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제가 당신의 학생이 되어도 될까요?
“고인(古人)을 초청해서 2019년 개정 교육 과정을 진행하는 역사 선생님이 있다던데, 본 적 있어요?”
“그 그림 여섯 장을 교육부 장관이 페이스 북에 공유해서 ‘좋아요’가 미친 듯이 달렸던데….”
“세상에! 진짜 너무 재미있다. 이 선생님 진짜 소양 교육 홍보대사로 제격이야.”
많은 사람들이 “우이룽이 누구예요?”라고 물었고, 그녀를 구글에서 검색하고 추종하더니 어느새 그녀의 충실한 팬이 되었다. 이제 당신은 그녀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우이룽’ 그녀가 책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작가 사인회를 신청하러 가지 않고 뭐 하는가? 책 구매도 아직인가? 그래 놓고 어떻게 그녀의 ‘골수팬’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너무 재미있게 읽은 우이룽의 ‘신작(神作)’을 진지하게 소개해볼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을 열고 우이룽이 수업하는 교실에 제자로 앉아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 그녀가 출간한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 소녀시대로 돌아가 어느새 기억이 흐릿해진 서양사를 복습할 수 있었다. …
… 이 책을 통해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가르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알게 해준 우이룽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 책에서 나타난 조리 있고 재미있는 관점들에 공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했는데, 모든 것이 다 그녀의 논점에 대한 인정이자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의 표현이었다. 우리는 “인류가 역사에서 배운 유일한 교훈은 바로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우이룽 선생이 과거에 중요했던 역사적 사건이나 흔적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 보고, 전철을 밟거나 근거 없는 믿음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인 글, 독창적이며 전문적인 해독, ‘재창조’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역사를 넘어 인생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사람의 행복만을 추구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이룽은 역사 교육 분야에서 묵묵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교사로서 행복은 가장 사랑하는 과목을 더 많은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고, 학생들이 그 속에서 삶의 가치와 배움의 의미를 생각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부디 이 책을 2020년 필독서 목록에 꼭 넣기를 바란다. 좀 나중에 읽을 수는 있어도 안 읽으면 안 되는 책이다. 혹시 알고 있는가?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도 소그룹을 잘 형성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중에 온 국민이 필사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마스크가 아니라 조만간 불티나게 팔릴 우이룽 선생의 ‘걸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게 진심을 담아 추천사까지 써 줬는데, 이만하면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쑹이후이 宋怡慧 (신베이(新北) 시립 단펑(丹鳳)고등학교 도서관 주임)
시작하기에 앞서 게임을 하나 해 보자. 계엄 시대로 돌아간다고 가정하고, 너희들이 대학생이라면 다음 중 어느 동아리에 가입하겠어?
(A) 캠퍼스 공터에서 채소를 기르는 농사 동아리, (B) 학생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 자치회, (C) 지식을 배우는 독서회, (D) 체력을 기르는 축구팀, (E)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고 그냥 책을 읽는다. 결정했어? 이제 5초 줄게. 5, 4, 3, 2, 1, 땡! 자 그럼 이제 파릇파릇 청춘인 너희들의 미래가 어떨지 한번 살펴보자. (A) 징역 10년(농사 동아리에 가입했던 타이완대학교 물리학과 장민취안[姜民權]은 반란 조직에 들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B) 징역 12년(학생 자치회에 들었던 장창메이[張常美]는 ‘빨갱이’라고 지목된 회장과 함께 연루되어 감옥살이를 했다.)…. 얘들아, 게임은 다시 할 수 있어도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어. 이 사람들의 말로를 살펴본 지금, 어떤 태도로 이 시대를 대할지 결정했니?
