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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읽는 '김상웅의 평전'이었다. 지난 번에 읽은 책은 <의열단>에 대한 책이었고, 이번엔 <홍범도>다. '김상웅의 평전'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는 '애국지사에 대한 찬사'다. 허나 결코 가볍지 않다. 업적을 드높이기 위해 '꾸밈'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또 '사실'에 대해 가감이 없다. 공사의 구분이 명확하게 평가를 내리고, 공과의 내용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우리가 <평전>을 읽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풀이고 걸러내는 일을 벌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김상웅의 평전'은 일단 그런 점에 대한 걱정을 내려두고 읽어도 괜찮을 듯 싶다. 그의 글 하나하나에서 '최대한 객관적 서술'을 하려고 애쓰는 대목들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잊혀진 영웅, 홍범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그동안 대한민국에서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의 영웅이며 '대한독립군'을 조직하고 일제의 정규군대와 맞서 싸워 승리한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첫째는 그가 머슴을 살던 '평민 출신'이라서, 둘째는 그가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공산주의자라서, 셋째는 그의 일가족 모두가 '무장독립투쟁' 중에 사망해서 후손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곤 한다. 홍범도의 첫 번째 부인은 일제의 가혹한 고문을 받고도 남편의 행적을 발설하지 않았으나 끝내 고문후유증으로 순국하셨으며, 첫째 아들은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비다가 일제 정규군과 교전중에 중대원과 함께 전사하였으며, 둘째 아들은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비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병사하고 말았단다. 그렇게 홍범도 장군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을 모두 잃고 홀홀단신으로 살다가 끝내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이국타향에서 광복 2년 전에 75세의 나이로 순국하셨다.
물론, 광복 뒤에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다 감출 수는 없었다. 허나 광복 직후에 혼란스런 정국과 분단, 끝내 '한국전쟁'이 벌어져 이념으로 인한 분단에 이르자 '소련 공산당'에 투항해서 민족을 배반한 영웅으로 깎아내려지고 만다. 이렇게 잘못된 평가를 내리게 된 '결정적 원인'은 <청산리 대첩>에서 함께 싸웠던 '이범석'이라는 위인 때문이었단다. 이범석은 '김좌진 장군'의 휘하에 있던 장교였는데, 훗날 이승만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경력도 있을 정도로 화려한 삶을 살았고, <우등불>이란 '자서전'도 남겼는데, 이 책에서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크게 깎아내리고 김좌진 장군의 업적만 드높이면서 상대적으로 김좌진 장군의 휘하에 있었던 자신을 내세운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홍범도 장군은 싸웠다 하면 '연전연패'를 하였고, 훗날 '소련 공산당'에 가입하였다면서 '반공주의'를 외치던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에서 '홍범도 장군'은 홀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잊혀진 영웅'이 되고 말았던 셈이다. 더구나 후손도 남기질 못했으니 '조상의 업적'을 기려줄 이도 없었던 탓이 가장 큰 셈이다. 친일과 매국을 했던 경력이 있는데도 자신의 조상을 '위대한 영웅'이라고 선전을 하던 뻔뻔한 후손들 덕분에 광복이 된 대한민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찬밥 취급을 받던 것을 생각하면 열불이 터질 지경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홍범도 장군은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독립군'이었으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의 주역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홍범도 장군'의 업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왜냐면 일제는 대규모 정규군대를 풀면서 오직 '홍범도 장군'만을 쫓았으며, 홍범도를 소탕하려다 도리어 '독립군들의 매복'에 걸려서 전멸하거나 '홍범도 장군'의 귀신 같은 용병 전술에 걸려들어서 자기들끼리 교전을 하다 몰살을 당하는 등 몇 날 며칠에 걸친 전투에서 승리에 승리를 거듭하며 대승을 거둔 것이다. 그러고도 홍범도 장군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독립군' 모두의 전공이라며 공을 모두에게 돌려세우는 겸허한 영웅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독립군들이 그의 말을 따르고 의지하며 힘든 전쟁을 치루고 또 치뤘던 것이다.
