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꿈

-‘포르투나토씨’를 읽고-

은혜샘물학교 5학년 은혜반 전희영

포르투나토씨는 정말 많은 것을 가진 어마어마한 부자이다. 그의 대저택에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걸려 있고, 귀한 화병과 왕관이 있으며,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번쩍이고, 옥상에는 정글까지 있다. 심지어 로켓이 있어 화성으로 우주 여행을 갈 수도 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집에서 살아가는 포르투나토씨……. 이렇게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부자인 포르투나토씨는 얼마나 재미있고 편안하며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할까?

레진 아트 공예 세트로 멋진 팔찌를 만들려고 재료를 엄마에게 사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비싸다는 이유로 사주는 것을 번번이 미루셨다. 포르투나토씨는 이런 레진 아트 정도는 백 개든 천 개든 마음껏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사소하게 돈 문제로 고민하는 초라하고 시시한 일 따위는 없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부자였던 포르투나토씨가 고작 자신의 모자 하나를 잃어버릴까봐 집착하며 허둥지둥 쫓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엄청나게 부자인데 뭐 이렇게 쩨쩨하냐?’ 하는 생각이 들며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결국 이렇게 지독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났다. 포르투나토씨와 같이 부자가 되는 비법이 이 책이 있는 것일까?

모자를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실패한 포르투나토씨는 순간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라고 만다. 자신의 등에 달팽이 껍질이 붙어버린 것이다. 달팽이가 된 포르투나토씨라니! 대체 왜 이런 이상한 일이 생기게 된 건지 나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달팽이 껍질이 생긴 포르투나토씨는 이제 옥상에 정글이 있는 대저택에도 들어갈 수 없었고 멋진 스포츠카도 탈 수 없었다. 사람들은 포르투나토씨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피하기 시작했고 달팽이집을 떼어 내기 위해 병원에 갔지만 사람도 달팽이도 아니라서 수술을 받을 수 조차 없었다. 포르투나토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처량하고 불쌍한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순식간에 달팽이로 변해 버린 포르투나토씨를 보는 순간,

‘돈도 전부가 아니잖아, 저런 부자도 하루아침에 달팽이가 되어 버리는데! 그래! 돈이 많다고 잘난척 하면 안되지! 한 순간에 달팽이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곧 책장을 넘기면서 이 책을 쓴 작가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말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달팽이가 된 포르투나토씨는 아삭아삭 양배추를 먹으면서 그제야 멈추어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물질적인 삶에 둘러싸여 있을 때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제야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모습은 포르투나토씨의 삶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비싼 것들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느린 달팽이가 되어 가진 것들로 부터 자유로워지게 되자 그제서야 포르투나토씨가 비로소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문득 달팽이가 된 포르투나토씨를 바라보며 비 오는 날 달팽이를 관찰한 순간이 떠올랐다. 풀잎 위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달팽이를 한참동안 관찰하는데 시간도 덩달아 느릿느릿 천천히 흘러갔던 기억. 달팽이는 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서 기어가고 있었을까? 가진 것이라고는 달팽이 껍데기 밖에 없는 작은 달팽이는……. 한없이 느린 달팽이는……. 남들처럼 빨리 갈 수 없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앞으로 나아갔던 그 달팽이는……. 

포르투나토씨처럼 나도 달팽이가 되어 양배추를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것들이 그림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바쁜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신데 나는 정작 레진아트 세트를 사달라고 조르기만 했지 엄마 생신을 챙겨드리지 못했다. 아빠는 바쁘셔서 평일에 거의 얼굴을 뵐 시간도 없고, 동생과는 허구한 날 피아노를 서로 치겠다고 싸움이나 하고 있으며……. 매일 쌓여있는 공부거리들 때문에 하고 싶은 요리나 만들기도 못하고……. 불평 불만하며 음식이 맛없다고 투정하는 나에게 매일 정성껏 밥을 해주시던 할머니……. 보고 싶고 함께 놀고 싶은 친구들의 얼굴들도 떠올랐다. 멈추어서 주변을 돌아보니 감사한 것들, 미안한 것들, 아쉬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

빗방울이 떨어지자 달팽이가 된 포르투나토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신의 달팽이집으로 들어갔다. 포르투나토씨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곳,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소유하는 삶 만을 추구하면 물질의 노예가 되어 참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물질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나의 삶,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소유하는 삶보다 존재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부자로 살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기 보다 나로서 존재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참된 행복이라는 사실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

멋진 집과 많은 돈을 가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참된 행복을 찾아가는 자유롭고 멋진 달팽이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