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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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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282g | 125*200*17mm |
ISBN13 | 9791190382045 |
ISBN10 | 1190382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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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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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때는 되도록 가방을 가볍게 챙기는 편이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 간다는 것은 그곳이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해도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할테니 그럴 때 움직임이라도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 여행에 대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방에 ‘책’을 넣다니..몇 년 전의 나였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가벼운 책 한 권을 넣거나 기간이 제법 길어지는 경우에는 ebook을 두어 권 저장해 들고 가는 습관이 생겼다.
몇해 전, 무던히도 읽히지 않던 책을 여행지에서 우연히 펼쳐들었을 때 나를 한껏 끌어당겼던 순간이 있었다. 아, 이렇게 마음에 닿는 글이 왜 이리 눈에 안 들어왔던 것일까..고개를 갸웃하면서 한껏 책에 빠져들었었다. 그 때 알았던 것 같다. 여행지에서는 일상에서 바라보던 낱말들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그것은 내가 알고 있던 내가 아닌 또 다른 모습의 나를 만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내가 낯선 여행을 함께 할 준비물로 책을 고른다면, 저자는 인생의 필수품으로 여행과 책을 고른다.
내 인생의 필수품 두 개를 고른다면 여행과 책이다. 근사한 집이 없어도, 든든한 통장이 없어도, 다정한 연인이 없어도, 독서와 여행이 가능한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11
이 책에는 다양한 여행지와 그 곳에 얽힌 스물다섯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책을 읽고 그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는 여행을 떠나기 전 그 곳을 알기 위해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종종 이 책처럼 다양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리는 글들을 만날 적 마다 나의 독서량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새삼 깨닫곤 하는데, 저자가 소개한 스물다섯 권의 책들 중 내가 읽어 본 책은 한 손으로 충분히 꼽을 정도이니, 어디가서 책읽기를 좋아하노라 말하기도 머쓱한 느낌이다.
저자가 언급한 여행지와 책들 중 가장 눈길을 끌어 꼭 읽어보겠노라 생각한 책은 ‘사소하고 구체적인 생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이었다. 저자는 어느 1월 네팔 포카라 호숫가 카페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겨울 햇살이 위로라도 하듯 어깨를 어루만지는 오후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손끝으로 누르며 한동안 호숫가를 서성였다.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엿본 듯 마음이 일렁였다. p.37
그리고 시간이 지나 소설의 배경이 된 일본 가루이자와로 여행을 떠나 다시 이 책을 읽었다 한다. 어떤 마음이 저자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아마도 저자는 이 책에서 엿본 생활의 아름다움과 견고한 일상의 단면을 직접 마주하고 싶었을 것이다.
고단한 일상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향한 갈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나는 존경한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역시 나에게는 생활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소설로 읽혔다. 차곡차곡 튼튼하게 쌓아 올린 장작단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고 사소한 노력이 모여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일상이 구축되는 것이리라. p.43
글을 읽으며, 가루이자와라는, 가보지도 못한 그곳의 고즈넉함이, 하지만 고여있지 않고 끊임없이 일상을 만들어가는 그 무던함이 느껴져 나 역시 그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렇게 저자가 소개하는 낯선 곳에 한껏 빠져있다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지명이 나오자 반가운 마음에 한껏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름아닌 가마쿠라였다.
가마쿠라는 이 책에서 소개한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외에도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그리고 가와바타 야쓰나리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이어서 막연한 궁금증이 있었던 곳이다. 그곳의 어떤 모습이, 그 분위기가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들을 그 곳으로 끌어들였을까?
저자는 ‘삶을 지탱하는 일상의 힘’이라는 제목을 달아두었는데, 책은 읽지 못했으나 영화로 만난 이야기여서 저자가 붙인 제목에 공감이 갔다. 이 책에서는 책 이야기 외에 저자의 친구 이야기가 더해져 자신의 삶에서 저마다의 무게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어찌보면 무겁기도 하지만 또 그렇게 서로를 껴안아 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제 삶의 무게를 껴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찰나의 희열에 젖기도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을 우리는 외로워하거나 상처를 주고받으며 흘려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것이다. p.130
많은 책들과 여행지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하면 ‘모스크바의 신사’였는데, 호텔을 벗어날 수 없는 '종신연금형'을 선고받은 주인공(백작)이 30 여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또 그가 속한 한정된 그 공간을 어떻게 대했을지 궁금함이 일었다.