허나 <청산리 대첩> 이후에 일제의 보복으로 이루어진 '간도참변'으로 독립군을 안팎으로 도와주던 '한인들' 수천 명이 몰살 당하는 일을 당하고 말았다. 홍범도에게 패배한 일제는 자신들의 치욕을 되갚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인'을 보이는 족족 다 죽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북간도 일대'에서 활약을 하던 독립군들이 러시아땅으로 움직였고, 홍범도가 이끌던 독립군도 '연해주'로 들어가게 되었다. 허나 그곳에서도 반겨주는 이들은 없었다. 당시 러시아는 일본과 함께 1차세계대전의 승전국으로서 지위를 누리던 때였기 때문에 '한인들'에 대해서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본이 '만주'를 탐내고 있던 터라 러시아도 일제를 견제하기 위해서 '한인들'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당장 시급한 문제는 '볼세비키'가 저지른 '공산 혁명'이었다. 다급해진 러시아는 '극동지방'에 관심을 둘 수 없었고, 그 틈을 노린 일제는 연해주 일대에 군대와 밀정을 파견하는 등 '한인과 독립군'을 소탕하기 위해 혈안이 되던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공산 혁명'은 성공을 거두고 러시아는 무너졌다. 뒤이어 '소비에트 연방(소련)'이 들어서면서 여러 갈래의 공산주의 파벌 싸움이 한창 벌어지자, 그 여러 세력들에 의해 '한인'과 '독립군'의 운명도 갈래갈래 찢어지고 말았다. 그 혼란속에서도 초지일관 '독립운동'에만 몰두하던 인물이 바로 '홍범도 장군'이었단다. 그는 평민 출신이고 무장(장수) 체질이었기 때문에 '먹물'들이 벌이전 이념 투쟁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한 가지'로 힘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 하고만 있었단다.
그때 '자유시 참변'이 벌어진다. 소련 공산당은 '독립군'에게 일체의 무기와 식량을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며 '무장해제'를 요구했는데, 이 '무장해제'를 두고 독립군들 간에 의견충돌이 벌어졌고, 무장해제를 하네 못하네, 지원을 얼마큼 받았네 못 받았네, 그리고 이념과 이를 둘러싼 파벌 간의 이해가 서로 충돌하면서 '독립군'들끼리 내전이 벌어지는 양상이 펼쳐진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소련의 부적절한 조치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일은 '우리 동족들'끼리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서로 총질을 하여 우리 스스로 '독립군 해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애초부터 홍범도와 휘하 부대원들은 '공산주의자'도 아니었고, 이렇다할 '이념'도 갖고 있질 않았기 때문에 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한 발 물러 서있었지만, 훗날 이 일이 빌미가 되어 홍범도가 목숨을 잃어버릴 뻔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홍범도는 여러 차례 중재를 하며 사태를 일단락 시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소련 공산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무장해체'를 하고 만다. 국내진공작전이 실패하고 북간도와 연해주에서 연이은 '한인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소련의 힘을 빌어서라도 '일제'와 싸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련에서 정착해서 토지를 지급 받고 농사라도 지을 땅을 배급 받기 위해서는 '공산당원증'이라도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홍범도가 '소련 공산당'에 가입하게 된 사연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결정'은 아니었다. 상황이 급변해서 소련과 일본은 서로를 '불가침한다'는 조약을 맺게 되고, 연해주에서 일본군이 철수를 해버리자 더는 '한인과 독립군의 도움'이 필요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약속했던 무기지원과 토지배급도 받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망국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시작'이었다.
