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은 다시 한번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 있다. 한국의 분단은 1895년 이래 외국이 한국 문제에 개입한 것이 낳은 또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야마시타 골드]의 이 한국어판에서 우리는 1895에서 1945년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 일본이 한국과 여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를 어떨게 철저하게 약탈했는지에 관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약탈된 보물들의 대부분이 왜 아직도 반환되지 않고 있는지를 최초로 밝혔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야만적인 억압, 한국의 문화를 영구히 말살하려는 일본의 시도, 한국의 국보들에 대한 일본의 체계적인 도둑질 등은 많은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여기서 특별히 밝힌 것은 그것이 일본의 지배 과두체의 축재를 위해 행해진 아시아 전역에 대한 약탈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골든 릴리(킨 노 유리)라 불렸으며, 히로이토 천황의 동생인 치치부 왕자의 감독하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치치부는 고다마 요시오를 비롯한 일본의 최고위급 갱단들의 긴밀한 협력을 받았다.
1945년 일본이 항복했을 때, 일본이 훔친 모든 것, 즉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보물, 예술품, 국가 및 민간 소유 장서들, 청자, 종교 유물, 보석, 금과 백금 이 모든 것의 반환이 강제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랬는가?
오랜 시간에 걸친 연합국들의 일치된 노력의 결과, 패전국 독일은 유럽의 많은 나라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로부터 빼앗은 예술품들과 기타 유물들을 반환해야 했다. 독일은 45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지급했지만, 경제적으로 초부국인 일본은 고작해야 30억 달러를 지급했을 뿐이다. 독일의 주요 기업들은 노예 노동자, 전쟁포로 및 기타 희생자들에게 수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일본의 거대기업들은 모든 희생자들의 소송을 교묘히 피해갔으며, 일본 정부도 성적 노예화를 강요당했던 한국인 여성들의 모든 소송을 회피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미국은 일본 정부가 한국 및 기타 나라들로부터 약탈한 보물들을 보유하도록 허락했으며 심지어 지금도 일본이 소송을 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가? 이것은 부패와 탐욕이 뒤범벅된 충격적인 이야기다. 우리의 책은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다른 어느 누구도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스털링 & 페기 시그레이브
『야마시타 골드』는 1895~1945년 동안 일본의 “본격적이고 냉정하며 계획적인” 아시아 보물 약탈에 관한 책이며, 전후 이 약탈물을 발굴하여 전세계 우익 정권을 배양하기 위한 비밀 정치활동 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미국과 일본 관리들의 공모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이것을 넘어 『야마시타 골드』는 역사와 인간 영혼의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저자 페기와 스털링 시그레이브는 [역사상] 가장 커다란 범죄와 비밀 중의 하나를 들춰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장 깊숙한 타락과 야만성, 인간의 기만능력에 관한 새롭고도 놀라운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1895년 일본 기업들의 대리인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의 소름끼치는 명성황후 암살에 관한 흥미진진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이 쿠데타는 너무나 치밀하게 조직되었기 때문에 일본은 자신의 공식적인 책임을 부인할 수 있었으며, 그에 뒤이은 혼란에 대처한다는 핑계로 한국에 대한 군사적 점령과 약탈을 감행할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야만적 정복은 일본이 이후 45년에 걸쳐 극동아시아에서 어떻게 차곡차곡 승리를 해 나갈지를 예시한 전조였다.
