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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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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663g | 145*215*20mm |
ISBN13 | 9791186560693 |
ISBN10 | 118656069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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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매우 잘 아는 사람의 글이다. 현재 레스토랑, 술집,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책 한권이 눈에 금방 읽히더라 했더니 음식에 관해 여러 책을 저술한 바 있고, 칼럼니스트를 겸하고 있다. 기자생활을 하다가 셰프가 되었다고 한다. <노포의 장사법>은 박찬일 셰프가 3년에 걸쳐 평균업력 54년에 달하는 노포의 주인과 인터뷰 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오랜 업력을 자랑하려면 맛뿐만이 아니라 운영자의 경영 철학도 중요하다. 변해가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맛을 지키려 고수하는 사람들의 만남에서 그들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 한 시대가 들어오는 듯한 식당들이 있다.
저자의 첫 문장이다. 입 맛을 다시는 이 문장만으로 노포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다. 최근에 음식문화가 발달하면서 먹방을 시작으로 채널만 돌리면 맛집이 나온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영상과 패널들의 음식 표현과 리액션에만 급급하고, 가게 운영자의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그런 가게들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발달과 음식의 현대사까지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 당시 성행했던 재료들과 그 곳으로 발걸음하는 사람들. 노포의 장사법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맛 표현은 정갈하다. 글에서 맛이 느껴진다. 맥주가 저자의 목을 치면 내 목도 왠지 칼칼해지고, 홍어를 먹은 코에서 암모니아가 뿜어 나온다고 할 때면 내 코도 따라 시큰해진다. 음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글이라 그런지 표현이 아주 맛있다.
투툼한 고기, 바늘처럼 굵고 긴 튀김옷이 입에서 고소하게 씹힌다. p.22
과음하기 딱 좋은 안주다. p.65
목을 치는 탄산의 힘이 지나치지 않다. p.106
시원한 그의 냉면 육수에 혀에 다붓다붓 붙던 기막힌 면발이 자꾸 생각난다. 하, 참. p.355
군평선이 대가리를 들고 살점을 뜯으니, 고소하고 짭짤하며 박 여사의 마음 같은 진한 감칠맛이 처덕처덕 입천장에 붙는다. p.370
정해진 레시피로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프렌차이즈와 달리 노포들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그리고 창업부터 대를 이어 현재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노포들의 소소한 경영 철학에는 배울점이 참 많다.
매일 새벽에 우선 길을 쓸어. 여기 아무 술집도 없을 때야. 여기서 저기까지, 동네 길을 다 쓸어. 다 호감을 갖는 거지. 그렇게 살아 왔어.” p.112
손님이 내 얼굴 안 보이면 맛없어 보인다고 해요, 그래서 기를 쓰고 나와요. 운명같은 거예요. p.127
우리는 아직도 손으로 빚습니다. 그건 자존심 같은 거예요. 그걸 버리는 순간, 신발원은 없어요. p.160
하루가 서른여섯 시간인 줄 알고 살았다. p.192
제발 가게가 없어지지만 않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십니다. 손님들이. 작은 사명감이 생겨요. 그런 말씀을 들으니까. 잘해야지요. p.338
나의 부모님이 살아온 세월과 맞먹는 업력의 맛집을 저자를 통해 읽을 수 있던 것은 매우 영광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주인공인 노포를 섭외하기 위한 삼고초려 해가며 고생한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자장면을 여덟 아홉 그릇을 먹었던 것, 가게 사랑을 입증해기 위해 술과 안주를 푸짐히 시켜가며 세레나데를 부른 박찬일 셰프의 노고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직 한반도에 평화가 완전히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요즘처럼 남과 북이 호의적일 때가 없다. 책에는 이북에서 건너 온 창업자의 이야기가 종종 그려지는데 그 시절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먹먹하다. 전쟁 이후 북에서 전해 내려온 음식, 화교들이 우리 땅에서 이루어낸 중국 음식이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는 걸 보니 음식에는 국경이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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