그나마 '홍범도 장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한 화려한 전적이 '레닌'과 '트로츠키'에게 호의로 작용했기 때문에 한줄기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소련의 1인자와 2인자가 홍범도에게 '영웅 칭호'를 하며 '권총'과 '금화 100루블'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소수민족 가운데 유일하게 받은 '호의'였다. 이로써 한인들에게 보다 나은 삶이 보장되겠다 싶었지만, 1년 뒤에 레닌이 사망하고, 트로츠키 또한 추방을 당하며 '스탈린'이 집권을 하자, 상황은 급반전하고 말았다. '고려인의 강제이주'가 시작된 것이다. 연해주를 출발해서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질러 지금의 '카자흐스탄'까지 몇 달을 달려간 '강제이주'는 황폐한 땅에 버려지는 것 이상의 고통이었다. 그리고 '소수민족'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강제이주를 당한 터라 일종의 '본보기'가 되었고, 강제이주의 '실험쥐'가 된 셈이라 도착해서 사망한 사람보다 '이동중'에 사망한 이가 더 많을 정도로 참혹한 처사였다. 더구나 버려진 곳에서 '지급'받기로 했던 땅과 식량, 그리고 집도 못받기 일쑤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버려진 민족'이었다.
허나 우리의 조상들은 그 차가운 황무지를 개간하고 물을 끌어들여 벼농사에 성공하며 '옥토'로 바꾸어 놓았다. 처음엔 냉소적이었던 '현지주민들'조차 우리 조상들의 인내와 끈기, 그리고 불굴의 의지에 감탄하며 서서히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스탈린은 더욱 악랄했다. 약속했던 땅(?)에서 그나마 먹고 살만해지자 이번엔 '한국어 금지' 명령을 내렸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이 받는 수모는 설움에 더해 '민족의식'마저 끊어져 버리게 된 것이다. 홍범도를 비롯해서 우리 민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 것도 없었다. 스탈린의 강압적인 정책으로 '한국인'은 군인이 될 수도 없었고, 교사가 되는 일도 절대 불가였다. 평생은 '무장'으로 살아온 홍범도에게 일제와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빼앗겨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홍범도는 60이 넘은 나이에도 백발백중의 '사격솜씨'를 보이며 일제와 싸울 수 있는 전장에 내보내달라며 소리쳤지만, 소련 당국은 일제와 싸울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홍범도의 솜씨에 박수를 치면서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쓸쓸히 지내던 차에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늙은 몸으로 홀로 살아가며 제대로 먹지도 못한 것이라며 '재혼'을 권유했단다. 두 번째 부인에게는 '손녀딸'이 있었는데, 그녀의 재롱을 보며 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것이 인생 말년의 유일한 낙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그의 일대기를 '연극'에 올리고 싶다는 제안을 받게 되고, 결국 <홍범도 일지>가 완성되며 '연극'이 공연되었단다. 이 연극은 망국의 설움을 딛고 만리타향에서 살고 있던 '한인들'의 가슴을 적셨으며,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와중에는 '현지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패망 2년을 앞두고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사인은 '노환'이었다. 평생을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던 장군이 끝내 '독립'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75세의 나이로 서거하셨다.
우리는 이러한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최근에서야 소상히 알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공산주의자'로 낙인을 찍어버려 역사에서 지워버렸고, 우리는 그렇게 잊어버렸던 셈이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 100주년을 맞이했으니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고 스러진 영웅은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유일한 '대한독립군 대장 홍범도'는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영웅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우리는 현재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사태 이후로는 그 혼돈의 강도가 조금은 세진것은 분명하다. 우리를 통째로 흔들어 불안을 만드는 요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그것은 늘 우리에게 숙명과도 같이 느껴지는 숙제였다.
흔히들 코로나바이러스를 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결과이지만, 원인은 분명히 중국에서 시작된 박쥐가 아닌것은 분명하다. 단언컨데, 그 원인은 여러가지 요인이 얼키설키 엉켜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위기를 자초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이 그 물음에 우리가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고 그들의 생각을 엿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부터의 세계'라는 책에서 나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세계 지성 7인 인 제러미 리프킨, 원테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룸, 반다나 시바 와 안희경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 책의 표지에 '과거로 돌아가는 문은 닫혔다'라는 문구가 나의 가슴 한켠을 싸하게 만들었다.
