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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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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08쪽 | 2,243g | 크기확인중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16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언젠가 대구 동화사에 딸린, 큰 스님이 기거하는 암자인 성전암에 오른 적이 있다. 동화사 뒤편으로 풀들이 무성한 길을 걸으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오갔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무수히 올랐을 큰스님의 마음들도 주울 수가 있었다. 길들에 눕혔을 마음들, 지팡이 끝에 스민 사랑들, 눈 속에 감긴 기운들....... 그런 것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또 외형상 규모가 작고, 화려함이 깃든 건물은 아닐 지라도 성전암에서 사용된 나무 하나에서, 놓여진 돌 하나에서 여유와 넉넉한 마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달구벌(대구)는 하나의 거대한 성곽이었다. 인생들의 숱한 사념이 명멸하는 세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성전암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이유는 사물을, 문화재를 대하는 화자의 태도가 내가 만났던 그날의 기억들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눈길, 자연 속에 스며있는 사람들의 마음,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구조물을 찾는 사고 등이 작가의 마음속에 녹아 면면히 나타나고 있다.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 시간은 화자의 넉넉한 화술과 해박한 지식을 통해 내가 만나지 못했던 우리의 문화유산을 접해나가는 행복한 시간들이 되었다.
화자는 경북궁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의 자금성과 비교하여 경복궁을 전체적으로 조명해 주고 있다. 자금성은 위압감을 주는 것밖에 없는데, 경복궁은 참으로 다양한 아름다움과 의미가 내재해 있다고 전한다. 주변의 배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 되고 있고, 구역을 잘 나누어 역할에 맞게 모든 건축물들이 구성되어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고 한다. 화자가 문화재 청장을 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일화를 들려주면서 경복궁이 이상적인 건축물이라 제언한다.
우리나라 현존하는 가장 큰 목조건물인 근정전을 소개하고 있다. 경복궁 건축의 핵심이 근정전이라고 하면서 안팎으로 위엄이 가득한 건물이라 한다. 임금의 부지런함을 넌지시 제언해주고 있는 뜻이 높은 건축물, 통치자가 기거하여 정사를 보는 건축물의 이름이 지어지게 된 경위도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쉽게 지나치게 되는 박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박석이 놓여진 배열, 그것이 비가 많이 내릴 때 물의 조절 기능까지 해낸다고 한다. 그것을 그곳 소장과의 대화를 통해서 비유적으로 제시해 준다. 경복궁이 언제 가장 아름다운가고. 소장은 말한다. 비가 올 때 박석을 한 번 보시라고. 박석 사이로 흘러가는 물줄기는 장관이라고.
‘인생도처 유상수’, 이 말은 작가가 글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는 듯하다. 삶의 곳곳에 자신 보다 뛰어난 자가 있다. 한 방면의 전문가들을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의 겸손함이 들어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위의 소장도 상수 중의 한 분이다. 작가는 곳곳에서 예리한 관찰력으로 자료들을 채집한다. 그리고 그것을 분석적으로 바라본다. 그 분석에는 근본적으로 사람의 삶이 들어 있다. 하늘의 뜻이 들어있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녹아있다. 그래서 그의 답사기가 독자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답사기를 들고 현장을 찾는다. 그러면 여행이 한층 더 깊어진다. 독자들도 인생도처 유상수를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순천 선암사를 찾는다. 작가는 선암사가 특별한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평범함 그것이 선암사의 매력이라고 한다. 한국의 사찰은 진입로부터 건축물이라고 한다. 길옆에 있는 풀과 나무들, 그리고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흙길 등이 자연과 대화를 나누게 하면서 산사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 길은 다리를 통해서 사찰과 연결된다. 개울을 건너야 사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곳곳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그것을 읽는다는 것은 사찰을 이해해 나가는 지름길이 될 듯하다. 이 사찰을 저자는 외국인들과 같이 찾는 일화를 통해서 전해준다. 그들이 중첩된 우리의 산에 대해서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깊은 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높은 산이란 것은 잘 이해하는데, 깊음의 의미가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깊음의 의미를 같이 산을 찾으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최고라는 찬사를 듣는다. 문화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이질감을 없애주는 것이 자연의 혜택이다. 