반도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먹이감은 늘어만 가는데 포식자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인간의 활동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물 복원이라는 대안도 제시되어 있고 고무적인 성과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조심스럽게 해야 할 일이다. 인간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라면 인간에 의해 복원되는 것이 마땅하나 자연의 선택에 의해 사라진 개체를 복원하려 한다면 이는 인위적인 멸종만큼 위험한 발상이 될 것이다. 책에 나와있는 포식어류를 예로 들 수 있다. 사람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복원한 동물이 아닌 그저 이사 온 물고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들의 먹이사슬에서는 엄청나게 위협적인 존재가 생긴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에 공룡을 복원시켜 놓은 것과 다를게 없다. 그래서 다섯 번째 계명이 ‘투철한’이나 ‘확고한’이 아닌 ‘현명한 생명지킴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것도,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것도 과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들도 자연스럽게 지켜지게 될 것이다.
여섯 번째 계명인 ‘자연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자’는 다섯 번째 계명과 그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 인간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발생되는 수많은 문제점들, 그것을 수치로 나타내어 객관적 자료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지만 저자와 옮긴이의 글 속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비율이나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그것이 상실되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인간에 의해 어질러진 질서는 쉽게 바로잡을 수 없을 것이다. 책에 나와 있는, 죽어가는 돌고래들과 멸종해버린 덤불에 사는 새들은 그나마 단순한 문제이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남극에 사는 펭귄이 모두 죽어버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는 고민할수록 막막함만을 더해주는 문제이다. 이미 현재진행형인 펭귄 멸종 시나리오는 지금이라도 자연의 소리를 들은 인간들이 잘못을 깨닫지 않는 이상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니, 깨닫더라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는 펭귄만을 고려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골칫거리인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극의 펭귄 문제는 매우 복잡하지만 세상에는 이보다 훨씬 간단하고 치유하기 쉬운 자연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귀를 열고 듣는 것만 남았다. 눈을 뜨고 보는 것만 남은 것이다. 이미 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 맨 처음에 나오는 글이 ‘알면 사랑한다!’ 이다. 자연을 아는 만큼 자연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을 알기 위해 자연을 해치는 것은 오히려 모르고 있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동물을 알기 위해 마취하고 추적장치를 달고 해부하는 일련의 연구과정들은 그 자체로 이미 ‘자연 그대로’라는 전제조건을 무시해버린 것이 된다. 물론 이에 대한 대안은 뚜렷하게 마련된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는 말로 계속 진행되기보다 자연 그대로를 연구하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과 동물도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알면 사랑한다고 했지만 사랑해야 알 수 있는 것이 동물이요, 자연인 것이다. 동물들의 생김새나 크기, 속도, 무게 따위보다 그들의 ‘삶’을 연구하고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방법이며 그러기 위한 길이 동물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이다. 마취총을 쏘고 전파발신기를 달고 시끄러운 헬기를 타고 그들 위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쏟아 붇고 나서 그들의 ‘삶’을 연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민하고 탐구하면 분명 길은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배를 갈라보지 않고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를 현대에는 초음파나 X-ray 같은 기술을 이용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해서 자연을 진정으로 알게 되면 전보다 훨씬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게 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알고 사랑하게 된 것들에 대해 믿음을 갖고 그 믿음에 자신감을 얹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여덟 번째 계명에 나와있는 수많은 사례들만 보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던 잘못된 것들은 물론이고 그런 것에 무관심한 타인들을 위해 계몽하고, 이익을 위해 신경도 쓰지 않는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실험용 동물들이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LD50(p. 191) 이라는 수치를 맞추기 위해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런 실험으로 나온 ‘추정치’와 수많은 생명들의 무게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어린 아이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찬란한 과학의 진보를 자랑하는 21세기의 학자들이 단지 이렇게 해왔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단순하기 짝이 없는 실험이나 하고 있다는 것에 분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모르고 지나쳤으면 그만일 일이다. 그러나 자연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움직여야 한다.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모르고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보다 더 큰 죄를 짓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힘들 것이다. 갑자기 식탁에서 고기반찬이 사라지는 것을 찬성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p. 195)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한 대로 모두가 채식으로 돌아서면 동물을 도살할 일도 없어질테고 가축 사육을 위해 재배되는 곡식에서부터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지만 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이것을 본 전 세계의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육식가가 채식으로 돌아서면 지구에 살고 있는 8~9마리의 소가 매년 목숨을 건진다. 엄청난 수의 가축이 도살당하고 있는데 그 중 겨우 8~9마리밖에 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히 8~9마리의 소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지게 된다. 한 사람이 움직임으로써 시골길에 보이는 소들 중 8~9마리는 평화롭게 여물을 먹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단지 한 사람이 채식을 함으로써. 행동의 힘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홉 번째 계명에 나온다. 동물 애호가나 그들을 연구하고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 일이 많은데 혹은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동물 따위에게 정신이 팔려 있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별볼일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인생을 바치고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이 수천명에 이른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보지도 않고 헛된 짓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뭔가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홉 번째 계명에서는 동물을 보호하는 분야에서 그 명성을 떨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심리학자부터 의사,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본인의 전문분야를 통해서나 위장취업 등 위험한 방법까지 동원해서라도 지키고자 하는 그 무엇은 이미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수많은 독자들이 이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아무리 이상주의자같은 저자라도 바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계명은 그저 그들을 ‘돕자’라고만 말하는 듯하다. 여덟 번째 계명까지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더라도 아홉 번째 계명의 사람들처럼 선뜻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알아주고 지지하며, 크든 작든 어떠한 행동이라도 취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줌으로써 이 책이 독자들에게 부담스럽게 다가가지 않는 이유가 되어준다.
그러한 연장선에 열 번째 계명이 있다. 그래도 망설여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계명.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갖고 살자’. 저자는 이 계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실제로 그 중요성은 다른 어느 계명보다도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제는 간단하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가 그 주장의 빈도를 높이고 있는 ‘실천’이라는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쓰고 사람들의 만행을 고발하고 양심에 호소를 해도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 책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잘려나간 나무에게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실천의 원동력을 우리 속에서 찾는다. 큰 세상 속에서 한없이 초라하고 무기력한 ‘나’가 아닌 전 세계에서 똑같은 신념으로-혼자가 아니라는-활동하고 있는 ‘우리’가 있기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상당히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저자는 꿈같은 프로그램을 오래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과 함께 말이다.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열 가지 계명으로 정리하여 각각의 주제에 맞게 이야기를 하는 구성은 장단점이 있다. 책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책을 읽었더라도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십계명만 봐도 어느 정도 내용에 대한 예측과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책의 주제가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내용인 만큼 주제에 맞는 내용을 정확히 분할하여 정리하는 것은 힘들었던 것 같다. 중복되는 내용이 종종 보이고, 글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곤 하지만 다른 계명의 내용이 포함된 구성도 자주 보였다. 전체적인 주제는 한 가지로 통일되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글을 읽기 전보다 오히려 십계명에 대한 인식이 옅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결국 내용을 이해한다면 십계명이라는 것 자체가 부수적인 치장물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보다 두려운 것이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생명의 소중함.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노력한 저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내용의 구성이나 출처 같은 것들이 책을 쓸 때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저자들이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그 ‘진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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