P4. 위기는 약한 고리를 강타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쓰러트린다. 지금껏 그래 왔다. 미약하지만 조금이라도 막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잇는 일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기에 지혜를 갖춘 이들의 혜안을 빌리고자 노력했다. 그들의 답은 전에도 그랬듯 무수히 많은 질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짜피 답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으로만 완성되는 속성을 갖는다. 그들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묻고 각자의 답을 정하도록 길을 안내하며 자극했다.
P22-23.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 우리가 함께하지 않으면 다 같이 무너진다는 사실입니다.
P85-86. 다른 나라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쟁과 기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베트남전쟁 300만 명, 6.25전쟁 3-400만 명, 1990년대 말에서 2000대 초 콩고내전 때도 3-400만 명이 죽었죠. 1960년대 초 중 국이 대약진운동을 할 때는 기근으로 1000만 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재앙적인 상황은 예외로 치더라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화장실과 하수 시설의 부족, 영양실조로 며년 몇 천만명이 죽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집계는 안되지만 기후변화로 증가한 재해 때문에 1년에 수십만 명이 희생당하고 있고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조(재위 : 1776 ~ 1800)는 조선 역사상 최고의 개혁군주로 평가받는다. 왕위에 오르기 전인 세손 시절에는 노론에 의하여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을 뿐 아니라 그의 재위 시절 역시 순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개혁 정책으로 조선 중후반부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조는 리더십과 관련하여 항상 언급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그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세계적 위기인 코로나로 인하여 각국 정상의 리더십이 심판대에 오른 상황에서 그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 책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리더십은 국가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우리 일상에서 개개인 모두가 지녀야 할 덕목이고 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조의 리더십은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부제 '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십 코드 5049'는 50발의 화살 중 49발을 명중시키고 1발은 허공으로 쏜 정조의 일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초정 박제가는 이를 두고 정조가 겸양의 덕으로 일부러 1발을 명중시키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지만, 저자는 주역(周易)에 통달했던 정조가 1발의 화살을 제왕의 산가지로 여겨 아예 사용하지 않고, 주역(周易)에서 점을 칠 때, 49개의 산가지만 가지고 점을 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조 역시 49개의 화살만을 명중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정조의 49가지 정책과 실천 사례를 통하여 그의 리더십의 특징을 이끌어내면서 이것을 '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십 코드 5049'로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 해도 군주의 사적 행위는 곧 공적 행위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는 말과 행동에 있어 매사 신중하고, 늘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중략) 사적인 일로부터 시작하지만 반드시 공적인 것으로 연결되도록 강조했고, 윗사람은 덜 가져도 아랫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 p. 6 中에서 -
정조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스스로 자신의 개인적인 행위가 백성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공적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조가 전제군주가 아닌 개혁군주라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인데, 이러한 마인드로 인하여 그의 리더십은 과거 왕정과는 전혀 다른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뜻은 배움으로 인하여 확립되고, 이치는 학문으로 인하여 밝아진다. 독서의 공부에 힘입지 않고도 뜻이 확립되고 이치에 밝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 p. 20 中에서 -
정조는 조선의 왕 중에서 세종과 더불어 엄청난 독서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의 왕성한 독서력은 엄청난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동시에 유연한 사고와 완벽에 대한 추구로 이어지게 된다. 우선 그의 업적이 특정 분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학문, 무예, 민생, 문체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점은 독서를 통하여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보통의 왕이 경연을 통하여 신하로부터 교육을 받았던 것에 반하여 정조는 오히려 신하들을 가르쳤으니 '군사(君師)'로서 위엄을 지닐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지식으로 불교와 실학은 물론 서학마저도 융통성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는 현대의 리더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왜 확고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신해통공'이란 1791년에 모든 백성들이 자유롭게 상업행위를 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 시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 64 中에서 -
'금난전권(禁亂廛權)'을 폐지한 '신해통공(辛亥通共)'은 조선의 18세기 중엽 유통질서의 문란을 바로잡고 누구라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한 정조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이다. 조선 후기의 '대동법'과 더불어 민생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 '신해통공(辛亥通共)'은 먼저 수원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에 시전 상인을 포함한 기득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루어졌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전의 영조 시대에도 '금난전권(禁亂廛權)' 철폐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기득권의 반발로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결단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정조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현 정부가 집권과 함께 내세웠던 '적폐청산'이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조의 리더십이 현재에도 유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함양 공부가 가장 어렵다. 나는 함양 공부가 부족해서 언제나 느닷없이 화를 내는 병통이 있다. 함양은 바로 정양할 때의 공부이고 성찰은 바로 행동할 때의 공부이다. (중략) 덕성을 존중하고 학문을 하는 것 중 어느 하나도 버려서는 안 된다."
