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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영화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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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10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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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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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게 복(福)이었는지 혹은 액(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친 기간 동안 한국에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내가 디디고 선 땅 위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다룬 영화들이 서서히 끓기 시작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사...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게 복(福)이었는지 혹은 액(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친 기간 동안 한국에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내가 디디고 선 땅 위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다룬 영화들이 서서히 끓기 시작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처럼 나의 세계도 정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역시 가끔씩 끓어오른다. 그리고 기포가 사라진 한참 후까지 지치도록 반추한다. 직업인으로서나 자연인으로서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나는 버텨내기 위해 쓴다. 쓰고 또 쓴다.

네 살 때 고향을 떠나 고향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다. 내내 서울에서 자랐지만 이사를 자주 다녀 마음을 둔 곳이 없다. 동창회가 어색해서 가본 일이 거의 없기에 출신 학교들에 대한 소속감도 별로 없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여전히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여전히 이승우를 읽으며 여전히 타르코프스키를 본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10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을 아직까지 좋아하듯, 다시 10년이 지나도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좋아할 수 있기를. 그저 그럴 수만 있다면.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조선일보의 영화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을 설립하고 깊이 있는 영화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는 한편 TV, 라디오 등에 출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낯선 거리에서 영화를 만나다』, 『필름 속을 걷다』,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밤은 책이다』 등이 있다. 「금요일엔 수다다」, 「접속! 무비월드」, 「이동진의 빨간책방」, 「이동진의 굿무비」 등의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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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859, 「브루스 올마이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지난 20년간 평론을 모은 책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1999년 개봉한 「벨벳 골드마인」부터 2019년 개봉한 「기생충」까지, 지난 20년간 발표해온 평론과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쓴 평론을 합해 총 208편을 모아 엮었다. 2019년부터 1999년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세 가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①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20년, ② 영화계의 20년, 그리고 ③ 관객 저마다의 20년. 그야말로 21세기 영화계의 첫 20년이 총결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편이 넘는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각자의 인생을, 또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말하는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된다.

20년 시간의 결을 담은 대작 영화평론집 드디어 출간!

214편의 영화를 다룬 208편의 평론, ‘찾아보기’에 정리한 영화명과 영화인명만 모두 1,700여 개, 그리고 총 페이지 수 944쪽. 오랜 시간 성실하고 탁월하게 활동해온 이동진 평론가의 기록이자,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가 갖고 있는 숫자의 무게이다. 지난 20년의 시간이 켜켜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와 함께 걸어온 21세기 초반부를 동행하게 될 것이다.

각 평론을 2019년부터 1999년까지 영화 개봉 시점의 역순으로 배치한 이 책의 구성은 시간의 흐름 자체를 그대로 녹여내고 있다. 분절된 시간 속에 떨어져 있던 208편의 평론을 한 편의 연대기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앞뒤로 자연스레 그 시기의 영화가 따라오고, 독자는 영화 한 편에 대한 평론과 더불어 시간의 결을 함께 바라보게 된다.

“어떤 영화들은 엔딩크레디트가 흐를 때 진정으로 시작된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영화평론가를 “경험을 사유하며 다시 시작하는 자”(4쪽)이며, 동시에 “영화의 신비를 손에 쥐어보려고 다시 시작하다가 아득해지는 자”(4쪽)라고 말한다.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는 제 감정의 근거를 찾아 영화 안팎을 가리지 않고 탐구해온 이동진 평론가의 치열한 산물이자, 극장 안에서 비춰진 또렷한 이미지의 영화를 극장 밖에서 아득한 문자로 짚어내고자 끊임없이 부딪쳐온 기록이다. 그리고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추천사에서 “그가 종이 위에 펼친 영화 이야기는 때때로 영화 자체보다 더 또렷하게 작품 안팎의 정경과 심경, 그리고 색상과 냄새를 자아낸다”라고 표현했듯, 그 기록은 때로 영화 자체보다 선명했다.