이 자연이 바탕이 된 건축물, 외국인들도 보면서 산사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선암사와 관련해 많은 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승탑밭에 대한 역사적 고찰, 불교 역사와 종조의 문제가 얽혀 있는 태고종의 문제 정리, 석등 없는 사찰의 유래, 만세루의 육조 고사 현판 등에 관한 지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알고 보면 더욱 마음에 와 닿을 내용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선암사 대변소. 천념기념물로 지정된 무우전매 담장의 매화 등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들의 지식의 저변을 넓혀주는 내용들이다. 선암사가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이야기는 경상도로 넘어 간다. 현풍 도동서원으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몸으로 실천한 도학자 한훤당 김굉필을 모신 서원이다. 광해군 2년 문묘에서 제향할 유학자 동국오현을 정하는 중에 가장 수현으로 결정될 정도로 우리나라 도학의 대종을 이룬 분이다. 그런 분을 모시고 있는 서원,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산간 마을에 이 서원이 서 있다. 그곳에서 김굉필 나무로 불리는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만난다. 또 수월루라는 누각을 만난다. 작가는 이곳을 찾기 전에 시각장애인과의 답사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그들과 문화재 답사의 공간으로 이곳을 생각하고 있었음을 밝힌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기억을 가지고 있는 시각장애인과의 문화재 답사, 이곳은 그들에게 느끼게 할 수 이는 요소가 많기에 그런 계획도 세웠던 듯하다. 가령 은행나무를 안아보게 한다든지, 돌들을 만져보게 한다든지, 누각을 만지면서 느끼게 만들 수가 있기에 어디보다 그들을 안내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작가는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재 관람을 생각하면 이 공간을 제시하고, 김굉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생각한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를 서원의 곳곳으로 안내하면서 설명해 주고 있다. 당대의 유학자들이 가깝게 다가온다.
화자는 또 시선을 거창으로 향하고 있다. 거창에서는 귀화한 여러 성씨들을 우리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고, 많은 정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덕유산 계곡이 아름다운 물이 흘러내려 멋진 계곡을 이루고, 그런 곳곳에 정자들이 자연의 한 부분인 양 놓여져 있다. 수승대를 중심으로 그것은 선비들과 하나가 되어 학문과 풍류의 마을을 만들고 있다. 그런 정자들의 유래를 설명해 줘 우리들에게 찾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정온 선생의 고택인 동계고택을 소개하고 있고 이어 현대사의 아픈 기억까지 찾아주고 있다. 신원양민 학살사건이 그것이다. 고금의 역사적 사실들을 적나라하게 꿰뚫어 소개하고 있는 작가의 눈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어느 새 그 지역의 산증인이 되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정말 행복하게 작가의 시선을 쫓고 있다.
화자의 시선은 충청도로 향한다. 그가 은사가 되어 터를 잡은 백제의 고도 부여를 먼저 찾고 있다. 백제의 여운을 느끼며 백마강의 전설을 더듬는다. 석탑과 석불을 찾아보고 찾는 길에 아름다운 풀잎에도 마음을 쏟는다. 스쳐 지나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그림이 된다. 그 그림은 아름다운 형상으로 그의 마음속에서 살아난다. 화자를 따라 지식의 여행을 하다보면 영혼이 맑아지는 듯한 감개에 젖게 되고, 결국은 인생의 길을 안내받는 듯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주어진 모든 것들이 선현들의 삶의 현장이고, 그 삶이 보배로운 삶들이 되어 그것을 더듬는다는 자체가 행복의 길일 성 싶다.
조선의 관아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우리의 지식을 더해 준다. 어떤 대상에 대한 미술인이 보는 안목은 범인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무엇이 있다. 홍상관아를 돌아 관촉사에 이른다. 넉넉한 품성들이 미륵에서도 풍겨나고 충청인들의 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무량사에 이르러 김시습에 대한 율곡의 생각을 더듬기도 한다. 호걸스럽고 영특하였으며 강직하여 남의 허물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단중 폐위 후, 사육신의 죽음을 보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여 그들을 묻어주고 방랑의 삶을 살았다. 율곡이 한 말이다. 정말 안타까웠던 인물이다. 큰 재능을 지녔던 인물이 결국은 세상을 버리고 이곳에 들어와 살다가 떠났다고 말하고 있다.
책이 어느 곳 하나 빼고 정리할 부분이 없는 듯하다. 한 곳을 비우면 그만큼의 내용이 사라져 버리는 그런 책이다. 전 5권도 모두 뛰어난 안목을 보이면서 곳곳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이 책은 집중적으로 길을 더듬어 가면서 문화재를 소개하고 안내해 주고 있다. 행로를 함께 따라가면서 배우고 느끼고 즐겨갈 수 있는 책이다. 책을 들고 부분 부분을 읽으면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책이 끝나 있을 것이다. 여행사에서 기획 상품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하단 생각을 읽으면서 해보았다. 물론 안내자를 잘 세우고, 차량 도보를 두루 사용해 책을 따라가 보면 그 속에 인생과 행복이 있을 듯하단 생각을 해본다. 정말 즐겁게 읽은 책이다. 내 삶에 많은 자양분이 된다.