- p. 148 中에서 -
독서를 좋아하고 학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정조를 온화한 군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정조는 조선왕조에서 드문 문무를 모두 갖춘 왕이었다. 하지만 정조는 위의 내용처럼 느닷없이 화를 내는 병통이 있었다. 세손 시절에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겼으며, 왕위에 오른 이후에도 총애하던 후궁과 아들을 구선복의 독살로 잃었으니 혈기왕성한 정조가 그러한 병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신하들에게 스스로 그러한 병통이 있음을 고백하면서 동시에 분노를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침실 벽에 '일은 완벽하기를 요구하지 말고, 말은 다 하려고 하지 말라.'라는 문구를 붙여서 신하들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았으며, 스스로 자중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리더 역시 사람이기에 감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리더가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분노를 참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정조와 마찬가리조 리더라면 꼭 지녀야 할 덕목인 것이다.
정조는 군제개혁을 위해서는 강화의 통어영과 진무영을 통합하고, 수어청과 총융청을 통합했다. 유사한 군대를 통합하여 장군들의 숫자를 줄이고, 이를 통해 국가 재정을 안정시키고자 한 것이다.
- p. 207 中에서 -
정조의 군제개혁은 그의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몇몇 부대에 대한 통폐합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병력의 감소와 무기의 현대화로 인하여 경제적인 비용 및 효율을 감안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군 내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반발이 심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황금같은 시간을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며 여전히 열악한 식단과 처우를 받으면서도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그들은 반발하였던 것이다. 정조가 다스리던 시대에도 그러한 반발은 역시 존재하였다. 따라서 정조가 기득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한 사실은 수 백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에서도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조는 화성행차 시 화성행궁에 들어가 정무를 볼 때와 군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갔던 연무대를 오를 때 군사들의 등을 밟고 말에서 내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 하마석을 만든 것이다.
- p. 288 中에서 -
조선의 왕들은 말에서 내릴 때, 군사들의 등을 밟고 말에서 내렸다.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하여 정조는 화성행궁에 하마석(下馬石)을 설치하였다. 이러한 정조의 세심한 배려는 현재 한국에서 스스로 리더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과잉의전과 대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굳이 관용차로 역사 플랫폼까지 가야 자신의 위상에 걸맞는다고 생각하거나 관용차에 장성을 의미하는 별을 떼넬 수 없다는 그들을 정조와 대비해 본다면 타인을 배려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그의 리더십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선거전에는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고 말하던 그들이 당선 이후에는 현충원에 자신들을 안장하는 법안부터 발의하고 있으니 과연 그들을 리더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리더라면 정조처럼』은 너무나 잘 알려진 또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정조의 행적과 업적을 통하여 진정한 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정조가 타고난 완벽한 존재가 아닌 컴플렉스를 극복하려 평생을 노력한 인물이었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그의 리더십은 그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마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리더십은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필수적인 덕목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정조의 리더십 자체는 물론 그의 리더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자신만의 올바른 리더십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0년, 우리가 맞닥뜨린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코로나 19'란 단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이며, 생화학적 백신만 개발되면 이전의 삶의 방식과 정치, 경제, 사회적 체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가? 다시 말해 생산의 무한성, 소비적 욕구의 무한한 충족, 지속적 물질적 성장에 기초한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인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신자유주의자들, 그리고 끝없는 패권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개발하고 빼앗고 착취하기에 여념이 없는 자본가들, 이들의 뒤에 숨어 권력을 행세하려는 수구 정치 세력들은 코로나 19 이전의 회귀를 염원하는 낙관적 담론을 형성하려 할 것이지만, 과연 이들의 욕심이 가능한 세계가 다시 오겠는가
