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소개 >
* 감독 : 앙드레 떼시네 (André Téchiné)
1943년 발랑스 다장 출생, 시네필과 영화 비평가로부터 출발하여 영화 작가(감독)의 길에 들어선, 전형적인 누벨 바그 감독들의 노선을 이어 밟은 '누벨 바그 이후 세대' 감독이다.
1964년에서 1967년까지 [까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이었고 영화고등교육연구소 이덱 IDHEC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자끄 리베뜨의 조감독 출신인 테시네는 까이에 가족 배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여배우 뷜 오지에를 주연으로 해서 매우 실험적이고 반 주류적인 첫 영화 "뽈리나는 떠나고 Paulina s'en va (1969)"를 만든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1975년이 되어서야 세상 빛을 보게 된다.
이어서 한 가족의 70여년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프랑스에서의 기억들 (1975)"을 만들고 이어서 범죄영화에 멜로적인 감성을 깔고 있는 "바로코 Barocco (1976)"를 제작하는데 여기서 최초로 간판급 스타 이자벨 아자니와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주역으로 기용, "보니와 클라이드" 같은 쫓기는 연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여기서도 테시네의 형식 실험은 계속되는데 무성영화처럼 행동과 표정 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가 하면 특히 색채를 의미 구성의 주요한 인자로 사용한다.
1978년에는 근엄하고 결벽주의적인 작품 "브론테 자매 Les Soeurs Bronte"를 제작하는데 이는 브론테 자매들의 천재성이 억눌린 가족사의 비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주목한 이야기로서 이자벨 위페르와 이자벨 아자니, 마리-프랑스 피지에가 등장하여 치열한 연기대결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의미망의 복합성, 침묵의 연출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문학비평가요 기호학자였던 롤랑 바르트가 이 영화에 우정 출연했다.). 이어서 테시네는 제라르 드빠르디유와 함께 70년대의 대표적인 남성 배우로 이름을 날리다 요절한 빠트릭 드베어를 까트린느 드눠브의 상대역으로 기용한 영화 "아메리카 호텔 H tel des Am riques (1981)"을 연출했는데, 사랑의 모험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기존의 제도와 관습을 버리지도 못하는 여성을 냉정한 시선으로 연출, 절반의 성공을 얻는다.
그 후 테시네 감독은 TV와 연극계를 오가며 연기자를 포함한 이야기 전달의 매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고 '글쓰기'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구경거리(스펙타클)'로서의 영화에 대한 탐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1982년 제작한 TV용 중편영화, 작가이자 배우인 자끄 놀로가 글을 쓰고 직접 출연한 "마띠우에뜨 Matiouette", 그리고 연극연출가 파트릭 쉐로의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며 젊은 배우들의 얼굴과 리허설을 화면에 담았던 단편 영화 "아뜰리에 l'Atelier"를 만들며 숙성한 테시네의 사고와 감성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시골에서 파리로 상경한 젊은 처녀 니나(줄리엣 비노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랑데부 Rendez-vous (1985)"에서 결실을 맺는다.
1986년 까트린느 드뇌브와 다시 만난 영화 '범죄의 장소 Le Lieu du Crime"에서는 아버지가 부재하는 시골의 모자 가정,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들어오는 범죄자 3인 사이의 불가능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서 "랑데부"에서부터 시작된 사실주의적 허구 연출 방식을 보다 확고히 하는데, "결백한 사람들 Les Innocents (1987)", "난 키스하지 않는다 J'embrasse pas (1991)", "내가 좋아하는 계절 Ma Sainon Pr f r e (1993)" 등의 작품에서도 계속해서 테시네만의 독창적인 미장센 실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멜로드라마를 기본으로 하되 개인사와 사회사의 관계를 함께 녹여내어 장르를 초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작가주의적 고민과 상업주의적 필요성의 긴장 관계를 완화시키며 구경꺼리(스펙타클)로서의 영화에 대한 새로운 방정식을 창조하는데 그의 모든 영화광적 지식과 기술, 정열을 투자하고 시도해 나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야생 갈대 Les Roseaux Sauvages (1994)"는 완전 신인인 젊은 배우들과 함께 경량의 제작 규모를 가지고 다시 한 번 감독 자신의 뿌리를 찾아보는 전환점이 된 영화로서 기억될 만 하다. 예술-문화 공영 채널인 ARTE 방송국의 기획 시리즈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갈대와 참나무"라는 라퐁텐느 우화에서 직접 인용한 제목으로 편집된 52분짜리 TV용 버전도 있다.
그 후 까트린느 드뇌브와 네 번째로 만나 작업한 영화 "도둑들 Les Voleurs (1996)", 또 줄리엣 비노쉬와 다시 만난 "알리스와 마르땡 Alice et Martin (1998)"을 만들고 올해는 무대를 모로코의 탕헤르로 옮겨 "야생 갈대"에서 만났던 젊은 마그레뱅 배우들과 함께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한 영화 "멀리 Loin (2001)"를 선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테시네 감독은 즐겨 그리는 테마들 -과거의 무게, 사랑의 어려움, 섹스의 불가능성, 속수무책이 되어 버리는 정열의 무자비함 등-을 계속 되새기면서도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관객을 늘 새롭게 감동시킨다. 결국 누벨바그 감독들 중에서도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이 걸어갔던 허구 지상주의적 길을 가장 직접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68년 이후 70년대의 격렬한 정치문화적, 사적 갈등과 혼란의 시대를 겪은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관, 특히 역사적인 동시에 사적인 존재의 모순을 미시적으로 고찰하며 인간 관계 속의 가장 미세한 떨림과 반향까지 잡아내는 연출 능력은 앙드레 테시네 감독을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적 감독의 한 명으로 손꼽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게 만든다.
【작품 연보】
멀리 (Loin) 2001
앨리스와 마틴 (Alice et Martin) 1998
도둑들 (Les Voleurs / Thieves) 1996
야생 갈대 (Les Roseaux Sauvages) 1994
내가 좋아하는 계절 (Ma Saison Pr f r e) 1993
난 키스하지 않는다 (J'embrasse pas) 1991
도망자 마르뗑 (범죄의 장소 Le Lieu du Crime) 1986
랑데부 / 니나의 일생 (Rendez-vous) 1985
마띠우에뜨 (Matiouette) 1983 - 중편
아메리카 호텔 (H tel des Am riques) 1981
브론테 자매 (Les Soeurs Bronte) 1979
바로코 (Barocco) 1976
프랑스에서의 기억 (Souvenirs d'en France) 1975
뽈리나는 가고 (Paulina s'en va) 1969
< 줄거리 >
이 영화는 권투선수와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모종의 정치 스캔들에 대한 폭로를 댓가로 거액을 거머쥔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피신하여 멀리 떠나 둘만의 사랑으로 살아 갈 미래를 꿈꾸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 세력은 그의 입을 막고자 그를 찾아 혈안이 된다. 결국 도피 직전에 그는 여인이 보는 앞에서 킬러에게 살해당한다. 킬러는 그녀에게 감춰둔 돈의 행방을 추궁하고 그녀는 그를 피해 여기저기 도피생활을 해 보지만 날이 갈수록 그와 그녀가 사랑했었던 복서가 닮아 보이는걸 알게 되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