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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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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8쪽 | 350g | 225*295*15mm |
ISBN13 | 9788996787853 |
ISBN10 | 899678785X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나의 필통에는 몽당연필들이 있다. 엄마는 길고 예쁜 연필들이 집에 많은데 왜 몽당연필들을 가지고 다니느냐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내 몽당연필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학교 도서관에서 ‘몽당연필의 여행’이란 책을 만났다.
나는 ‘내 몽당연필과 책속의 몽당연필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궁금해 하며 ‘몽당연필의 여행’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어느 날 영빈이 아빠가 최고급 연필을 사오셨다. 처음에는 아빠가 사주신 연필을 소중히 여겼지만, 그 외제 연필이 키가 작아지자 영빈이는 몽당연필을 버렸다. 영빈이는 물건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몽당연필은 얼마나 슬플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필통 속 몽당연필을 버렸더라면 내 몽당연필도 많이 슬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영빈이가 버린 연필을 요일이가 가지게 되어 나는 기뻤다.
요일이처럼 내 필통에도 2cm, 3cm, 4cm짜리 몽당연필이 들어있다. 몽당연필로 공부도 하고, 숙제도 하고, 일기도 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필통 속에 들어있는 몽당연필들은 기쁠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최고급연필이 아니더라도 나의 연필이 소중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와 몽당연필들이 함께한 추억이 수북하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슬프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영빈이가 연필을 버려서 몽당연필은 한번 버림을 받았다. 그것을 요일이가 주워서 필통 속에 넣었다. 하지만 요일이의 필통 속에서 또 버려질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몽당연필을 보는 마음이 슬펐다. 그리고 영빈이가 버린 연필을 요일이가 주워서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기뻤다.
나의 연필은 여행가지 않을 것이다. 영빈이가 물건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동물의 가죽으로 가방을 만든다. 그리고 연필을 만들기 위해서도 나무가 필요하다. 생명으로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물건 속에도 생명이 있고,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소중하게 여겨야 그 물건을 위해 희생한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물건을 더 소중히 여기고, 무엇이든 작거나 낡아져도 가치 있고,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아는 마음을 언제나 갖고 싶다. 물건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동생이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몽당연필의 여행” 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몽당연필이 여행을 하는 내용인가 싶었다. 그 여행을 따라 가보고 싶은 마음에 책 표지를 넘겼다.
그러자 “1학년 1반 박영빈”이란 이름이 적혀있는 연필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 순간 1학년이나 읽는 책인가 싶어 ‘책을 덮을까, 말까’를 잠깐, 아주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읽기로 했다.
읽다보니 지금의 내 모습, 우리 집 모습하고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이었다. 영빈이 아빠가 외제 연필을 사 오신 것처럼 우리아빠도 해외 출장을 다녀오실 때 일본산 연필을 사오셨다. 나도 영빈이처럼 외제 연필을 필통에 넣었다. 그리고 연필에 적혀있는 MADE IN JAPAN을 누가 봐주고, 부러워해주기를 바랬다. 그리고 내 외제 연필을 써보겠다고 친구들이 몰려드는 상상을 하며 학교로 향한 적이 있다. 누가 우연히 봐주기도 전에 내가 먼저 자랑을 했었다.
그렇게 자랑스럽던 외제 연필도 결국에는 내게서 버림을 받았다. 외제 연필이 자랑스러워 그 동안 쓰던 연필들은 거들떠도 안 보았고, 외제 연필만 써서 그런가 금방 몽당연필이 되었다. 아무리 외제 연필이라도 몽당연필이 된 연필을 내 필통에 더 이상 둘 수가 없었다. 연필을 잡기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몽당연필을 쓰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영빈이는 연필을 교실 바닥에 내팽개쳤다면 나는 집에 두었다. 그러나 다를 것이 없는 것이 지금까지 그 연필을 거들떠도 안 보았고, 한 번도 꺼내 쓴 적이 없다.
영빈이가 버린 몽당연필을 요일이가 주워서 필통에 넣는 모습을 보고 나도 이해가 안 되었다. 지현이처럼 영빈이를 놀리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보잘것없는 몽당연필을 굳이 주워서 쓰려하는 요일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요일이의 일기를 보니 오히려 요일이가 몽당연필을 내팽개친 영빈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낡은 것이 더 익숙하고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을 영빈이는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내게도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낡은 것이 더 익숙하고, 좋은 것이 있는지를 말이다. 내 몸을 포근히 감싸주는 낡은 이불이 그랬다. 새 이불은 예뻐 보일지는 모르지만 버스럭거리는 소리도 나는 것 같고, 내 몸과 따로 노는 기분이 들어서 별로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데도 버려진 귀여운 몽당연필에게 요일이의 시간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일기 내용에 내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요일이의 일기를 써 내려가던 몽당연필이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터뜨리며 깨달음을 얻는 부분에서 나도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내가 멋지고 잘생겼을 때만 사람들이 날 사랑해 주고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어. 못생기고 키가 작아지자 모두가 날 떠나고 무시했지. 하지만 내 볼품없는 모습,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 주는 요일이를 만나면서 깨달았어.
내가 태어난 이유를...
난 나의 연필심으로 누군가와 함께하고 사랑하고, 나 또한 그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나도 그 동안 연필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대할 때도 겉모습만 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부끄러웠다. 공부를 잘하거나 외제 연필처럼 예쁜 얼굴과 예쁜 옷을 입은 친구들만 곁에 두려했다. 그 동안 내 마음의 길이가 몽당연필처럼 짧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길이 또한 몽당연필과도 같아 더 다가서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예로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표지를 열자마자 저학년이나 읽는 책이라는 생각에 책을 덮을까, 말까를 짧게나마 고민했었다. 그 때 표지 속 그림만 보고 책을 덮었더라면 이러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편견과 선입관에 사로잡히면 정말 내가 볼 수 있는 것도 못보고, 못 느끼고, 소통도 못하게 됨을 느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몽당연필도 영빈에게서 버림받은 몽당연필처럼 책상 한 구석에서 외로움에 떨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내 몽당연필과 나의 시간을 함께 나눈다면 요일이의 연필처럼 내 몽당연필도 행복해하겠지. 나도 나의 몽당연필이 자기의 연필심으로 나와 함께 사랑하고, 나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새 것이고, 겉모습이 예쁜 것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 낡아졌어도 정들고, 편한 것의 가치를 알고 나의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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