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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1997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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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3쪽 | 크기확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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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나는 장미가시에 찔려 죽는다. 실제 그런 희귀한 병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이것은 마르케스가 구사하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일환이 아닌가 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지만 있을법한, 99%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1%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는 바로 그런 것. 그것이 마술적 사실주의이다. 환상이 곧 현실이고 현실은 마술같은.
2. 서구라는 합리성
장미는 서구인이 준 것이었다. 서구인이 준 장미에 찔리고 죽게되는 중남미인. 뭔가 다른 뜻이 내포된 것은 아닐까. 빌리가 고향인 스페인에서와는 달리 파리에서는 맥도 못 추고 있는 것처럼 제3세계라고 치부되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은 그렇게 서구라는 강대국에 의해 찔리고 고통 당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네나는 장미가시에 찔린 그 순간을 자신이 끼고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자랑하려고 일부러 찔렸다면서 유머러스하게 넘어간다. 장미가시에 찔린 사건은 물론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보기에도 정말 아름다운 찬란한 물건이기에, 그것을 자랑하는 것은 꽤 '폼'나는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거대하고 눈에 띄는, 겉으로 보기에 좋아보이는 것들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녀의 역사는, 운명은, 모두가 무관심하게 넘어갔던 바로 그 장미가시 때문에 뒤바뀌고 만다. 사람들은 잊고 있다, 삶을 움직이는 힘은 대단하고 훌륭한 것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수롭지 않은 아주 사소한 소수의 것들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3. 눈이 온다
중남미에서는 눈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곳, 유럽에서는 눈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처음 만난눈은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눈보라로 인해 고생을 하긴 했지만 눈은 그들을 신나게 했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혼자서 병원을 뛰쳐나오는 빌리에게 쏟아지는 눈은 그 때의 그 눈이 아니다. 아내는 죽고, 그 사실조차 모른채 일주일을 병원 앞에서만 서성댈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중남미인에게 눈이 내린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그 날, 파리에서는 10년 만의 대단한 눈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빌리는 절대고독 속에, 허망함 속에, 분노와 슬픔으로 폭발할 지경이지만 사람들을 그저 축제를 즐길 뿐이다. 그렇게 중남미인은 소외된다. 중남미 국가의 현실은 그런 빌리와 닮아있다.
4. 소외는 소외를 낳는다
병원, 네나를 담당한 의사는 아시아계 사람이다. 네나와 빌리는 그가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는 줄 알고 그를 '식인종' 으로 지칭하며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그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깜짝 놀라는 그들. 의사는 빌리에게 불친절했고 어떻게 해야 그의 아내를 돌볼 수 있는지, 연락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사무적인 태도로 그의 존재를 공기처럼 무시해버린다.
주류사회인 서구에서보면 중남미나 아시아나 모두 비주류, 소외된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자들은 같은 소외된 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소외는 또다른 소외를 낳고 있다. 마치 한국인들이 동남아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반면 서구인들은 그들에게 특별대우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우리 또한 소외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소외된 부류들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주류만을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은 스스로를 이중의 소외 속에 내몰고 있다.
5. 성장
빌리는 고독하다. 좋은 집안 사람이지만 잡초같이 자랐고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다. 그는 자연인에 가까운 중남미 토박이, 내면의 나약함을 품고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천상 건달이다. 반면 네나는 서구교육을 받고 그것에 훌륭히 적응한 인물이다. 그는 빌리를 무지와 미성숙함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것이 그녀가 의도했던 것이던 아니었던 간에. 파리에서의 일주일 동안 그는 성장한다. 건달도, 네나에 의지해오던 사람도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는 그렇게 혼자선다.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은 처음인데, 이 사람의 소설을 읽으면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못 만났으면 정말 아까웠을 것 같은 작가!' 그의 작품은 특별한 느낌이다. 노벨상 수상작으로도 유명한 '백년동안의 고독'도 읽어보고 싶다. 언뜻 듣기로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와 느낌이 비슷했는데 어떠할지..... 가르시아 마르케스만의 독특한 환상성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의 상황, 즉 현실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환타지를 찾게되는 요즘의 시대조류에도 부합하는 절실한 오아시스같은 카타르시스로 굉장히 매력적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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