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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1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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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1쪽 | 658g | 153*224*30mm |
ISBN13 | 9788990247544 |
ISBN10 | 89902475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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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작은 사건도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구입한 할머니가 차안에서 커피를 쏟았고 이 때문에 허벅지에 3도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법정에 갔고 배심원단은 맥도날드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커피를 쏟은 건 본인 실수였고 치료비도 1만 달러가 조금 넘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금액인데 이 판결을 얻어낸 변호사에겐 어떤 비결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니면 이때의 배심원단은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었을까? 배심원단은 그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이들이 판결한 금액은 변호사가 교묘하게 사용한 앵커링 효과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사례는 사람들이 가격을 결정하거나 받아들이는데 일관성이 없으며 때로 비합리적이고 편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경우에서 보듯 앵커링 효과의 영향은 금액의 크기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가격 결정의 한 사례라면 우리가 실제 거래에서 지불하고 있는 가격도 이토록 불합리하게 책정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의사결정의 불합리성과 편향은 행동경제학 실험을 통해 유명해졌다.
지난 몇 년간 행동경제학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행동경제학을 주도하고 있는 리처드 세일러(다른 책에선 리처드 탈러로 소개됨)나 댄 애리얼리 등은 뛰어난 경제학자이면서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는 저자들로 이들의 실험과 이론을 담은 경제학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행동경제학의 선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너먼과 그의 동료 트버스키의 심리학 실험 들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 인용되어 왔으며 그 중 일부는 일상에서 대화소재로 등장할 정도다. 이렇게 확고한 대중성을 이미 획득한 분야에 경제학자도 아닌 저자가 무얼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는 역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행동경제학을 토대로 가격과 가격 결정에 관한 거의 모든 이론을 모아 놓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행동주의적 의사결정 이론에서 가격과 선택,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인간의 정신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려했던 기원을 찾아 저자는 행동경제학 이전에 이루어졌던 정신물리학 실험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는 심리학의 세기였다고 하지만 불과 한 세기 전만해도 심리학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고 엄밀한 과학이 되고자 했던 경제학은 심리학에서 거리를 두고자했다. 이후 오랫동안 심리학과 경제학은 서로 등을 돌린 채 상대방을 무시하게 되었다. 한편에선 비과학적인 심리학에 반기를 들고 정신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새롭게 개척한 사람들이 있었다. 정신+물리학에 대해 인간+합리성이라는 경제학 모델만큼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인간의 정신도 물리학처럼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다수의 실험이 행해졌고 일련의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실험을 통해 인간의 감각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비례적이며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는 시각적 착시를 유발하는 여러 유형의 그림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실험은 후대의 연구로 이어졌고 결국 사람의 생각과 행동도 절대적이고 일관된 것이 아닌 상대적이며 맥락에 근거한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카너먼 등의 실험으로 행동경제학이 탄생하기 전에 어느 정도 예측되었고 밝혀졌다고 한다.
인간의 의사결정 행위가 때로 비합리적이고 편향될 수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전통 경제학에 위협인 것만은 아니다. 이미 제조업자와 마케터 들은 이를 이용해 소비자를 조종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 또한 일군의 전문가 그룹은 이런 연구결과를 이용해 가격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면서 오늘날 마케팅과 가격 결정 구조는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제품을 담는 용기를 소비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살짝 변화시킴으로써 내용물의 용량을 줄여서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행위나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휴대폰의 문자메시지에 가격을 부과하는 행위(국내에선 이에 대해 반발로 요금을 인하한 적이 있지만 문자메시지로 인해 통신사에 추가로 부과되는 비용은 거의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한다)등은 소비자가 그 차이나 가격의 가치를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마법 같은 요소도 있다고 하는데 널리 알려진 사례들 중 두 가지 경우를 보자. 가격의 끝자리에 9를 붙여 1,000원을 990원에 판매할 때 매출은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이 끝자리에 붙는 9는 마법의 숫자로 대체로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또 가격에 있어서 사소한 차이도 선호도에서 큰 차이를 유발하는데 20원과 100원짜리 제품을 각각 10원씩 할인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구매 패턴이 바뀌진 않지만 10원과 100원짜리 제품을 각각 10원씩 할인할 땐 선호도가 극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똑같은 금액을 할인하고 있지만 공짜는 뭔가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가격의 결정 구조는 알면 알수록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이런 기법들이 이미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마케팅 업체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교묘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반해 소비자들은 직장 동료나 친구에 비해 더 저렴하게 구입했는지 비교하는 데에서만 가격의 가치를 찾는다.
여기에 담긴 가격에 관한 광범위한 행동주의적 의사결정 이론은 대부분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실험한 것들로 가격이 얼마나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는지 또한 얼마나 상대적일 수 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알더라도 무슨 수가 있을까? 사실상 복잡한 가격 산정 과정을 이해할 수도 없고 개입할 수도 없는 일반인들은 그저 주어진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밖에 없는데 그 비교 기준이 결국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있다는 점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마음 편히 할인 품목을 구매하면서 행복했던 어제가 오늘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알게 된 세상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고 한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격이 상대적이고 임의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가격을 지불할 때 매번 망설이게 될지도 모르고 선택의 가치를 심사숙고 하느라 더 고통스러워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린 이 가격 이론을 통해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최소한 복잡하고도 난해한 세상을 이해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되긴 하는 것 같다. 게다가 거래에 참여하게 될 때 여기 소개된 가격 결정 기법들을 적용해 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을지.
저자인 윌리엄 파운드스톤은 과학 관련 이야기를 주로 다루어 왔는데 개인적으로 국내에 번역된 그의 책은 모두 읽고 소장하고 있을 만큼은 그의 팬이다. 전작인 <머니사이언스>에서는 수익을 내는 공식이 존재하는가를 탐구하면서 켈리의 법칙으로 알려진 가능성을 탐색했었다. 그 책에 등장하는 에드 소프는 금융공학의 선구자로 '퀀트'의 원조로 알려졌고 또 정보통신 혁명에 중요한 공헌을 한 클로드 섀넌이 등장하는 등 돈을 버는 수학 공식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었던 셈이다. 칼 세이건의 전기와 게임이론의 창시자이자 현대 컴퓨터 구조의 개념을 설계한 인물로 평가되는 폰 노이만을 다룬 '죄수의 딜레마' 는 특히 저자의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들이다. 가능하다면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나머지 저서들도 번역되어 한국어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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