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에드거' 신인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일본에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해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작가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의 데뷔작 "시리얼리스트  : 연재물을 쓰는 작가(The Serialist)"입니다.

포르노부터 싸구려 장르소설과 대필 작가에 가정교사까지 하는 "해리 블로흐"는 어느날 싱싱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로 부터 편지를 받습니다. 그 편지는 '포토킬러'라고 알려진 연쇄살인범인 "대리언 클레이"로 부터의 편지였습니다. 그는 사진 모델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내고 뉴욕에 사는 여자 4명을 촬영한 후 여자들의 팔다리를 절단해 살해한 미치광이 였습니다. 사형을 기다리는 "대리언"은 "블로흐"에게 황당하지만 군침도는 제안을 하나 합니다. 자신을 추종하는 여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후 자신만의 포르노를 써주면 자신의 자서전을 쓰게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여러 언론 매체들이 내 이야기를 사려고 많은 제안을 했지만,
난 아직 진짜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어.
누군가에게 실제 일어난 이야기 말이야. 전부 털어놔주지.
어때 나랑 그 책을 쓰고 싶지 않아? 대박을 칠 게 뻔한데.
생각있으면 날 찾아 오라고. 나도 몇 가지 조건이 있으니까.
대리언 클레이로 부터'

잡지에 '잡년 조련사'라는 변태적인 칼럼 부터 흑인 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탐정소설, 매춘선의 시간여행을 그린 싸구려 SF소설, 여성향의 벰파이어 소설 등을 쓰는 "해리 블로흐"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변변치 못한 실력을 지닌 그저그런 글쟁이입니다. 자신의 쓴 작품들이 부끄러워 모두 필명으로 내며 오히려 부자집 딸인 "클레어"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레포트를 대신 써주는게 그의 주 수입원입니다. 8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는 그를 버리고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결혼을 해버렸고 같이 살던 어머니는 병으로 그의 곁을 떠나고 앞으로도 그의 작품은 잘나갈 기미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그에게 뉴욕에서 4명의 여자를 꼬셔서 토막 살해한 '포토 킬러', "대리언 클레이"가 편지를 보냅니다. 자신에게 성적 환상을 가진 여성 추종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자신만을 위한 포르노를 연재해주면 그 동안 어떤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겠노라고... 삼류 작가인 자신에게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는 일류 살인마의 자서전을 쓰는 기회는 두번 다시 오지 않을것이기에 "블로흐"는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더구나 "대리언"이 토막낸 4명의 여자들의 머리는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될 것은 당연하고 영화, 드라마 판권까지... "블로흐"는 여자들을 한명씩 만나 인터뷰를 하기 시작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애인을 빼앗기고 제대로된 작품은 써내지도 못하는 삼류소설가에게 사형 집행이 얼마 남지않은 일류 연쇄살인마의 제안은 인생역전의 기회입니다. 물론 황당하고 내키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자 스스로를 "블로흐"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_ 그 자신보다 더 세상물정에 밝은 16세 소녀 "클레어"의 현실적인 충고를 받아들여 살인마에게 환상을 가진 여성들을 한명 한명 인터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들은 잘나가는 회사원부터 살인마들을 추종하는 여자, 변태적 성욕을 가진 여자까지 다양합니다. 세번째 여자를 인터뷰 한 후 그녀 집을 나가다 녹음기를 놔두고 온 걸 알아채고 다시 돌아간 그곳엔 여자의 토막나고 난자당한 시체가 있고 "블로흐"역시 뒷통수를 가격당해 기절합니다. 그 사이 자신이 방문해서 인터뷰한 여자들 모두가 '포토 킬러'가 벌인 행각과 같은 방식으로 토막 살해 당하면서 이 싸구려 소설을 쓰는 작가는 엄청난 위기와 음모에 빠지게 됩니다 

주인공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무죄를 주장하는 사형 집행이 얼마 남지 않은 살인마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불러 괜찮은 제안을 하고 그 제안으로 안그래도 충분히 고달픈 삶을 사는 주인공이 위기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기본 뼈대인 '미스터리 / 스릴러' 소설입니다.  감옥에 갇혀있는 살인마 그리고 다시 재현되는 _ 그가 했다고 생각되는 범죄행각은 독자와 주인공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음모와 약간은 싱겁게 밝혀지는 음모의 정체를 지나 다시 한번 시작되는 또 다른 이야기의 반전까지... 책을 덮고 나면 왜 이소설이 미국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는지 알게 됩니다. 자신이 쓰는 탐정 소설의 주인공처럼 쉽게 단서에 다가가지 못하고 우왕 좌왕하면서 위기를 해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도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며, 깨알같은 풍자와 유머는 이 소설의 가치를 더욱 높여줍니다. 특히나 이 소설이 사랑스러운 점은 탐정 소설부터 벰파이어 소설, SF 그리고 저급한 포르노까지 각종 장르소설을 쓰는 주인공의 자조적이고 가벼운 자기 비하적인 독백으로 자신과 장르소설에 대해 늘어놓는 푸념들입니다. 이 푸념들은 오히려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장르소설 팬들에게 쓴 연애편지 같습니다. 읽는 내내 장르 소설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애정과 존경심이 느껴집니다.   

"데이비드 고든은 소위 문화의 쓰레기라는 것을 긁어모아 진정 놀라운 걸 만들어냈다.
로베르트 볼라뇨, 레이먼드 챈들러 그리고 싸구려 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이 작품을 읽으면 연쇄 살인, 포르노 소설, 국물 만두, 펄프 픽션에 대해서 감히 아는 척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정말 사랑스럽다.”
-리브카 갈첸(작가)-

주인공 "블로흐"처럼 작가 "데이비드 고든"은 대필작가, 카피라이터, 편집자 잡지 필자, 포르노 잡지 편집자로 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모든 직업을 전전하고 노동직과 사무직 물론 가정교사까지도 경험했던 그는 자신이 포르노 잡지 편집자로 일할 당시 받았던 수감자의 편지를 모티브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데뷔작 "시리얼리스트"는 미국에서 출간되서 많은 평론가와 작가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결국 '에드거' 신인상 후보에 오릅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소설을 강국인 일본에서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해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는 대기록을 쓰게됩니다. 그리고 얼마전 일본에서 "이류소설가"라는 타이틀로 영화화 되서 저번주 일본 박스오피스 8위에 올랐습니다.

"시리얼리스트"는 잔인하지만 유머와 재치로 똘똘 뭉쳐진 재기발랄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거기다 이젠 추종하고 숭배하는 자들만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장르소설에 대한 애정과 그 소설을 쓰는 작가로써의 애환까지...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다음에 나올 후속작들에 대한 저의 기대치는 하늘을 찌를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보통 소설의 첫문장에 반하고 뻑이 가곤 하는데 마지막 문장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소설도 참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것만 말해두고 싶다. 이제 책을 덮고 불을 끄길"

<이류소설가>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