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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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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684쪽 | 1,034g | 156*228*37mm |
ISBN13 | 9788967356651 |
ISBN10 | 896735665X |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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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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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평가하는 인간 능력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른 존재의 곤경을 상상하기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P 236中에서
지금, 한국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은 어느 만큼의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니 질문이 잘못됐다. 타자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는 능력은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지만, 바로 이 순간에도 타자를 향한 혐오와 조롱의 무참한 말들로 낙인과 배제, 그리고 분리를 외치는 이들이 있기에 필요한 물음이 아니겠는가? 누스바움의 이 책은 이러한 증오와 멸시, 외면의 감정에 도사리고 있는 정치적 행위의 편재(偏在), 그 왜곡과 불온함의 근저를 탐색하고 어떻게 타자를 향해 동정과 연민,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또한 사랑의 감정이 현대의 국가체제라는 커다란 인구단위에서 공적 감정으로서 실천적 정책의 토대가 될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이 극심한 대립과 분열,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는 오늘과 같은 한국사회의 사태에 고작‘사랑’을 해법이라고 들고 나서다니라며 조롱과 비난, 무시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랑의 함양에 있어서 “타인의 운명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볼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곧 내 운명의 이면이라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핵심적임을 이해한다면 경청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고유성에 대한 능동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관심이 아닌가? 저자의 지적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극히 편협한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랑은 감사와 신뢰, 자기통제, 배려라는 마음으로 이 협소함을 확장시켜준다. 책의 시작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인 것은 사랑이야말로 새로운 인간적 태도의 형성, 공적 문화의 필수적 토대임을 제시하려는 누스바움만의 돋보이는 통찰력이다. 이 사랑이라는 인간정서야말로 적대와 불안, 분노가 호혜와 존경, 유연함과 신뢰, 세상에 대한 유머감각이라는 시민적 감정의 모델임을 제시한다.
이와 병행하여‘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의 “이타주의를 촉발하고 정치적 원칙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안정성 제공을 위한 아이디어로써 제안한 ‘인간종교’”에 기초한 인도의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의‘사람의 종교’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주창한 ‘인간종교’를 통해 사회적 공감능력, 도덕원칙의 정서로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정치적 감정으로서 최고의 실천적 대안임을 주장한다. 유일신 종교들을 비롯한 기존의 종교와 이들의 인간종교가 무엇이 다른가하는 통찰들은 이 책의 주요한 장점중의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불멸이 목표가 아니라 타자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목적인 종교, 이기심보다 사심없는 객관적 동기에 관심을 가지며, 지옥의 처벌과 같은 도덕적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허위,부조리의 믿음과 같은 뒤틀린 지적능력을 요구하지도 않는”, 인간존재의 고유함, 시적 창조의 원천이 되는 개별 인간 존재의 능력에 기초해 사회와 문화를 보는 관점의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보인다. 사랑이 정치적 감정의 근간을 이루는 국가는 자칫 자민족 중심의 국가, 국수주의적, 분열적 민족주의를 낳을 수 있으며, 이러한 최면적 자극은 실제적 진실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지연, 왜곡시킬 수도 있다. 특히 무비판적 사랑은 오히려 분노, 증오와 같은 폭력적 감정에 휘둘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사랑이라는 정치적 감정이 비판정신과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누스바움은 양립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랑은 공감능력과 상상력에 터잡은 감정이기에 타자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본질이 있으며, 더구나 보편적 가치라는 공적 감정 하에서 다양한 정책적 해석과 전략적 논쟁 등 비판은 감정적 애착을 통해 더욱 가능한 것임을 실증적 사례들을 통해 입증해내고 있기도 한다.
공적감정은 이처럼 훌륭한 정치적 원칙의 안정성과 효율적인 구현을 위한 원천임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오직 감정적 기반에만 뿌리를 두고서 사회적 정의의 실천이라는 항목들, 이를테면 공정한 재분배 기획같은 것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래서 ‘공적감정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법과 제도의 구축은 선행적 조건으로서 성취되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연민을 보내며 자선사업에 의존하는 사회로서는 결코 정의로운 사회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정세금제도와 일련의 정책적 복지프로그램 등, 제도 자체가 감정의 통찰을 구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감정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공허함과 편향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적 구조로서 제도는 선결적 성취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적 감정으로서의 사랑에 이르는 탐색 중 흥미로우며 진지한 사유로서‘동정심’, “다른 생명체나 창조물이 겪는 고통에 대해 자신의 것으로서 느낄 수 있는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한 통찰은 인간이 자신의 동물성과 동물과의 친족성을 부인, 거부하는 경향성인 ‘인간부정(anthropodenial)', 칸트의 근본악에서 출발한 “타인을 폄하하고 모욕을 주고자하는 강한 욕망이 담긴 잔인하고 추한 의도적 행동”으로서 '실제 악(real evil)'과 더불어 인간의 내재적 편협성으로부터 공감능력에 이르는 단계적 발달단계를 모색하는 장은 이 책의 백미(白眉)중 백미라 할 만 하다. 우리는 유아의 나르시시즘을 모르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욕구의 완벽한 충족, 자신의 무력감을 벗어던지기 위해 전능함을 추구한다. 타인과의 관계라는 상호의존성을 다룰 줄 모르는 그들이 취하는 행태”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들 사이의 상호의존성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다. 무력감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결여한 형태의 강한 불안을 낳고, 이들의 해결책은‘완전함’이며, 그것은 곧‘타인의 노예화’이다. 즉 전능함은 무력감의 같은 얼굴이다. 혹여 지금 한국사회의 구성원인 많은 우리들이 이런 인간인 것은 아닌가? 를 자문하게 된다. 인간의 타고난 성향, 인간 삶의 일반적인 구조적 특성이라 할 이러한 자기애의 성향은 집단 내에 있을 때 더욱 기승을 부린다. 바로 칸트가 지적한 “어떤 사회구조보다 인간 존재에 깊이 내재한 악행의 뿌리”가 이것이다. 타인을 자신의 욕구에 종속시키려는 성향은 근본악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사랑의 경향성은 이러한 인간을 구제한다.