이게 중학교 역사 수업이라는 것이 믿어지는가? 여느 역사 교과서보다 내용이 훨씬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이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사료를 읽는다. 생각하고 판단하며 게임으로 체험하고 마지막에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흘러가버린 역사가 마치 VR안경을 낀 것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된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우이룽은 이 업계에서 ‘작은 거성(小巨星)’으로 불린다. 내 눈에 ‘작은’은 겸손의 표현이고 ‘거성’이야말로 그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역사 수업은 교실에서 할 게 아니라 타이베이 아레나(臺北小巨蛋, 각종 스포츠 경기나 공연 등이 개최되는 경기장-역주)에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이토록 훌륭한 수업이 소수 학생들의 전유물이 되도록 놔둘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우이룽이 책을 출간했다. 교실 밖에 고립되어 있던 관중들이 마침내 그녀의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거의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처럼 읽었다. 한 번 읽기 시작하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중세 편부터 시작해서 르네상스 편까지 쉬지 않고 쭉 읽었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계몽 시대 편까지 읽어 내려갔다. 뒷이야기도 궁금해서 야식도 안 먹고 세계대전 편까지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었는데 계속 더 읽고 싶을 만큼 여운이 남았다. 우이룽의 책에 담기지 못할 만큼 느리게 흐르는 이승의 시간이 왠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드라마 정주행처럼 미친 듯이 책을 읽은 과정을 돌아보았다. 대체 이 책에 어떤 마력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나를 책상 앞에 붙들어 놓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우이룽은 세 가지 신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는 ‘토크쇼 진행자’라는 신분이다. 아무리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사료라도 우이룽의 손을 거치면 신기하게 재미있어진다. 르네상스 3대 거장을 설명할 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는 ‘닌자 거북이’ 주인공이라 유명해진 게 아니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부, 명성, 권력,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한 초강대국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주로 나
가자! 전 세계는 우주 대항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역사 ‘토크쇼 진행자’로서 그녀의 머릿속에는 역사뿐만 아니라 만화, 영화, 유머도 가득하다. 역사라고 하면 어딘가 무거운 감이 없지 않은데, 우이룽은 이런 역사를 무겁지 않고 친숙하게 다루는 데 능하다.
두 번째 신분은 ‘탐정’이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보이는 역사라도 우이룽은 그 이면에 숨겨진 의문점을 찾아내고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을 짚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 남북전쟁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남부 사람들은 비인간적이고 나쁘다고 하고, 링컨이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일은 잘했다고 칭찬한다. 그런데 우이룽은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조사를 거쳐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한다. 면화를 재배하기에 최적이었던 미국 남부에서는 임시 노동자를 찾기 힘들어서 흑인 노예를 노동력으로 활용했다. 우이룽은 링컨에게는 연방이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정치적인 목적이 흑인 노예에 반대하는 인도적인 목적보다 훨씬 컸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역사는 선과 악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 뒤에 숨겨진 동기를 가지고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세 번째 신분은 ‘시인’이다. 역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객관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그 기록에서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없다면 그 역사의 폭우를 맞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우이룽의 대단한 점이다. 그녀는 탐정의 이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인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천재성은 찬양하지만 평범함을 뛰어넘는 그의 자유분방함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이룽은 그를 이해한다. “호기심 많던 그는 단
지 유한한 시간을 손에 쥐고 이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는 두 강국이 서로 양보하지 않는 모습만 보지만 우이룽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지구는 아주 작다. 인류가 서로 비교하고 공방전을 벌일 만큼. 우주는 너무 크다. 우리가 불안과 고독을 느끼고 함께 할 누군가를 갈망할 만큼.” 우리는 테러리즘의 난폭함과 잔인함을 증오하지만 우이룽은 테러리즘 이면의 비참함을 본다. “테러리스트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잔혹한 방식으로밖에 할 수 없었다. 테러리스트들은 단지 나무 한 그루에 불과했고, 그들 뒤에는 테러를 낳은 비참한 숲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우이룽이 역사 무대에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이성적으로, 때로는 따뜻하고 상냥하게 신분을 자유자재로 바꾸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녀가 전하는 이런 역사가 참 좋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어우양리중 歐陽立中 (인기 교사 겸 베스트셀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