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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1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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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해체는 조금은 의외였다 쳐도(사실 겔러거 형제의 싸움으로 파탄날 거였다면 10년 전에 그렇게 됐어야 하지 않은가?), 노엘의 솔로 앨범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비틀즈 풍의 멜로디, 단순한 코드에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 그리고 무자비하게 쿨한 리암의 보컬과 노엘의 멋진 기타 솔로. 그것이 오아시스를 있게 한 강력한 로큰롤의 구성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5집 [Heathen Chemistry] 이후부터 노엘은 오아시스의 스타일에서 조금씩 벗어난 곡을 써왔었다. Mucky Finger, The Importance of Being Idle, Falling Down 같은 곡들이 그랬다. 이 곡들은 좀 더 클래시컬하고 올드한 감성을 보여주었지만 무엇보다도, 리암 보컬이 낼 수 없는 느낌을 노엘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아니? 노엘이 이렇게 뛰어난 보컬이었던가?’ 특히 The Importance of Being Idle에서 보여준 가성은 노엘 스스로도 ‘x나 훌륭했다’며 만족을 표할 만큼 절묘했다. 물론 노엘은 오아시스 스타일의 곡을 꾸준히 써왔고(Lyla, The Shock of Lightning 등), 그 곡들은 리암이 불러 꾸준히 오아시스의 히트곡 리스트에 추가시켜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노엘이 오아시스라는 틀을 벗어나 다른 사운드를 지향해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오아시스의 해체는 형제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계속 오아시스다운 로큰롤을 하고자 했던 멤버들과, 노엘 겔러거만의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고자 했던 노엘의 음악적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하면 억측일까?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과 노엘의 이번 솔로 앨범을 비교해보면 분명 억측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아시스의 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노엘은 영리하다. 그는 스스로를 늘 영감이 번뜩이는 천재 이미지로 포장하지만 그는 늘 철저한 계산속에 움직인다. 이 앨범에는 그가 꽤 오랫동안 아껴두고 있던 곡들이 많다. Everybody On The Run이나 If I had a gun.. 은 7집 투어 때 사운드 체크 때부터 간간히 부르며 시험해왔던 곡이고, (I Wanna Live in a Dream in My) Record Machine 과 Stop the Clocks는 2005년 6집 세션 때부터 녹음했던 곡으로 꾸준히 오아시스 앨범의 물망에 올랐고, 2008년경에 데모가 유출되기도 했었다. 모두 오아시스 6,7집에 실린 곡들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멜로디를 지닌 곡들이다. (노엘의 인터뷰를 보면 다른 곡들의 창작 시기도 대개 비슷하다.) 오랫동안 아껴온 곡들인 만큼, 멜로디라는 측면에서는 노엘이 쌓아온 커리어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노엘은 늘 자신의 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멜로디라고 밝혀 왔으며, 멜로디에 관한 한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 솔로 앨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사운드다. 앨범 전체적으로 웅장하거나 화려한 느낌이다. Everybody On The Run의 현악 세션, The Death of You and Me의 브라스 편성, Stop the Clocks의 코러스와 기타 솔로로 절정을 향해 치닫는 구성, 또 Falling Down의 맥을 잇는 Aka...What a Life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노엘이 굉장히 의욕 차게 자신의 원하는 사운드를 구현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또 Soldier Boys and Jesus Freaks에서는 킹크스 풍의, Aka...Broken Arrow에서는 닐 영 풍의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10곡 모두 노엘 겔러거의 음악이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한 가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솔로로서의 노엘은 어떨까? 사실, 오랫동안 오아시스를 사랑해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앨범에서 무언가 빠진 듯한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몇몇 노래에서는 리암의 보컬을 생각할 것이고, 늘 싱글컷 되곤 했던 오아시스 스타일의 록큰롤을 그리워할 것이다. 비디 아이를 들으면서 노엘의 부재를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며, 그만큼 형제의 조합이 훌륭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한 노엘이 너무 정공법을 택했다는 사실도 아쉬움을 부채질할 수 있을 것이다. 유출되었던 트랙들의 데모 버전과 앨범의 정식 버전은 사실 크게 차이가 없으며, 다른 곡의 사운드들도 그가 꾸준히 해왔던 범주 안에 있다.(물론 그만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그의 매력이지만) The Death of You and Me같은 경우는 The Importance of Being Idle과 다른 느낌을 주지만 분명 멜로디나 구성이 비슷하며, If I had a gun..같은 경우는 노엘 본인도 인정하는 것처럼 명백한 오아시스 사운드다(개인적으론 Talk Tonight처럼 담백한 편곡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또 한 가지 더, 공연 시 전면에 나서는 프론트맨으로서의 자질은 그가 리암보다 뒤떨어진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오아시스의 흔적들은 분명 더욱 향수를 느끼게 할 것이다.
물론 이 앨범은 분명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출발로서는 무척이나 괜찮으며, 듣는 이를 실망시키지 않을 멋진 팝송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솔로로서 노엘의 입지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오아시스라는 이름은, 그것을 만들어낸 노엘 자신에게도 거대한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나올, Amorphous Androgynous와 함께한 두 번째 앨범에는 좀 더 싸이키델릭하고 낯선 노래들이 실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에 실린 노래 중 네 곡도 편곡되어 실린다. 아직 어떤 방향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곡 하나면 몰라도 앨범 전체로는 좀처럼 모험을 하지 않는 그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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