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상으로(New Normal)생각하는 저성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경제가 아닌) 실물 경제(GDP)의 성장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낮은 GDP성장률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최근에 본 적이 있다.

출처: https://me2.do/5pND9DTX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GDP 계상 방식에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지금 경제 규모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고, 현재의 GDP는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많은 주장들이 GDP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저성장에 고민하는 것이다.

저성장은 성공의 결과이다.

이 책의 원제는 FULLY GROWN: Why a Stagnant Economy is a Sign of Success이다. 직역하면 충분한 성장 : 왜 침체된 경제는 성공의 신호인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원제 그대로 침체된 경제가 어떻게 성공의 이유(라기 보다는 결과)가 되는 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주장하는 내용이다. 전제해야 할 것은 침체된 경제, 즉 저성장은 선진국과 선진국 반열에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현재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저성장이지,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는 저성장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아래 표가 보여준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284)

1950~2000년 미국의 평균 성장률은 2.25%였고 2000~2016년 평균성장률은 1.5%하락한 1%이다. 여기게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이 “가족 크기의 축소와 고령화의 영향”과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전환”이다. 감소한 성장률의 2/3을 이 두 요소가 발생시킨 것이다.

“가족 크기의 축소와 고령화의 영향”이 왜 저성장의 원인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성숙한 경제에서 활동하는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출산율 하락은 부분적으로 경제 성장의 한 가지 작용이다. 임금이 상승하면서 부모의 시간이 더욱 가치를 띠게 됐고, 따라서 자녀를 더 낳아 양육하느라 들어가는 한계비용이 증가했다. 여느 경제적 결정과 마찬가지로 자녀 1명당 한계비용이 증가하자 가족은 자녀 수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 가족 크기를 둘러싼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가족이 존재하기 훨씬 전에 내려진다. 남녀를 막론하고 대부분 결혼 후반기에 더 높은 임금을 받는데, 가족 크기가 감소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높은 임금 때문에 출산을 제한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해서가 아니라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더 적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 거의 2세기 동안 모든 선진국에서는 1인당 GDP와 임금이 증가하면서 출산율이 하락했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103)

저출산이 경제가 성숙해가며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에는 사교육비와 부동산 같은 더 심각한 원인이 있어 다른 선진국보다 출산율이 더 낮다. 하지만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성숙한 경제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올리는 정책보다는 이미 우리에게 온 저출산으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가족 크기의 감소와 관련해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증가하고, 교육 수준과 가정용 기술이 향상되고 여성의 생식권이 확대됐다. 그렇다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무엇을 기꺼이 희생하겠는가? 여성의 노동 능력을 제한하겠는가, 또는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겠는가? 연간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끌어 올리기 위해 계획하지 않은 출산을 수용하겠는가?”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285)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전환”은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149)

위 그래프를 보면 서비스 부분이 실질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내구재와 비내구재 같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이 이유도 우리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20년전에 1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휴대폰과 지금 1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스마트폰을 비교해보자.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성능이 차원이 다르다.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우리는 가성비가 극대화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같은 성능을 가진 상품을 시간이 지날수록 매우 싼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상품구매에서 절약한 지출을 서비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비스는 상품만큼 생산성이 높지 않다. 서비스는 생산시간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60분짜리 요가수업을 30분만 하는 용납되지 않는다. 웨이터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손님은 좋은 레스토랑에서 사실에 걸맞은 수주의 관심과 서비스를 얻을 수 없다. 검안사에게 시력 검사를 받는데 30분이 걸리는데 15분마넹 클리닉을 나왔다면 한쪽 눈만 검사를 받았다는 뜻이다. 이런 산업에서 소비자는 노동자의 시간과 관심에 가치를 두므로, 기업이 시간과 관심을 축소하면 서비스 수요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140)

하지만 서비스 산업으로 우리의 지출 구성이 바뀌는 것은 우리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하는 이유는 서비스 산업이 지닌 시간과 관심 집약적인 특성 때문이지, 기술 노하우나 적성이 반드시 실패했기 때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은 경제에 문제가 있거나 경제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상품 생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146)

다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출구성이 서비스에서 상품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가진 상품이 사라져야 함을 뜻한다.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전쟁이다. 우리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이룩해 온 것들을 없애야 하는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과 일본은 역사상 최고 수준의 1인당 GDP 성장률을 기록했고, 그 후 20년 가까이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두 나라의 많은 자본과 내구재 스톡이 잿더미로 변한 덕이었다. 그 정도의 파괴를 재현할 만큼 더 높은 성장률이 중요할까?”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287)

“성장률을 1퍼센트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 수십년간 축적한 발달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면, 발달에 내재한 변화를 성공으로 생각해야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 둔화는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선택하고 누려온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288)

다르게 생각해볼 것들

이 책은 주로 미국의 사례가 주로 나오기에 한국 사정과 다른 내용이 있다. 가령 이직률과 지리적 이동이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이나 주택문제에 내용 등등.

그리고 저자는 인구 구성 문제로 인한 성장률 둔화를 완화시킬 방법으로 이민을 든다.

“인구 고령화 때문에 발생하는 성장 둔화를 상쇄하는 도구로서 적정 수준의 추가 이민은 최고의 선택이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293)
->미국에서는 추가 이민이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이미 걸어온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가야할 길이다.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생산성 향상의 범위는 제공자의 실제 시간과 관심이 범위에 가해진 조건에 따라 제한된다.” 성장의 종말(디트리히 볼래스 2020, 141)
->기술의 발전으로 서비스에서 시간과 관심의 제약이 없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예전에 비디오방 아저씨가 제공하는 추천 서비스보다 더 정확한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강의 시장은 1타 강사의 서비스가 시간과 관심의 범위를 벗어나서 제공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 영역에서 시간과 관심의 범위라는 제약조건이 기술의 발전으로 해제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서비스에서도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

계속 생각해볼 것들

저자는 세금과 규제, 불평등 증가, 노동자와 기업의 재분배 감소 등이 저성장의 주효한 원인이 아니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논의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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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