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이끌어갈 것인가? 변화에 굴복할 것인가?!

세계를 휩쓴 개항의 파도에서 동아시아 역사를 이끌었던 조선의 흥선대원군 이하응, 중국의 리홍장,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역사의 격변기 속에 세 인물은 고뇌했고,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자국의 역사와 동양 삼국,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 각 세 인물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역사는 항상 변화를 거부하고, 빛나는 과거에 매달린 자에게 미래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변화와 적응은 생존의 문제이다. 또다시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21세기. 이 변화의 길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 혼란
- 조선의 흥선대원군 이하응
삼정의 문란으로 변화와 개혁이 절실했던 시대에 마침내 흥선대원군이 된 이하응은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새로운 역사를 펼쳐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조선의 내부, 조선만 바라보는 정책이었고, 아직 그가 감지하지 못했던 서서히 조여오는 외세가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고 있었다.

- 중국의 리홍장
아편전쟁, 난징조약 체결, 태평천국, 제2차 아편전쟁과 베이징조약 체결까지 청나라는 역사의 격변기를 겪고 있었고, 이 혼란 한가운데에 리홍장이 등장했다. 고위관료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순조로운 관료의 길을 걷지만, 혼란의 시기에 패배를 맛보며 서구열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미일화친조약 체결을 시작으로 개항의 길로 접어든 일본은 러시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과 차례로 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이는 평범한 시골청년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훗날 메이지 유신 성공에 크게 이바지한 기도 다카요시와의 만남은 세상으로 향하는 새로운 창을 만나는 것이 되었다.


2. 선택
- 조선의 흥선대원군 이하응
경제혼란 및 병인양요 발생 이후 미국과 프랑스가 차례로 침범함으로써 격노한 흥선대원군은 점점 쇄국주의자로 변해갔다. 이런 그의 정책은 다양한 정치적 선택을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한, 명성황후와의 대립으로 정치에서 밀려나 있던 시기에 강화도조약이 체결되었고 임오군란으로 재집권에 성공한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청일양국의 주체할 수 없는 힘은 조선으로 집결되고 있었다.

- 중국의 리홍장
서태후가 등장하고 개혁정책이 벌어졌으며, 태평천국의 난이 진압되고 염군의 난까지 모두 진압함으로써 중국 정계의 중심으로 등장한 리홍장은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그는 서구식 군수공장과 서구식 군대를 양성하는 등 청나라의 근대운동이었던 양무운동을 이끌며 서구에 눈떠가고 있었다.

-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영국 유학 중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는 연합군과의 전쟁으로 급히 귀국해 전쟁을 막으려 했으나 지도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수세에 몰려 연합군과 강화를 맺을 때 그의 친화력과 정치력이 큰 역할을 했다. 외국사무국판사를 거쳐 메이지 유신 이후 명실상부 일본 정계의 실력자가 된 그는 헌법을 제정하며 근대국가 일본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었다.


3. 전쟁
- 조선의 흥선대원군 이하응
임오군란을 계기로 흥선대원군은 청나라에 납치되고, 조선과 일본은 제물포조약을 체결하였으며, 갑신정변이 일어나 조선에 대한 청나라와 일본의 천진조약이 체결되었다. 이후 조선 정계를 장악한 일본과 그런 일본의 지원으로 다시 정계의 중심에 선 대원군이었지만, 조선의 운명은 청나라와 일본의 손에서 놀아나고 흥선대원군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있던 날 일본군의 호위를 받으며 광화문을 통과했던 대원군은 운현궁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칩거하다 노쇠해 눈을 감았다.

- 중국의 리홍장
청불전쟁 완패, 일본과의 천진조약 체결 등으로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 청나라는 청일전쟁에서 참패를 맛보았다. 이후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하면서 서구열강의 수탈과 침략이 본격화되었고, 청의 여론은 굴욕적인 계약을 체결한 리홍장을 매국노로 몰았다. 늘 정면대결보다는 협상을 선택했던 리홍장은 의화단 사건 처리를 위해 청의 운명이 조금 더 연장될 수 있었던 신축조약 체결 후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했다.

-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중국과의 천진조약을 계기로 야욕을 드러낸 일본은 흥선대원군을 지원하며 조선 정계를 장악했다. 또한,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며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 동양 패권을 넘겨받게 되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4년 후 이토 히로부미는 수년간 준비한 헌법 제정으로 근대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으나, 이후 동양 삼국의 평화를 위해 저격했다고 진술한 안중근 의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