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에 '아, 이 책은 그냥 이렇게 읽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리하여 책을 읽는 며칠 내내 스페인 국민 간식이라는 '츄러스' 가게를 찾아 다녔고, 세계맥주판매점에서 '스페인 산 맥주'를 집에 쟁여 놓는가 하면, 급기야 친구와 함께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까지 강림하였다.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스페인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더욱 깊게 그 기분을 느껴보고프게 하는 그런 책.

표지부터 그런 느낌이 물씬하다. 알로기달로기 화려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그러면서도 뭔가 꿈틀꿈틀, 리드미컬한 인상. '기묘한'과 '실종 사건'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전혀 '미스터리' 또는 '스릴러'로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줄거리도 그랬다. 어찌보면 상대적으로 선진국 영국에 '라이선스'가 있는 스페인의 잡지사이지만 규모 면에서나 구성인물 면에서나 다소 오합지졸처럼 느껴지는(물론 사람 하나하나는 매력적이지만 어쩐지 외인구단 같다) 잡지사 리브라르테의 직원들이 '짤리지' 않기 위해 생각해낸 임시방편이 걷잡을 수 없는 국제적 실종 사건으로 커져 버리면서 발생하는 좌충우돌!

재미있는 것은 그 좌충우돌이 모두 '러브 스토리'로 이어진다는 것. 그중에는 젊고 아름다운 한 쌍도 있고, 나이 들고 외로운 가운데 운명의 짝을 찾은 이들도 있고, 불꽃같은 사랑을 갈구하다 사랑에 속아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도 있다. 다른 사건 사고가 아니라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이 '사랑'이라는 것에 울고 웃는다는 것! 이것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뭐랄까, 각박하게 살아가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결혼은 무슨 연애도 포기하고 산다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그와중에 불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체로 순수하게 빠져드는 사랑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전개방식. 사랑 이야기만 해도 우리 인생에서 이야기할 것이 차고 넘친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마음을 조금 풀어놓고 그 이야기에 빠져 책을 읽는 내내 달콤하게 빠져들 수 있었다는 것! 왜 추천사에서 '맘마미아'를 견주어 이 책을 묘사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유쾌하고 매력적인 러브스토리를 골자로 하고 있다는 거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극적 효과, 인물 대비를 위해 그런 거겠지만 식사를 하면서 '물 좀 달라'는 영국 남자에게 '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며 와인을 내미는 스페인 할머니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화끈한 스페인을 맛볼 수 있는 소설! 스페인에 가면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보다 '안달루시아'에 가봐야지!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