어쩌면 영화는 관객에게서 생각보다 멀리 도망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는 독자에게 계속해서 의문점을 던지며 그 멀어진 거리를 체감케 한다. 봉준호의 영화가 변곡점에 이르러 어떻게 전환되었는지(“봉준호의 영화들에는 변곡점이 있다.”(23쪽, 「기생충」 中)),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진정 바라봐온 것은 무엇이었는지(“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들의 핵심 테마를 ‘죽음과 기억’으로 요약해온 숱한 평문들은 시선의 방향이 잘못되었다.”(536쪽, 「걸어도 걸어도」 中)), 또 「셰이프 오브 워터」의 ‘물의 모양’은 어떤 형태인지(“사랑의 모양은 이렇다고, 진짜 사랑의 형태는 바로 이래야 된다고 특정해서 규정하는 순간, 사랑의 신비는 휘발되고 그 규정 밖의 사랑들에 대해서 폭력이 시작된다.”(133쪽, 「셰이프 오브 워터」 中))…… 한 편의 영화를 논하기 위해 수많은 영화와 영화 밖 세상을 끌어온다. 그리고 독자와 영화 사이를 교차하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홀로 영화를 감상할 때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저자와 함께 살피다 보면 그제야 비로소 한 편의 감상이 마무리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감독 박찬욱의 추천사는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그가 추천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눠본 관객에게 이동진은 차라리 일종의 영화관이다.”

“그러니, 나의 영화는 이렇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책에 수록된 한 평론에서 이렇게 운을 뗀다. “그러니, 나의 영화는 이렇다.” 같은 영화를 보았더라도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영화가 남는다. 그러니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를 읽는 모두는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를 알아가는 동시에 문득 자신의 영화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의 영화는 어떠했는지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한 번 더 시작된다.

“영화가 멈춘 그 발코니의 자리에 서서 이제부터 관객은 곰곰이 생각에 잠길 것이다.”(67쪽)

추천평

20년 동안 쓴 글을 모았다니 이 책에 한 인생이 담겼겠다. 그전에도 이동진은 살았겠지만 그 삶조차 이런 글들을 쓰기 위한 준비에 바쳐지지 않았겠나. 그가 본 영화, 읽은 책, 들은 음악, 만난 사람, 마신 술, 그의 사랑과 투쟁. 이 책은 시네마테크에서 큰맘 먹고 개최한 한 감독의 거대한 회고전 비슷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영화비평가에 비해 문학비평가는 얼마나 안락한 직업인가. 글을 생산하기 위한 재료가 이미 글이니 말이다. 소리와 이미지로 이루어진 창작품을 글 또는 말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란 고될 뿐 아니라 믿음직해지기가 어렵다. 그러나 긴 세월 언제나 시류에 휘둘리기는커녕 일관되게 소신을 지키고 스스로 정한 높은 기준을 유지해왔기에 이동진은 하나의 매체, 또는 기관이 되었다. 그가 추천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눠본 관객에게 이동진은 차라리 일종의 영화관이다. 장소가 어디가 됐건 이동진과 관객이 만나면 거기는 그냥 이동식 이동진 시네마테크다.

영화감독이 되어 좋은 점을 말하자면 이런 게 있다, 특정 영화관의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내 영화로 테스트하면 소리와 영상이 정확하게 재현되는지 정확하게 안다. 내 영화를 다룬 글을 읽으면 그 필자의 실력을 금방 안다. 비판이든 칭찬이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그런 의미에서 독자/관객 여러분, 이동진 극장은 믿으셔도 좋습니다.
- 박찬욱 (영화감독)

이 평론집을 손에 든 독자들은 아마 나와 마찬가지로 이동진이 뛰어난 평론가이자 인터뷰어인 동시에 뛰어난 에세이스트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종이 위에 펼친 영화 이야기는 때때로 영화 자체보다 더 또렷하게 작품 안팎의 정경과 심경, 그리고 색상과 냄새를 자아낸다. 나는 그가 말하는 영화를 만든 사람이 나임을 종종 깜박하고 단편소설처럼 흘러가는 그의 문장에 기쁘게 몸을 맡겼다. 이동진이 내 작품을 한국의 수많은 영화 팬에게 이끌어주었듯이 지금 그는 이 책을 통해 나를 영화의 세계로, 그 풍요로움 속으로 이끌어주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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