어쩌면 〈세계관의 전복〉을 말하는 '김누리' 교수의 경고처럼 "재난 상황을 자본 지배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재난 자본주의'의 강자 중심주의의 악폐"가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인류의 앞날을 저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코로나 대응에서 보여준 인간존엄과 투명성, 공공과 개인 자유의 균형과 같이 오늘 촛불을 들었던 한국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네의 정치의식과 반성적 성찰역량을 훼손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책 『코로나 사피엔스』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진화생물학자, 정치 경제학자, 문화비평가, 인간-기계 융합 공학자, 인지심리학자에 이르는 분야별 전문가들과 불가피성에 의해 변화된 작금의 생활 양식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의미로부터 우리가 사유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공식적인 담론의 장에서 논의키 위한 '발제(發題) 대담'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담론들이 독자들의 감상에 머물지 않고 한국사회의 모든 사람들,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확산과 연대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1. '코로나19'가 야기한 삶의 현상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사람들간 접촉의 최소화 요구가 단연 가시적 현상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양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강력한 전염성과 사망율이 야기하는 불안과 염려이며, 바이러스의 인간세계 진입이 바로 인간의 생태계 교란, 자연의 지배력을 무참히 행사하려는 무한한 인간 욕망의 탓임을 비로소 인지했다는 성찰이 놓여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생화학적 백신이 개발되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 전망과 함께, 다시금 성장, 즉 물질적 발전이라는 탐욕스러운 정책을 슬그머니 꺼내놓기까지 한다. 대기업 감세를 새로운 국회의 제1호 법안이라 제시하는 수구적인 그 어처구니없음과 시대착오적 폐악을!
언택트(untact), 비접촉 비대면의 정상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받고, 배달과 택배가 증폭하며, 의료의 공공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국가간 사람의 이동과 물질의 교역도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이에따른 물질생산과 서비스 수요의 감소로 고용능력이 악화된 기업들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새로운 체제〉를 말하는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교수는 "지난 40년간 자본주의를 떠받치던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계라는 네 개의 기둥, 그 구조가 모두 붕괴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선진 각국의 유수한 정치 경제 전문연구 기관, 세계 경제 기구들에서는 연일 전지구적 저성장을 예측 발표하고, 높은 실업률과 자영업, 중소기업의 도산을 감소시키기 위해 막대한 정부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의 방식 - 정치와 경제 정책, 사회적 습관, 자연에 대한 이해, 욕구의 소비 방식 등 - 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는 순간에 들어서 있다는 인식이다.
진화생물학자이자 한국생태학회장인 '최재천' 교수는 3~5년 주기로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가 인간 사회를 교란 할 것이라 예측한다. 백신의 개발은 항상 뒤늦은 처방이 될 수밖에 없으며, 오늘의 현상과 같은 고위험, 고실업, 저성장이 반복될 것이라 지적한다. 생화학적 백신은 결코 인류사회를 구원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자연과 절제된 접촉',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계산을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른다" 는 희망과 함께 근본적 삶의 자세를 새롭게 성찰해야 할 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니겠는가라는 물음이다.
