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수집. '무언가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찾아 모으는 일'이 수집이라면, 문장 수집이란 책 읽기와 아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책을 읽다가 발견하는 어떤 빛나는 문장. 나의 가슴과 머리를 흔드는 어떤 빼어난 사유. 그것을 몇 번이나 되뇌어 읽으며, 밑줄 긋고 옮겨 적으며 가슴이 뛰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장 수집이란 말 앞에 주저 없이 멈춰 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선택한 책.

책을 받아보고 조금 놀랐다. 택배 박스를 풀자 나타난 이 단정한 종이봉투와 아주 특별한 커버를 가진 초록의 책이 뜻밖의 선물처럼 반가웠다. 저자 '아틀리에 드 에디토 Atelier de Edito'는 책을 출간한 어반 북스에서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콘텐츠 레이블이라고 한다. 책을 받아들자마자 어반 북스에도 아틀리에 드 에디토에도 급 호감을 갖게 되었다. <문장 수집가>는 아틀리에 드 에디토가 만드는 문장 시리즈로, 지난해 출간된 첫 편 Love Myself에 이어 Start with Small Success 가 나온 것이다.

나의 취미는 문장을 모으는 일

정체 모를 공허함과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위안과 용기를 건네는 단 하나의 문장을 찾아서   - 프롤로그

 

하나의 문장이 위안과 용기를 건넨다는 말은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허세 부리며 나누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어떤 문장은 정말 그렇다. 그저 책 속에 조용히 담겨있는 글이지만 종종 놀라운 위로와 힘, 희망과 평화가 된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책 속에서 기쁘게 깨달았던가.

이번 책에 담긴 문장들은 우리 모두의 삶의 조건인 일에 관한 글들이다. small success, 작은 성공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이제 막 새해를 시작한 지금, 묵직한 목표들을 늘어놓고 잔뜩 어깨를 움츠리기 보다, 꾸준히 해낼 수 있는 하루하루의 작은 일들을 소중하게 돌아보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앞서가는 방법의 비밀은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는 방법의 비밀은 복잡하고 과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은 업무로 나누며, 그 첫 번째 업무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

이루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꾸 그 일의 끝을 쳐다본다. 커다랗고 놀라운 어떤 일의 훌륭한 결과. 그곳 만을 바라보면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너무나 멀다. 결국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세계로 밀어내 버리게 된다.

정말 나와는 조금도 연결할 수 없는 과중한 일일까. 앞서가는 다른 누군가를 위한 자리일까. 마크 트웨인의 문장이 말하는 비밀은 어쩌면 새로운 '시선'에 있는 지도 모른다. 끝이 아니라 시작을 보라는 것. 그 일의 끝이 어떤 시작으로 이루어졌는지 시선을 끌어와 내 앞에 놓인 지금을 다시 바라보라는 것. 복잡하고 과중한 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그 일을 작게 나누어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제 막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우리들에게 꽤 힘이 되는 문장이다. 한 해에 백 권의 책을 읽었다는 뿌듯한 결과는 처음에 펼친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한다. 매일매일 만보 이상 걷는 건강한 사람의 하루는 바로 지금 편안한 신발을 신고 나서는 산책에서 시작한다. 작은 일, 작은 시작, 작은 성공. 어차피 안 될 것 같은 어떤 훌륭한 결과들의 작은 시작을 믿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그렇다. '내가 매일 하는 일이 나'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장이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럴듯한 내가 되기 위해 꾸준히 살펴야 하는 것은 매일매일 내가 하는 일임을 기억하자.

작은 일, 작은 성공의 소중함은 여러 문장에서 강조된다. '그까짓 일'이라고 무시해 버린 어떤 일, '내가 왜 그런 일을...'이라고 투덜거리며 소홀히 했던 어떤 일은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소중한 기회를 버리는 것과 같다. 작은 일에 성실할 줄 모르는 사람이 큰일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내 곁의 작은 일들이 언제나 더 큰 소중한 일들의 토대가 된다는 진리 앞에 겸손할 일이다.

이 책의 타이틀이 된 카네기의 말.

저서 <인간 관례론>을 통해 단순한 삶의 진리를 제시했던 그 역시 작은 성공부터 시작하는 태도에 주목한다.

"It is extraordinary to carry out ordinary things with ordinary minds every day.

평범한 일을 매일 평범한 마음으로 실행하는 것이 비범한 것이다. 

- 앙드레 지드

평범한 매일매일의 성실이 없는 비범이란 어디에도 없다. 꾸준한 평범이 모여 찬란한 비범이 된다는 진리.

이 책의 문장들이 마음에 남는 방식은 그 내용만으로는 아니다. 모든 문장마다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로 디자인되어 눈으로 감상하는 즐거움 역시 크다. 본문의 문장들이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 채워져 있고 아래에 작은 글씨로 번역 문장이 담긴 구성인데, 페이지미다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를 감상하는 즐거움에 영어 문장을 읽어야 하는 수고가 번거롭지 않다.

지난해 우리 모두에게 큰 희망을 주었던 배우 윤여정의 문장도 실렸다. "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불평 없이 하세요."

책 중간중간 두 페이지를 채우는 은색 바탕 위에 감각적인 필체로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글이 한참 눈길을 머물게 한다. 가독성 좋은 폰트가 아니더라도 타이포그래피 특유의 리듬을 온몸으로 누리며 문장 앞에 차분히 숨을 고르게 되는 특별한 경험도 좋았다.

Inspiration coms of working everyday.

영감은 매일 일하는 것으로부터 온다

- 샤를 보들레르

어쩌면 내게 좌우명과도 같은 문장. 오래전부터 마음에 새겨 두던 말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영감은 어느 날 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꾸준히 탐구하고 살펴보던 작은 일들이 빛나는 영감이 되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이제 나도 분명히 알고 있다. 처음엔 위로가 되는 문장이었지만, 이제 나는 이 문장 앞에 더 도전하게 된다. 매일 하는 일의 위대함을 조금 알게 되었기 때문에.

본문에서 101 개의 문장을 차분히 읽고 나면 마음을 움직인 문장을 직접 기록해 둘 수 있는 'writing note' 도 넉넉히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새해를 맞아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그리고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2022년 작은 성공부터 기쁘게 시작하자.  매일매일 작게 성실하고 행복하자. 나를 설레게 하는 문장을 매일 수집하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