아마 책의 궁극적 목적지점은‘실제사회의 맥락에 적용 실천’해보는 이후의 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한 국가는 인간의 나쁜 행동이 갖는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선언은 시민의 존엄과 평등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낙인과 배제는 어떻게 발생하고 심화되는지, 인간부정의 왜곡된 인간감정들, 혐오, 조롱, 분노, 배제, 분리에 어떻게 대항하여 싸워야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끊임없이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품위있는 사회’를 일궈내기 위한 사랑의 형태, 그 공적감정을 어떻게 실천해 내야하는지의 역사(정치사)와 철학, 문학과 예술을 망라한 전방위적 탐색은 그야말로 미래의 정치사회를 위한 고귀한 제언들의 총체라 할 것이다.
누스바움의 사랑이라는 공적감정은 국가주의와 자유주의의 토대에 서 있다. 날선 비판이 피해갈 수 없는 기초위에 놓여있다. 저자도 피력하듯이 국가주의의 애국심(국가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에 도사린 야누스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주장에 회의(懷疑)가 들게 한다. 나와 너를 안과 밖으로 구분하고, 너를 외부자, 체제전복자라 배제하는 의지가 숨어 있으며, 강제적 동일성의 압력으로 반대자, 양심적 소수자에게 고통을 안긴다. 또한 비판능력을 방해하고 사회적 합리성을 약화시키까지 한다. 기득권세력이 늘 부르짖는 탐욕에 근거한 이기적이고 분리주의적인 관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적절한 국가주의 가치의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끊임없는 비판적 검증을 요구한다. 그러면서“애국심은 단순한 승인이나, 헌신, 수용이 아니며”, “공동선을 지지하게 해주는 보편적 안녕을 지향하는 강렬한 감정으로써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고유한 역사, 헌신을 불러일으키는 고유한 감화력”이라 주장한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을 일상적 감정들로부터 보다 넓고 공평한 배려로 이끌어주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와 더불어 자유주의는 경쟁의 요구, 사유재산의 무한정 보호,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과 같이 타자 배제의 가치들을 우상처럼 섬기는 이념이다. 자유주의자가 공감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언어적 놀음에 지나지 않을까 의심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저자는 이에대해 단지, 가난한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데 관심을 지속해야 하며, 경쟁적 시기심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타인의 입장에서 보지 못하게 하는 감정적 힘들의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 믿는 듯하다. 그리고는 국가주의와 자유주의 기반의 사랑의 정치를 디자인한다. 그래서 돌파해야 할 난관이 수없이 등장한다. 결국 이들 적들을 격파하기 위한 방법을 위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부터 기념건축물, 희극과 비극의 축제들, 비판능력의 장으로서 심미적 교육을 비롯한 교육의 개혁, 시와 소설문학을 근저로 한 독서의 공공지원 체계들을 경험적 사례예시와 함께 실천적 방법론을 모색한다.
이를테면 비극축제는 “타인의 불행에 감응하는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동정심 발달과 동료의식 함양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것이며, 북클럽, 북그룹과 같은 공공도서관 운영프로그램은 소수자, 약자, 인종, 각종 배제와 불평등을 포함한 직면한 인간사회의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하여 일상에서 낙인의 유해한 영향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종다양의 사랑과 연민의 확산을 위한 공적감정 함양을 위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비극적 충돌은 발생할 수 있다. 마치 오늘 한국사회의 반목처럼 말이다. ‘소포클레스’의 유명한 비극작품 『안티고네』는 크레온과 안티고네, 국가적 법률행위와 시민의 종교적 관습행위의 충돌을 얘기한다. 이 윤리적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누스바움은 바로 이러한 비극이 “우리로 하여금 이런 선택과 마주하지 않아도 될 세상을 상상하게 해주는“ 것이며, 이 감정적 상상적 관심이야말로 동정심의 촉발과 동정심을 낳게한 문제를 사유케하는 공적감정의 절대 가치이며, 필요성이라 역설한다.
대개 사람들은 타인의 실존적 현실에 대해 딱히 상상해보지 않은 채 타인의 운명을 논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번지는 혐오와 질시의 강박은 바로 이러한 상상력의 결여, 감정적 통찰을 지니지 못한데서 연유하는 것은 아닌가를 되새기게 된다. 혐오는 평등한 정치적 존중을 가로막는다. 지금 우리는 혐오가 하나의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갈 때 얼마나 철저히 비이성적 과정을 거치는가를 목격하고 있다. 자아에 대한 거짓 인식과 결합하여 세계와 사회를 의도적으로 분할하는 이중화(doubling)라는 이 근본악이 기승을 부리는 해로운 사회에 직면해 있다. 이 책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어내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 세계의 부조리하면서 추악한 인간 존재의 운명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치기획으로서 공적감정이라는 새로운 질서의 제안이다. 이제라도 우리들의 마음 속 진정한 혁명적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가 아닌가? 품위있는 사회, 공정한 사회를 향한 진지하고 빼어난 사유의 총체물이라 하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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