2.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성찰해야하나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성찰하라고 하고 있는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역사적 데이터를 찾을 수도 없으며, 따라서 어떠한 예측 기능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해이다. 예측이 안 될 때, 아니, 할 수 없을 때 우리가 미래를 대하는 방식은 '결단'이라고 한다. "어떤 전제를 놓고 모델을 만들어 미래에 투사할 수 없을 때에 우리는 어떤 식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고 싶은가?" 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새로운 가치에 따른 기준과 표준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진입해 있음의 자각이다. 문명의 표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사태는 우리를 새로운 가치에 눈뜨게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들, 의료, 기본 서비스들, 가사노동, 보육, 요양, 고용의 안정과 같이 '돌봄 경제(Care Economy)', 즉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복지사회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국가와 경제라는 것이 사람을 지키는 것이지 기술혁신도 생산성이나 무역의 증가가 목적이 되는 주객이 전도된 지금의 물질 성장주의 체제는 이제 지양해야 하는 것이라는 반성이다. "가치 재정립을 위한 적시가 바로 지금이 아니면 언제이겠는가"라는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일침은 우리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무한 욕망을 무한히 긍정하는 문명”과 결별해야만 하는 순간에 와있다. 프레임 자체,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는 자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어쩌면 인간-기계공학의 융합을 리드하는 '최재붕' 교수의 진단처럼 "지금까지의 생활 플랫폼들이 전부 다 바뀌게 될 것"이며, 따라서 새로운 정책의 표준이 마련되어야 하는 그런 인식이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또한 저성장의 정상화라는 자본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지금, 성장지상주의 발전 이데올로기는 생태적 붕괴와 그 궤적을 같이하며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찾아가야 하는,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뉴노멀, 신인류의 삶의 양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3. 뉴노멀(New Normal), 신인류의 삶
바이러스의 주기적인 인간 세계의 진입이라는 사태는 인간의 생태계 교란과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최재천 교수는 자연과의 공존,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서 생태백신과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행동백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 표준의 변화라는 비대면, 디지털 기반의 문명의 도래라고 이해하는 최재붕 교수는 일자리라는 생존의 요구 측면에서 온라인, 디지털 문명의 수용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표준을 바꾸는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우리가 원하는 삶의 질서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욕구와 능력의 한계와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 P 122 중에서
홍기빈 교수의 이 물음은 새로운 삶의 표준, 방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들 각자에게 자신의 욕망의 주소를 냉정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욕망에 스스로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말이다. 무한 욕망의 자기 통제를 비롯한 그가 제시하는 미래를 위한 원칙인 사회 방역시스템(광의의 사회적 건강보호 체계의 의미로 사용됨)과 고용보장제도는 새로운 정책 기준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붕괴를 피할 수 없는 무한 욕망의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그 폐기를 또는 자본주의 인간화를 주장하는 홍기빈 교수의 인간존엄을 토대로 한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체제의 제안은 우리를 지배하는 사고의 준거 틀을 근본적으로 제고케 한다. <행복의 척도>를 말하는‘김경일’교수의 “지혜로운 만족감”으로 표현되는 나에게 충실한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자성적 성찰에서 시작하여 공존과 포용의 문화로의 지향은 새로운 체제의 표준적인 심리적 지침이 되어 줄 터이다.
4. 결 어
"생태적 붕괴 때문에 22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지구상의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다. " - P 145 중에서
자신의 죽음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는 착각처럼, 비관적 전망은 항시 배제되어 공적 논의의 장에 들어서지 못하곤 한다. 더 늦기 전에 문명의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하라는 듯이 자연이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 문명의 프레임을 전환할 절대적 운명의 시간이 찾아 온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충족시켜준다는 이데올로기 아래 인간 간의 자유와 권리의 불평등, 부의 왜곡된 축적을 가능케 하는 자본주의의 야수성, 그 무한한 욕망의 탐닉으로 파괴되는 자기 존립기반의 생태계 위기를 반성적으로 성찰케하는 바이러스의 무의지적 강요성이 말이다.
이에 더해 디지털 혁명을 비롯한 4차산업혁명이라는 근미래 공학기술 기반 시대의 도래는 인간의 생활 양식을 새로운 질서와 기준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마침의 순간이다. 비관주의라며 외면하고 공적 영역에서 논의할 것을 회피하는 수구주의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서도 이보다 좋은 자기 성찰의 시간은 없으리라.
한국의 분야별 대표 학자들로부터 경청하게 되는 바로 지금의 문명 전환적 통찰들은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여야 하는지 그 방향과 방식을 명료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 갈 수 없다. 예측이 아니라 결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새로운 표준, 가치를 위해 인류 모두 머리를 맞대고 숙고해야 할 시간이다.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책이 발제한 '지도에 없는 영역'을 창출하고 성숙시키기 위한 담론의 장을 확대시켜 공론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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