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사람들에게 카메라 없이 보는 법을 가르치는 도구다.” 도로시아 랭
폰카메라, 필름통이 빈 카메라, 손으로 만든 뷰파인더로도 충분하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사울 레이터, 테주 콜… 사진의 명상가들과
흐릿해진 시야를 밝히는 ‘인생을 위한 사진 수업’ 16강을 시작합니다.

세계적인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은 건강과 행복의 토대가 되는 다섯 가지 행동을 제안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 주위에 온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무척 간단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너무 멀어져 버린 행동. 그런데 사진을 찍는 짧은 순간 동안 보는 행동에 집중하며 관심을 기울인다면? 많은 사진가들이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직접 지각하는 충만함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카메라를 잘 사용한다면,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나 아닐 때나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더 섬세하게 주파수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사진가 도로시아 랭은 이 점을 간결하게 잘 표현했다. “카메라는 사람들에게 카메라 없이 보는 법을 가르치는 도구다.”

어떤 사진가든 알아차림은 훈련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우리의 눈은 더 예리해지고 빤히 보이는 것 속에 숨겨진 선물을 더 자주 발견하게 된다. 어떤 카메라로든 충분하다. 스마트폰 카메라, 필름통이 빈 카메라로도 가능하다. 우리의 감각을 갈고 닦는 데 필요한 건 사진의 ‘발견성’이니까. 프랑스의 전설적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의 말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능은 세상의 어떤 기술로도 대신할 수 없다.”

세상을 처음 보는 아이의 눈, 낯선 나라에 도착한 여행자의 감수성… 나답게 만드는 마음가짐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마인드풀 포토그래퍼 - 인생을 위한 사진》 속 사진가들의 조언과 작품 50점을 길잡이 삼아 우리 내면의 빛을 밝히고 세계를 새로 발견하는 기쁨에 다가가 보자.

예술 교육자 코리타 켄트 수녀는 필름을 끼우지 않은 35mm 슬라이드필름 홀더나 직사각형을 오려 낸 카드지로 만든 ‘파인더finder’를 사용해 세상을 한 번에 한 조각씩, 새로운 시선으로 보도록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런 연습을 보면 우리의 감각을 갈고 닦는 데는 사진의 기록성보다 발견성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의 말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능은 세상의 어떤 기술로도 대신할 수 없다.”
--- p.8, 「서문」중에서

우리가 사물이나 사태에 재빨리 갖다붙이는 해석에서 벗어나고, 이해의 단계 전에 휙 스쳐가는 직접적인 지각의 순간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 이 놀이의 목표다. 준비물은 우리가 늘 지니고 있는 카메라, 바로 우리의 눈밖에 없다.
--- p.25, 「초심자의 시선」중에서

에른스트 하스에게 놀이성은 자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스는 유대 혈통이었고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 노동 수용소로 끌려갔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자유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사진에 뛰어든 몇 년 뒤 《라이프》가 일자리를 제안했을 때 그는 이렇게 거절했다. “저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제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거든요… 제가 스스로에게 주는 과제를 제게 줄 만한 편집장은 많지 않을 겁니다.”
--- p.83, 「놀듯이」중에서

제니 루이스도 《100년》 프로젝트에서 나이듦의 현실을 정직하게 들여다본다. 이 프로젝트는 한 살부터 시작해 백 살까지 한 살씩 나이를 늘려가며 이스트런던에 사는 사람들의 초상과 인터뷰를 모았다. 이 이미지들이 한데 모여 단순하지만, 자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진실을 기록한다. 우리는 자라고, 아마 늙어 갈 테고, 틀림없이 죽는다는 진실.
--- p.108, 「정직」중에서

그러나 그냥 알아차리고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 《카메라와 암실》에서 켄트 리노는 “늘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 찍을 만한 것을 찾기만 해도 관찰력이 아주 예리해지고 삶의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라고 썼다.
--- p. 134,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