결국 품위 있는 삶은 공간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다정하고 성실한 태도.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한다 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해도 자신의 세계를 아끼며 가꾸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삶의 품격이란 결국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pp.214-215
책을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들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도 계속해서 늘어나 언제 다 읽고 또 언제 다 가보나 말 그대로 안타까우면서도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자, 책은 이제 한 권씩 읽어나가면 되고, 여행지는 우선순위를 정해 한 곳씩 가보리라, 책장을 다 덮기도 전에 ‘나에게 적용하기’를 생각해보는 나였다.
나에게 여행과 독서는 다르지 않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기에. 책도, 여행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다. p.11
2018. Joy
*나에게 적용하기
하나. 소개된 책들을 차례로 읽어보기(적용기한 : 2020년)
*그중 먼저 읽고 싶은 책들을 꼽아본다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모스크바의 신사’, ‘어른의 맛’, ‘리스본행 야간열차’, ‘작은 것들의 신’, ‘모스크바의 신사’ 그리고 ‘마션’이다.
두울. 소개된 여행지들을 차례로 여행하기(적용기한 : 흠..몇 년이 걸리려나?)
*언제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슬란드, 러시아, 스페인 산티아고는 우선 순위에 적어본다 : )
*기억에 남는 문장
혼자 마실 차 한 잔을 우리는 겨울 오후에 비껴드는 햇살의 따사로움, 시내에서 일을 보고 걸어 돌아오는 초여름 밤에 밀려오는 라일락 향기, 동네의 계곡에서 겨울을 이기고 산란한 도롱뇽 알을 본 봄날의 작은 흥분감 같은 것들. 이런 기쁨을 놓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 p.43
생활의 작은 풍요를 날마다 누리며 살고 싶다. 모든 것이 소멸해가는 세월 속에서 삶의 의미가 되어주는 건 이토록 구체적이면서도 사소한 것들이다. p.43
욕망으로 인해 우리는 불행해지기도 하지만 욕망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기에. 욕망은 삶을 향한 엔진이다..(중략)..단지 어떤 욕망을 버리고, 어떠 욕망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p.59
우리는 종종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꾼다. 이곳이 아닌 저곳이라면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어떤 가면도 쓰지 않은 얼굴로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 평생을 방황하기도 한다. 때로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의 결이 달라진다. p.65
삶이 있는 한 어떤 공간에서나 고통스러운 일들은 생겨난다. 다만 시간이라는 열차의 바퀴 자국이 그 상처를 희미하게 만들 뿐. 냉정한 시간이 이제는 치유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우리의 삶이다. 길고 고통스러운 치유의 과정이 고스란히 쌓여온 공간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p.70
결국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곳이 어디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곳에서 나는 소외된 이방인이 아니었다. p.100
독서라는 행위가 주는 매력은 준비 없이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이토록 쉬운 일탈은 없다. 책을 집어들기만 하면 된다. 숨 막히게 답답한 이 세계를 잠시나마 벗어나 책 안의 새로운 세상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선택할 수 있다. 멀리 떠날 수 없을 때 나는 책 속으로 떠난다. p.138
한 번 떠났다 돌아올 때마다 집은 조금 더 아늑해지고 일상은 더 애틋해진다. p.167
내가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드러내는 어두운 그림들을 굳이 찾는 이유는 뭘까. 책을 읽는 이유, 여행을 하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들어가 내가 아는 좁은 세계를 넓혀보려는 안간힘. 내 경험에만 매몰되지 않는 인간이고자 하는 갈망.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 pp.194-19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보지 않고도, 멀리서 망원경만으로 관찰한다 해도 만족하는 태도가 아닐까.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음을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동물원은 사라질 테니.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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