-서울은 아직도 낯설다. 난 전라도 촌놈이다. 고등학교를 그 지역에서 졸업하고 대학을 위해 상경했다. -서울로- 군생활을 비롯한 이런저런 시간을 다 제외하고서도 6년이란 시간을 서울이란 공간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내가 몸 담았던 청량리란 지역의 뜻조차 제대로 모르고 살았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취업을 하고 서울을 떠날 때즈음 서울이란 도시에 미련이 남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대근무를 하는 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서울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서울에 있는 궁들을 찾아다녔다. 평택에서 애써 찾아갔는데 화요일은 휴무라는 문구앞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의 설명을 들으며 궁을 한바퀴 돌고 날때면 새로운 무엇인가 내 가슴속에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것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부끄러움을 조금 벗어내고 그 자리에 뿌듯함을 채워넣지 않았나 싶다. 서울 소개 책자를 두어권 사들고 발로 걷기 시작했다. 골목길, 궁, 시장, 특색있다고 소개된 여러 장소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무엇인가 빠져있었다.
서울은 깊다. 책을 받기 전에 혼자 생각했다. 서울이 어떻게 깊을까? 깊다는 기준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했지만, 책장을 펴기 전까지는 그저 막연했었다. 책을 펴자 저자를 통해 주인공이 자기소개를 하고 나섰다. '서울'이란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구구절절하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데, 손을 뗄래야 뗄수가 없었다. 지금껏 서울에 대하여 이렇게 다양하고 심도있는 이야기를 해준 책이나 사람은 없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통 경복궁을 가면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시간에 맞추어 설명을 해주신다. 보통 그분들은 건물 위주로 설명을 해주시고 간간히 건물들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경복궁이 어떤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건축 되었는지 알게 해줌으로 경복궁 안의 건물 뿐만이 아니라 건물 사이의 골목까지도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조선왕조가 세워지고 수도가 천도되었음을 역사 수업시간에 배웠다. 즉 서울은 계획도시인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계획되었을 당시 각각의 궁과 도로와 성은 나름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을터였다. 그와 관련된 많은 궁금증이 이 책을 통해 대부분 해소되었다. 또한 붕당정치가 심해서 영조와 정조가 탕평책을 썼다는 것을 역사시간에 배웠건만 정작 붕당의 구분 짓던 동인, 서인, 남인 , 북인이 어떤 기준으로 나뉘어지는지 그 또한 가르쳐준 이가 없었다. 그것은 서울 내에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같은 지역에 모여 삶므로써 그들이 사는 근거지를 기준으로 파가 나뉘었다한다. 김효원이 동쪽에 살아 동인, 심의겸이 서촌에 살아 서인, 이런식으로 말이다. 또한 그 당시에도 부촌과 빈촌이 뚜렸했었나보다. 궁을 기준으로 신분에 따라 특정 지역에 모여 살았다니 말이다.
오래전부터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과연 옛날의 서울은 어느 정도의 공간적인 규모를 가지고 있었을까? 역사서에는 그런 것들이 거의 나오질 않는다.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고 배운 기억도 없다. 사극에서 또한 대부분의 사건들이 궁 또는 건물을 기준으로 이뤄지기에 도시의 규모를 알 길이 묘연했다. 이 책을 자세히 읽다보면 서울의 규모에 대해 짐작케 해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상식적이지만, 내 머리가 둔한 탓인지 지금껏 이런 사실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서울에는 4개의 문이 있는데 이 문들은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이었을테니, 서울을 수도로 세웠을 초창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는 서울로 인구가 모여들어 성밖에도 사람들이 살았다 하는데 그것 또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도깨비 시장, 무뢰배(무뢰하다) , 땅거지 , 땅군 ,촌뜨기, 삼순이, 복덕방 등과 같이 자주 쓰고 듣는 단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되었다. 지금껏 마냥 사용하다가 그 속 뜻을 알고보니 단어 하나에도 이런 깊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을 통해 퇴적물들이 지층을 이루듯이 서울이라는 공간속에 역사가 쌓여서 이토록 깊은 깊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간단히 생각해 보아도 모든 도시들이 역사적 시간들의 물레가 실 짜듯 엮어 왔을텐데 , 그 속사정들을 알게 되니 새삼 서울이라는 도시가 새롭게 보인다. 이번주에 서울 갈 일이 있는데, 최소한 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서울 나들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랫만에 가슴 뿌듯하고 알찬 책을 읽어서 기분이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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