다음 번 승리는 1904년에 일어났다. 작은 나라 일본이 러시아라는 거대한 나라를 패배시키고 남만주를 병합한 것이다. 한국과는 달리 만주는 훔쳐낼 금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만주는 천연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일본은 장기적 식민 전략을 채택하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만주를 개발했다. 일본인들은 도로를 개설하고 산업을 창출했다. 보다 중요한 측면으로서, 그들은 장제스의 국민당과 연계된 중국의 갱단 및 부패한 군벌들과 유착하여 만주를 방대한 양귀비 밭으로 변모시켰다. 1937년에 일본인들과 일본의 갱단 및 국민당 협력자들이 전 세계 불법 마약의 90%를 공급했다. 그들은 만주국 황제 푸이를 중독시켰으며, 중국인들을 억압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수천 개의 아편굴을 열었다. 파괴와 선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그들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잔학행위를 저질렀다. 1937년 말에서 1938년 초에 일본인들은 난징에서 35만 명으로 추산되는 중국인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도살했다. 수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강간을 당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사지를 절단당하거나 살해되었다. 난징의 경우는 일본이 인도차이나, 말레시아, 타이완, 필리핀 등지로 제국을 확장해 나갈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보여주는 전조였다.
또한 이 책에서 주요 등장인물들도 난징학살을 통해서 데뷔한다. 일본군 병사들, 범죄조직 두목들, 1941년 12월에 진주만 공격을 감행한 관리들은 그들 자신이 씹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물어 뜯어냈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후 곧바로 일본으로의 퇴각을 개시했다. 소규모 권력핵심 그룹이 이전 45년에 걸쳐 훔쳐낸 수십억 달러어치의 금과, 백금, 문화재, 기타 귀금속을 보관할 책임을 맡았다. 일본인들은 이 공작을 골든 릴리라 부르며, 시그레이브 부부는 주저없이 그에 관련된 인물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그들이 거명한 도이하라 장군, 일본의 최고위 야쿠자 갱단 두목 고다마 요시오, 두 사람 모두 만주와 상하이에서 중국의 마약밀매꾼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활동했다. 골든 릴리의 총두목은 히로이토의 삼형제 중의 한명인 치치부 왕자였다. 헌병대는 골든 릴리의 첫 번째 촉수로서, 1938년에 6천 톤의 금을 난징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그러나 골든 릴리의 대부분의 보물은 야마시타 장군에 의해 필리핀에 매장되었으며, 이 책의 주요 무대도 바로 필리핀이다.
시그레이브 부부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고 주장하는데, 이 말이 단순히 농담은 아닌 것 같다. 골든 릴리에 직접 관계된 일본인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전쟁 동안 연합군 전쟁포로를 노예 노동자로 사용했던 니산, 미츠이(1930년대에 이 회사는 만주의 아편을 헤로인으로 제조하는 일을 했다), 미츠비시, 스미토모 등을 포함한 일본 기업들을 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폭발성이 큰 자료다. 또한 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매장된 약탈물을 발굴하기 위해 일본인들과 공동으로 작업했던 미국인들도 거명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사람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일본인들만이 기만적이고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미국인들도 일본인들과 공모하여 생존한 연합군 전쟁포로, 성 노예, 강제노동자들에 대한 배상을 부정하려 했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미국인들이 약탈물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 관리들 및 은행들과 함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점령군 요원들이 약탈물을 나누어 갖기 위해 일본의 기업들, 전범들, 마약밀매꾼들―이들 중 상당수는 전후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에게 그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의 책임을 면제해 주었다. 야마시타를 침묵시키기 위해 미군은 1946년 2월 군사법정에서 그를 교수형시켰다. 반면에 그의 오른팔이었던 고지마는 필리핀인 CIA 요원 산타 로마나에게 고문을 받아 필리핀에서 보물창고가 매장된 곳들을 불어야 했다. 산타 로마나는 CIA 장교 에드워드 랜즈데일을 그 약탈물이 숨겨진 곳으로 안내했다. 랜즈데일은 즉각 재고목록을 작성하고 그후 20년 동안 로마나를 수많은 비자금의 명목상 주인으로 내세운 후 그를 감독했다. 그 이후 약탈 금은 수많은 나라의 42개 은행 내 176개 구좌로 옮겨졌고, 이것은 다시 CIA가 비밀리에 지원하고자 했던 사람과 조직들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지면 관계상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